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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AN Nov 23. 2020

바늘을 주제로 한 시들

바늘과 실, 그리고 자국들

안녕하십니까, J.HAN입니다. 이번 한 주도 잘 지내셨나요? 바늘을 주제로 한 이주의 베스트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번 주제 바늘은 저번의 송곳과 유사한 특징을 지닌 단어였죠. 그래서 그런지 시상도 비슷한 글이 몇개 있었습니다. 다른게 있다면 바늘이 조금 더 섬세하고 부드러웠다는 점 정도가 되겠네요.

제가 바늘을 보고 느끼는 바가 있다면 그것은 '작은 고추가 맵다'입니다. 초라해 보일 정도로 작디 작은 바늘에 찔리면 아픔이 사라지지 않고 오래 가기 때문에. 실을 끼워 찢어진 것을 기우는 용도인 바늘에게 이런 마음을 담는 것이 조금 아이러니하네요.

혹은 망가진 것을 메꾸는 데에도 그에 상응하는 아픔이 따른다는 뜻일까요? 아픔이 없이는 주사기도 살을 파고들지 못하고, 알약의 쓴맛 없이는 병도 고치지 못하니 말입니다.

그럼 이번주 베스트에 뽑힌 분들은 바늘을 어떻게 다루었을까요? 같이 보러 갑시다.


1. 생각팔이님의 '바늘'

https://m.fmkorea.com/3198443769

/////////

기껏해야

찌르는 것 말곤 뭐 없는 것이


살짝만 눌러도

쉽게 허리를 꺾는다지?


받아주려 하다보면

흉한 매듭만 남길 뿐이야

/////////

시평: 먼지나 재산 뿐만 아니라 아픔도 티끌 모아 태산입니다. 바늘이 내는 상처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간 어느새 몸에는 지울 수도 없는 흉한 x자 매듭을 여럿 새기고 말겠지요.

정작 손으로 집어버리면 아무것도 못하는 주제에. 바늘과 같이 조잡한 위협은 인지하는 순간 바로 사라질겁니다.

이 시는 우리가 가벼이 여기는 잔병이나 몸의 이상을 은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대상으로 쓰인 것이 작고 여린 바늘이라. 적절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잘 읽었습니다.




2. 시랑꾼님의 '여자는 바늘, 남자는 실수'

https://m.fmkorea.com/3198403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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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반을 네게만 줄게

너만을 사랑해 볼게


우리 실과 바늘같다며

너라는 바늘과

나라는 실의 사랑에 있어

이별의 반은

남자의 실수


너무 벌어진 이별의 상처

나 혼자선 못 꿰메

다시 나를 묶어안고

내 심장을 찔러주련


여자는 바늘

남자는 실수

////////

시평: 정말 마음에 와닿는 비유였습니다. 여자가 바늘, 남자가 실수. 여기서 실수는 그저 실수만은 아닌듯 하네요.

이별에 상처받은 여자의 마음을 꿰맬 수 있는 것은 바로 다음 사랑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 사랑을 찾기 위해 여자는 바늘에 구멍을 내지요. 여자가 여지를 주면 남자는 실을 넣어 수를 놓습니다. 심장을 별자리 모양으로 꿰어 여자에게 우주를 줍니다.

그래서 여자는 바늘, 남자는 실수인 것이죠.

잘 읽었습니다.



3. 안뇨오오옹님의 '바늘과 대못'

https://m.fmkorea.com/3195159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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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에 찔린 피부는

붉은 핏방울을 개워내지만

마음에 박힌 대못은

어두운 숨바람을 내뱉는다

바늘에 찔린 피부는

고통스러운 외마디를 토해내지만

마음에 박힌 대못은

나를 엄숙한 침묵에 잠겨있게 한다

너가 모를 나의 대못은

너무 깊어

애처로운 밤

바늘은 나의 피부를 찌른다

//////////

시평: 아픔과 힘듦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그 크기가 너무 크면 티조차 내지 못한다는 겁니다.

바늘에 찔린 아픔쯤이야 대못에 비하면 우습지도 않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정작 몸은 바늘에만 반응해서 피를 흘리네요. 정신도 다르진 않은가 봅니다. 바늘에는 비명을 질렀지만 대못에는 무거운 침묵을 고수했지요.

그러니 남들은 내 몸에 박힌 대못의 존재를 추호도 모릅니다. 내가 그렇게 만들었고, 또 대못과 바늘이 그리 만들었습니다.

잘 읽었어요.

/////////

이번주 베스트도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저번주와 비슷한 시어였다보니 쓰는 중에 막히는 부분이 좀 있었네요. 그만큼 공통점 사이의 차이점을 찾아내는 치밀하고 충실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음주 베스트 시간에도 좋은 글들과 함께 찾아뵙겠습니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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