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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AN Jun 14. 2021

초심을 주제로 한 시들

나도 그런 때가 있었어.

안녕하십니까, 제이한입니다. 초심을 주제로 한 이주의 베스트 시간이네요.

초심은 어떤 일을 시작했을 때 처음으로 가졌던 마음가짐을 뜻합니다. 구체적인 뜻은 서로 판이할 수 있지만, 보통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 마음이 해이해졌을 때 초심을 떠올려보라는 말을 쓰곤 하죠. 처음이었기에 올곧았던 마음,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맑은 생각이 정신을 차리게 해주니까요.

그러나 '초심'이라는 관념에 너무 얽매여서는 안됩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각이 변하고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일에 들인 시간도 바뀌고 자기 자신도 바뀌고 일의 내용까지 바뀌었는데, 똑같은 마음을 먹으라는 건 너무 어려운 요구지요.

무슨 일이든간에 '지금'이 '처음'에 비해 부족한 건 한가지 뿐입니다. 바로 의욕이죠. 그 의욕 때문에 처음은 과도하게 미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때는 지식과 노련함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더 힘을 낼 수밖에 없었다는 뒷사정을 우리는 까맣게 잊고 살죠. 미화에 방해가 되니까요.

즉, 초심을 찾는다는 말은 '처음'의 긍정적인 부분만을 뚝 떼오겠다는 뜻입니다. 지금은 초짜 때 했던 실수나 시간낭비를 할 필요도, 할 수도 없으니 말입니다.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초심에 더 구애되는 것 같습니다.

그럼 이번주 베스트에 오른 작품들을 살펴볼까요.


1. RAUL_JZ9님의 '초심'

https://m.fmkorea.com/3650010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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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들으며 써내려간 첫 문장을 잊을 수 없다.

첫 문장에 들인 인고의 시간은 지금도 흐른다.


마감의 압박은 무거웠지만 싫지 않았다.

결과를 기다리면서 쓰는 첫 문장은 가벼웠다.


문장 더미 속에서 어느 게 첫 문장인지 모르고

다음 장을 위해 빠르게 휘갈기는 손


마감은 지겹고

수많은 최후통첩은 이슬같은 눈물을 부른다


처음 들은 노래에 가슴이 저릿해지는 걸 아는가

그 가슴으로 적은 첫 문장이 얼마나 달콤한지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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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제가 처음 적은 글은 10장짜리 단편 소설이었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였죠. 연쇄살인범에게 동생을 잃은 누나가 술에 찌들어 살다가 결국엔 스스로 목을 맨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런 글을 썼는지, 왜 그런 소재를 이용했는지 모르겠네요. 충동적으로 썼다는 점만은 기억에 남는데요.

어찌 됐든 그것이 제가 살면서 처음으로 겪은 영감이었습니다. 이야기를 구상할 때 처음부터 끝까지가 전부 머릿속에 떠오르고, 글을 끝맺었을 땐 온몸의 힘이 다 빠지는 것 같았어요. 중간에 글이 막히는 경우는 몇번 있었지만, 절대 헤매진 않았습니다. 그렇게 글을 쓰는 과정이 정말로 즐거웠어요. 작품 내용은 어두웠지만 지금 이 이야기가 내 손에서 탄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뿌듯했습니다. 그 뒤로 글의 소재를 생각하면 영감이 떠오르는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영감을 받는 것은 찰나의 한 순간이지만 그 순간을 글로 풀어내려면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야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창작자들이 펜을 놓지 않는 것은 역시 영감이 떠오를 때의 달콤함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2. 운빨겜전문가님의 '초심'

https://m.fmkorea.com/3649988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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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되돌아보자고 하는 것

되돌아보다가

되돌아보다가

또 되돌아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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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많은 사람들이 초심을 '마음가짐을 다잡는 기준점'으로 삼습니다. 되돌아보고, 되돌아보고, 계속해서 처음을 갈구하죠. 하지만 그런 생각이  자신한테 강박으로 작용한다면 그게 과연 바람직한 결과를 낳을까요?

찾아야한다는 마음이 강박이라면 차라리 버려버리자, 때로는 초심에 관한 시선을 달리해야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3. 페드리곤살레스님의 '초심'

https://m.fmkorea.com/3650019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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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초심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내 중심을 다잡아봐도

몇 번이고 고심을 해봐도


그때의 나는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결심했다.

굳이 찾지 않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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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자신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구태여 초심을 돌보지 않습니다.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하거든요. 그리고 또 현재의 상황에 자신감이 있다는 증거기도 하고요.

초심을 찾을 이유가 없는 사람은 과거에 미련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 시원함이 글에서도 드러나네요. 내가 사는 지금에 문제가 없다면, 미래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벅찰테지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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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을 주제로 한 베스트가 이렇게 끝났습니다.

사람은 자기가 하는 일 하나하나마다 각각 초심을 가집니다. 그 중에서 돌아볼만한 가치가 있는 초심은 얼마나 될까요. 도저히 답이 보이지 않는 일은 과거에서 해답을 찾고, 충분히 활로가 보이는 일은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제일 나아 보입니다. 무릇 과거란 이따금씩 의식의 수면 위로 고개를 들어야 균형이 맞는 법이죠.

다음 주에도 좋은 작품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이만 줄이겠습니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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