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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AN Nov 29. 2020

커피를 주제로 한 시들

현대인의 필수 기호품


안녕하십니까, J.HAN입니다. 또 다시 다가온 시험시간 때문에 레쓰비를 품에 끼고서 이렇게 타자를 두드리고 있네요.

마침 이번 주제도 커피군요. 커피, 마시는 음료로서 우리의 일상 속에 깊이 파고들어 있는 이 단어는 문학보단 현실에 더 발을 들이고 있는 시어입니다. 아무래도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중에선 맛보단 그 효능을 얻기 위해 마시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시험기간 뿐만 아니라 회사 야근, 밤샘 노동, 새벽의 창작 활동 등 현대인의 삶에서 커피가 제 역할을 발휘하는 부분은 아주 무궁무진합니다. 잠이 올 것 같으면 습관적으로 마시고, 꼭 그렇지 않아도 버릇처럼 편의점이나 카페에 가서 아메리카노를 집죠.

물론 커피가 가진 고유의 향을 즐기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저도 여유가 되면 기능이 아니라 미각적인 측면에서 커피를 종종 마시곤 합니다. 차라리 카페인이 없었다면 커피를 오로지 음료로 대할 수 있었을텐데... 좀 아쉽네요.

하지만 이 카페인 덕분에 커피의 의미와 방향성이 확고해졌습니다. 커피의 쓴 맛에는 사람의 고단함이 녹아 있습니다. 은은하게 퍼지는 향은 차마 여유를 부릴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을 보듬어주고, 그 투명하면서도 검은 색은 한순간이나마 바쁜 정신을 휴식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현실의 아픔을 단어에 담아낼 수 있다면 그건 그 자체로 문학이겠죠. 커피는 충분히 문학적인 시어였네요.

그럼 이번주 베스트에 어떤 글이 올라왔는지 함께 보러 갑시다.


1. 달그밤님의 '커피'

https://m.fmkorea.com/3203587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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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잔 하자

너를 마주하기 전까지

가장 달콤했던 말이

오늘은 왜이리 쓰기만 할까

조용한 카페 한구석에서

어색한 침묵속

서로의 심장소리가

왜 그리 크던지

슬픔과 체념이 섞인

너의 목소리를 듣고

어쩐지 안심하고 말았다

그 날 커피의 

달고 쓰던 맛과

뒤섞인 나의 마음

그 때를 잊지 못해서일까

아직도 달콤한 커피를 마시지 못하고

오늘도 쓰디쓴 커피한잔과

쓴웃음을 짖는 나

////////

시평: 커플들은 왜 그렇게 커피를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전 살면서 커피라곤 기껏해야 편의점 레쓰비 칸타타밖에 몰랐는데, 처음 사귄 여자친구랑 다니면서 마신 커피만 해도 족히 50잔은 되는 것 같네요. 직접 겪은 저도 당시에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덕택이라고 해야할까요. 커피는 사랑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진행중인 사랑의 단맛만 담긴게 아니라 끝나고 나서 씁쓸해진 사랑의 잔해마저 들어 있죠.

분명히 커피는 잘못이 없을텐데. 언제나 마신 것처럼 달고 쓰고 은은했을텐데. '커피 한잔' 하면 생각나는 연인의 통보를 들은 화자는 이제 커피를 입에 대질 못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2. 조씨아조씨님의 '고희'

https://m.fmkorea.com/3209639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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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락거리는 김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대와 함께했던 자리가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어색함을 피하고자 연거푸 잔을 들어보지만

너무나 뜨거워 목을 축이지도 못하는 이것이 참 야속했어요.

그대도 나와 같았겠지요.


뜨거운 어색함이 따스해질 무렵

즐거움에 취해 이것이 동이 난 줄도 모르고 떠들어댔었죠.

그대도 나와 같았겠지요.


식어버린 이것만큼이나 익숙해졌을 땐

마실수록 갈증만 나는 이것이 따분하기만 했어요.

그대도 나와 같았을까요.


어느덧 이 기억도 씁쓸한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그대와 참 닮았습니다.

////////

시평: 뜨거운 커피가 나오고 나서 식기까지의 과정이 사랑이라면 이보다 더 와닿는 비유는 없을 겁니다. 아까 '왜 커플들은 커피를 좋아라할까'의 대답을 얻은 것 같네요.

세상에 안 그런 일이 있겠냐만은 사랑은 특히나 더 그렇습니다. 하기전에는 막막해보이고, 하고나서는 두근거림에 어찌할줄 모르고, 충분한 시간이 지고나서는 이전만큼 흥미가 동하질 않는... 다 끝나면 기억의 조각으로 변해 쓰라린 추억이 되는 것이죠.

시상 전체가 하나의 은유가 되어 사랑을 그리고 있는 시였습니다. 잘 읽었어요.


3. 시랑꾼님의 '카페인러브'

https://m.fmkorea.com/3212019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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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고것을 처음 접했을 때가 생각이 난다.

고소한듯 달콤향긋한 향기에

홀린듯 빠져들어갔지.


막상 마셔보니 기대완 달라.


뒷맛이 좀 씁쓸하다.

이리 쓴 걸 대충 알았지만

겪어보지는 못했던 나였는데


그 맛을 알고난 지금도

컴컴한 밤을 헤쳐나가기 위해

피로한 삶을 살아나가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뜨겁고 진한 그대를 들이키네


쓴 맛에 베이고

뜨겁게 데여도

다시금 생각나 찾게되는 게

아마 난 이미 중독됐으리라


커피처럼 다가온

한 잔의 사랑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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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좀 더 멋들어지고 고급진 비유를 쓰고 싶다면 이 시를 참고해보세요. 다른 글들이 따로 떨어진 커피와 사랑을 텍스트로 결부시켰다면 이 글은 처음부터 커피잔에 사랑을 퐁당 빠트려 놓았습니다.

시상에 정답은 없지만 세련된 측면에선 무척이나 훌륭한 시인것 같습니다. 별다른 설명이나 평은 붙이지 않을테니 음미하듯 읽어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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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베스트는 어떠셨나요?

가끔 보면 제가 시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나 인상이 올라온 시의 양상과 전혀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최근엔 그런적이 아예 없었는데 이번엔 완전히 다르게 나왔네요. 아마 요즘 현실에 치여 살고 있어서 그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럼 다음주 베스트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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