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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AN Jun 06. 2021

허무를 주제로 한 시들

공허한 마음, 무기력한 몸


안녕하십니까, 제이한입니다. 허무를 주제로 한 이주의 베스트를 시작하겠습니다.

허무는 무언가의 실체나 의미가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애초에 아무것도 없는 것과는 조금 다르게 언뜻 보면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안이 비어 있다는 개념입니다. 그냥 무(無)와 허무(虚無)의 차이죠.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허무를 느끼려면 있던 가치가 어느 순간 사라져야 합니다. 실제로 가치가 있었든 없었든, 적어도 사람의 생각만은 변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사물과 관념에 대한 생각은 실체보단 인식이 더 크게 작용하니까요.

이번 베스트는 글에서 허무감과 허전함이 잘 드러나는 글을 위주로 선정했습니다.

그럼 이번주 베스트에 오른 작품들을 살펴볼까요.

1. noctchil님의 '허무'

https://m.fmkorea.com/3622916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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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전한듯 비어있는 나의 마음

무 심한듯 잘지내는 너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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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쏟았던 시간들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면 당사자의 마음은 허해집니다. 거기다 상대방이 별 힘든 기색 없이 잘 살면 허무감은 더 커지죠.

심리적인 허무함을 잘 나타낸 시였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2. 끝없는갈증님의 '그'

https://m.fmkorea.com/3627758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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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칠십 년을 살았다


성묘 걸음이 끊기는데

십년이 걸렸다


그 후에 풀이 덮이기까지

일년도 걸리지 않았다


까마귀가 크게 울었다


까치 하나 없이

까마귀만 그곳에서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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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죽은 사람이 완전히 잊혀지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다만, 떠올리는 빈도가 가면 갈수록 적어지긴 하지요. 그리고 그 빈도가 낮아지기 시작하면 완전히 발길이 뚝 끊기는 것도 금방입니다.

무덤을 찾는 사람이 없어지고 까마귀만 남겨져 울기까지 걸린 시간이 약 1~2년. 이 기간은 '그'가 살아온 70년과 성묘가 이어진 10년의 가치를 모조리 '허무'로 바꾸기에 충분한 밀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분명 '그'의 지인에게 그를 아느냐고 물어보면 기억은 할 겁니다. 근데 그게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이제 그가 묻힌 무덤의 주인은 까마귀가 되어버렸는데.

잘 읽었습니다.



3.한색바다님의 '하루의 끝'

https://m.fmkorea.com/3630548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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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하루의 끝에서

오늘의 나에게 질문을 했다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해내지 못했다



 긴 하루의 끝에는

무엇하나 남아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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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가끔 낮 12시 가까이까지 자다 일어난 주말에 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벌써 하루의 반이 지났네. 너무 아깝다'. 아침 8시쯤 잠깐 깼을땐 12시까지 잘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했는데. 막상 자고 일어나니 시간을 너무 의미없게 보낸 것 같았죠.

다른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은 알차게 하루를 보내야지, 하고 다짐한 날도 자기 전에 되돌아 보면 알찬 것과 거리가 먼 때가 많았습니다.

달리 생각해보면 우리는 자기 행동의 기대치가 너무 높은게 아닐까요. 고작해야 하루인데. 그 하루를 생각한대로 알차게 보내도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 같습니다.

하루 정도로는 성과에 대한 긍정적인 대답을 기대하지 말라는 세상의 깊은 뜻인지도 모르죠. 하루하루 끊어서 생각하지 말고, 일을 멀리 내다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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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에 관한 이주의 베스트가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재밌게 읽으셨나요? 주제에 따라 허무한 글이 되지 않았기를 바래요.

이제 슬슬 선풍기와 에어컨을 꺼낼 시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모두 더위 조심하시고 최대한 시원한 여름 보내시길.

다음주에도 좋은 작품들로 찾아뵙겠습니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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