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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AN Jun 21. 2021

속삭임을 주제로 한 시들

속닥속닥, 이거 비밀이다?

안녕하십니까, 제이한입니다. 이주의 베스트 '속삭임'을 시작하겠습니다.


속삭임, 서로간에 비밀스런 얘기가 오가는 행위죠. 그 내용이 무엇이든 속삭임은 조용하고 아담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속삭이는 사람과 속삭임을 듣는 사람은 둘만이 아는 정보가 생겼다는 사실을 기뻐하고, 그것을 인연의 증표라고 여깁니다. 반대로 속닥거리는 둘을 보는 다른 이들은 의문과 소외감을 느끼겠죠.

보통 문학에선 속삭이거나 속삭임을 듣는 쪽이 소재로 더 많이 쓰입니다. 내용 전개가 쉽고 의미와 뜻을 전달하는 것도 직관적으로 표현이 가능하니까요.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밀을 알고 싶어하지 모르는 쪽에 서려하진 않잖아요. 자기가 읽는 작품에서도 제 3자의 외로움을 겪고 싶진 않을테고요.

속삭임은 따뜻하고 비밀스러운 한편으로 차가운 단어입니다. 누군가와의 관계를 견고히 한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다른 사람한텐 상대적으로 멀게 대한다는 뜻이니 말입니다. 그러니 속삭임의 두 색깔 중에서 어떤 색을 강조할지는 여러분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그럼 이번주 베스트에 오른 작품들을 소개하겠습니다.


1. 운빨겜전문가님의 '속삭임'

https://m.fmkorea.com/3661169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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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봄날에 벚꽃나무를 보았다

낮은 키에 수려한 꽃잎을 잔뜩 자랑하고 있었다

그 꽃을 눈에 아로새기며 벚꽃나무를 지나쳐 가려하는데

소리가 들렸다

봄의 소리가 들렸다

벌들이 윙윙거리며 꽃 사이 꿀을 찾는 소리

그 벌들의 날갯짓에 펄럭이는 꽃잎의 소리

그 때 봄이 나에게 속삭였다

봄의 경치도 좋지만

봄의 소리도 들어보라고


봄을 한발짝 더 즐길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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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청각은 시각에 비해 무뎌지는 빈도가 더 많습니다. 시각은 하루의 3할을 수면으로 쉬게하지만 청각은 자는 와중에도 열려있죠. 물론 평소에 생활할 때는 시각이 더 많이 쓰입니다. 청각보다 정보를 얻기가 더 쉬우니까요. 그래서 눈을 뜨고 있을 때는 청각이 무뎌집니다.

화자도 그랬습니다. 눈으로만 벚꽃을 보고 지나가려다   봄이 보내온 속삭임에 무뎌진 청각이 깨어났죠. 봄을 눈으로만 즐기는 건 이 계절에 대한 아주 막대한 손해야. 늘 열려 있는 귀로 느껴봐. 찬란한 봄을. 봄의 구애에 화자는 봄이 더 좋아졌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2. 달그밤님의 '속삭임'

https://m.fmkorea.com/3665745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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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을 떠도는

수많은 속삭임때문에

가슴속에 쌓인

수많은 속삭임들

너무 뜨겁지만

내뱉을수는 없다

속삭임이  

속삭임이 아니게  

될테니까

오늘도

밤공기에

속삭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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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사람이 너무 흥분하면 소리를 작게 내려해도 어쩔 수 없이 크게 나오는 때가 더러 있죠. 흥분한 이유가 무엇이건 감정의 격류는 이성과 실용성보다 욕망을 더 중시하게 만듭니다.

속삭임은 듣는 이에게 '말함'으로써 밖에 나오는 것입니다. 즉, 청자가 없다면 속삭임은 성립되지 않죠. 그리고 화자 역시 아무도 없는 곳에서라면 내뱉고 싶은 충동을 참고 어둠 속에 흘려보낼 수 있습니다.

남에게 말하면 소리가 크게 나와 속삭임이 아니게 되고. 그렇다고 밤공기에 태워보내면 그냥 읇조림이 되어버리죠. 어떤 선택을 하든 미완의 속삭임은 미완으로 남겠지요.

잘 읽었습니다.



3. 량이해님의 '관계'

https://m.fmkorea.com/367389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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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그대에게 그대는 너에게


 너희들은 서로 속삭인다


 아무도 들어선 안될 것처럼 조용히


 그러곤 서로 웃는다


 그 속삭임에 나는 끼지 못한다


 그저


 서로 속삭이는 너희들을 


 바라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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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이 시는 속삭임을 지켜보는 입장에서 쓰인 시입니다. 굵은 실로 이어진 두 사람은 화자를 떨어뜨려놓고, 아니, 처음부터 신경조차 쓰지 않고 밀어를 서로에게 속삭입니다.

잘못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두 사람은 화자를 일부러 밀어내지도 않았고 화자는 억지로 두 사람에게 다가가지도 않았습니다. 가해자와 범인은 없고 오직 피해자만 처연하게 서 있는 상황. 부럽고 질투도 나지만 그걸 행동으로 옮기진 못합니다. 그러면 두 사람은 화자로부터 아예 도망쳐버릴테니. 그래서 그는 바라만 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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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베스트는 어떠셨나요? 사실 어떻게 보면 글도 글쓴이와 읽는이의 일방향적인 속삭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 속삭임은 여러분의 귀에 잘 들어갔을까요. 그걸 알지 못하는 게 아쉽습니다.

다음주에도 좋은 작품을 소개하러 오겠습니다. 이만 줄이겠습니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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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저의 첫 브런치 북 '새벽에 발견한 희망'이 나왔습니다. 많이 읽어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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