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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AN Nov 05. 2020

'도화지'를 주제로 한 시들

우리네 인생은 어느 방향, 어느 색

안녕하십니까, J.HAN입니다. 닉네임을 바꾼 뒤로 처음 써보는 베스트네요. 새로운 첫 단추를 끼운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임하겠습니다.

이번 주제는 도화지였죠. 도화지는 흔히 우리가 사는 모습, 그중에서도 꿈이나 소망을 그릴 때 비유되곤 합니다. 새하얀 도화지를 자신의 선과 색으로 채워나가는 과정이 한 폭의 예술작품같은 흥도 있고 폼도 제법 나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하지만 이 인생이라는 도화지를 쓸 땐 신중해야 합니다. 다른 도화지와는 다르게 다음 장이 없으니까요. 선이 엇나가면 지울 수 있는 방법도 없고... 저 역시 아직 도화지의 반조차 그리지 못한 입장이라 어떻게 드릴 말이 없군요.

다만 신중하고 고민을 충분히 해야한다는 점, 후회를 남기지 말고 뒤보다는 앞을 보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만은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럼 이번주 베스트에 오른 글들을 살펴보겠습니다.


1. Leap님의 '하늘빛'

https://m.fmkorea.com/315648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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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복인가

아니 커다란 공백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색채에

슬픔 한 숟갈 기쁨 한 숟갈 코로나 한 숟갈

카드뮴 옐로우인가 

다크 브라운이 더 나을까?

아이는 어른이 되고

계절은 차가워지는데

채워야 할 틈은 왜 이리도 많을까

지갑에 든 낡은 꿈들도 내 현실도

우리 살면서 잃은 이야기들에 비하면 얼마나 가벼운가

파랗게 캔버스를 채우던

그 날의 이상이

머지않아 선명하게 흩어지는 날에

나 그 때 즐거웠다고 가까운 이들에게 웃으며 말할 수 있을까

세상 어지럽게 뒤섞이는 지금 안개가 자욱한 길거리에 홀로 서서

우리 모두 이렇게 힘겨웠음을 노래로 채울 수 있을까 그림으로 그릴 수 있을까

인생의 맛 참 떨떠름한데

이 큰 종이 채울 일이 기쁘기도 한 것이 제법 알싸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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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인생이라는 도화지의 넓이와 방대함에 가슴이 벅차지만 한편으론 과거에 대한 의문과 미래에 관한 회의감 때문에 갈대처럼 흔들리는 나약한 사람을 주제로 다룬 글이네요.

어렸을 때 꿈꾸었던 이상과는 조금 멀어졌지만, 그래도 아직 얻을 수 있는 게 많음을 감사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제 화자에게 남은 가장 중요한 문제이자 소망은 마지막 순간이 찾아왔을 때 웃으며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마지막 행에 나오는 기쁨과 알싸함은 그래서일겁니다.

잘 읽었습니다.



2. 각시탈레반님의 '도화지'

https://m.fmkorea.com/3158004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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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밤이 길고도 길지만

헤아리지 못하는 별이 많은 것처럼

한별 한별 별들에 수놓았던 꿈들을

내 마음 가득히 다 가질순 없나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별이 내게 꿈을 가르치는데 차별이 없었듯이

도화지 또한 내가 꿈을 그려보는데 차별이 없었다


내가 별을 이어 그리듯


어렸을땐 누구나 꿈을 그리는 종이지만

철이 들수록 꿈을 그리기가 힘들어진다

그저 그저 누군가 그려놓은 그림이

잘 그린것이라 하면 비슷하게 그릴뿐이다

마치 별님들에게 행성이라하듯이...

그렇게 모두가 가장 밝은 별을 주워 담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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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사회의 객관이 개인의 주관을 집어삼키는 건 생소한 일이 아닙니다. 우리들의 삶에서 아주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고, 여러분과 저도 적어도 한번 이상은 그런 경험이 있을 겁니다.

꿈과 현실의 상충은 얼마 지나지 않아 타협이 됩니다. 그 타협은 각자의 인생관을 편협하고 획일화되게 만들죠. 아깝지 않습니까? 예술적 미학이나 창작 가치관은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우리가, 어느 관점으로 보면 더 중요할지도 모르는 인생은 그토록 선선히 내어준다는 게.

감성적인 시선으로 현 세태를 어루만지는, 따뜻하면서도 뜨끔한 시였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3. 울산레전드이동경님의 '도화지에 삶을 그린다면'

https://m.fmkorea.com/3152972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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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지에 삶을 그린다면

오늘 하루는

점보다도 작다


도화지에 삶을 그린다면

암울한 올해도

하나의 그림자일 뿐이다


도화지에 삶을 그린다면

너는

어떤 색으로 표현될까


도화지에 삶을 그린다면

너의 도화지에

나는 어떤 색으로 표현될까


너무 꾸준하려고만 하지도

너무 다양하려고만 하지도

말자


예술에 정답은 없듯이

삶은 오지선다가 아니다


너무 미래를 걱정하지도

너무 과거를 후회하지도

말자


이미 그려진, 아직 그려지지 않을

것보다는 내 발걸음을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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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우리는 가끔 자기 도화지에 그려진 자신보다 다른 사람의 도화지에 더 신경 쓰일 때가 있습니다. 타인을 의식하는 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과하면 좋을 게 없죠. 다른 도화지에 정신이 팔리는 순간 그 도화지는 개인의 자유를 해치는 구속이 됩니다.

남의 도화지에 내가 외계인으로 그려지거나 왠 못생긴 알파카로 그려진다고 해도, 그건 그 사람의 규격에 내가 안 맞는거지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타인 뿐만 아니라 세상과 사회도 그렇습니다. 둘 다 자신의 것도 아니고 자신의 영역도 아니니까 생각대로 안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아까 말한대로 너무 후회하지 마십시오. 뒤보다는 앞을 더 많이 보면서 살아야 할 생이니 말입니다. 도화지는 아직 못해도 5할이 미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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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베스트도 이렇게 끝이 났네요.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학교 시험 때문에 베스트 올리는 시간이 조금 늦어졌네요. 죄송합니다. 비대면이라 시험을 안칠줄 알았는데 갑자기 친다고 해서 벼락치기로 공부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럼 다음주 베스트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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