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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AN Jan 03. 2021

무인도를 주제로 한 시들

섬, 사람만 없다고 무인도인가.


안녕하십니까, J.HAN입니다.

이주의 베스트 '무인도' 시간이네요.

아무도 살지 않는 땅, 날것 그대로의 자연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 넓은 바다 건너 외딴 데 위치한 섬은 대개 무인도라 불립니다. 사람 손을 타지 않아 티 하나 없이 깨끗하고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자연물들은 다른 풍경보다 깊은 영감을 주지요.

무인도에 사람이 발을 들이면 그 곳은 더이상 무인도가 아니게 됩니다. 단, 그 사람이 한 명이라면 당사자 자신에겐 여전히 무인도일겁니다. 파도소리밖에 들려오지 않는 땅에 자기말곤 아무도 없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그게 '무인'도가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그래도 혼자만 있는 것이 마냥 나쁜 일은 아닙니다. 그 사람이 글을 쓴다면 무인도는 자아 실현에 무궁무진한 도움을 줄겁니다. 사람이 없으니 오롯이 자신에 대해 집중하는 시간도 가질테고요. 난생 처음 보는 자연을 통해 시상을 떠올려 볼 수도 있고, 넓은 모래사장에 주저앉아 바닥을 도화지 삼아 시를 쓸 수도 있습니다.

조용히 자유를 만끽하며 본인과 자연을 탐구할 수 있는 곳. 이렇게 보니 무인도란 곳이 참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힐 걱정보다 이런 감상이 앞서는 걸 보니 전 역시 글쟁이같네요.

그럼 제가 뽑은 3개의 섬을 같이 둘러보러 갑시다.



1.IceForest님의 '무인도'

https://m.fmkorea.com/3285065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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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은 무인도야

모두가 잠든

나만의 외딴 섬

찾아 정처없이

헤매다가 허탈하게

돌아온 새벽을 

뜬눈으로 지새우다가 

새벽은 무인도야

////////

시평: 모두가 잠이 든 새벽에 혼자 깨어 있다면 그 또한 무인도와 다를 바가 없겠군요.

추상적인 의미로 무인도를 떠오르게 만드는 글의 구성과 자신의 정신적인 보금자리를 찾으려 새벽을 보내는 화자의 고뇌가 잘 맞물리는 시입니다.

화자가 수면의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사람들이 사는 육지에 당도할 날이 오길 빌어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2. 산적님의 '자가격리'

https://m.fmkorea.com/3274180661

//////////

우린 각자의 무인도에 산다

사회와 거릴두고

홀로 방안에서

핸드폰의 작은 창으로

큰 세상을 보며

언젠가 와줄 구조에

오늘도 마음에 연기를 피우며

구조를 바란다.


언젠가 다시

이 무인도들이 뭉쳐

큰땅이 되는날을 기다리며

마스크가 막지않는

사람을 만날수있는

삶의 인도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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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코로나로 인해 거리두기를 하게 된 사람들의 모습을 무인도로 표현한 시입니다. 참신한 발상에 읽는 순간 머리가 띵해졌습니다.

시어들의 의미와 비유가 직관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시가 말하고 싶은 바가 무엇인지가 정확히 드러나네요. 작성자분이 어떤 마음으로 시를 쓰셨는지도요.

거리에서 사람의 입술을 못 본지도 꽤 되었습니다. 이 사태가 빨리 끝나길 바라요. 잘 읽었습니다.


3. ㅇㅅㅇㅁ님의 '무인도의 말'

https://m.fmkorea.com/3276447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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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고 사람들은 불쌍하다한다

아무도 닿지않는 외딴 곳에, 사람 하나 없는 쓸쓸한 섬이라고 한다

허나 나는 바다에 닿아있고

이름 모를 풀과 초라한 나무들과 새벽마다 울어대는 작은 벌레들이 있다

밤이 내리는 어둠을 깨뜨리는 눈아픈 도시의 빛도 없고

땅 위에 앉은 새들을 놀래킬 차들도 없고

흘러가는 바람의 길을 막아서는 드높은 빌딩도 없는것이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더라

그러니 나를 보고 불쌍하다 하지 마라

나는 무탈하게 살아간다

///////

시평: 산 속에서 자연과 하나되는 삶을 사는 노인같은 시였습니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만약 땅에 마음이 있다면, 대륙은 섬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크기도 작은 편이고 사람도 별로 살지 않고, 멀리 떨어져 있어 얼굴도 보기 힘든 사이니 아마 서먹서먹하게 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24시간 내내 왁자지껄한 도시들을 이고 사는 대륙은 때때로 섬이 불쌍해 보일지도 모르지요. 넌 외롭지도 않냐? 가끔씩 이런 말을 툭툭 던지는건 그 탓일겁니다.

한편, 섬은 생각이 다릅니다. 오히려 섬은 많은 사람들에게 오랜 세월 시달리는 대륙이 하나도 부럽지 않습니다. 대륙은 바다의 맛과 향을 느끼지 못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느즈막한 시간에 조용히 울려퍼지는 풀벌레 소리도 모를겁니다. 지독한 매연에 코가 멀어 싱그러운 숲의 초록은 있어도 깨닫지 못할 것이고, 건물이 들어서지 않아 편안한 땅의 감촉도 모를겁니다. 차라리 사람은 적어서 적적할지라도 자연과 어울리며 무탈하게 살아가는 자기 쪽이 행복하다. 섬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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