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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AN Jun 27. 2021

평등을 주제로 한 시들

결국 세상 모든 것이 다...


안녕하십니까, 제이한입니다. 평등을 주제로 한 이주의 베스트 시간이네요.

평등은 인간의 존엄, 권리, 인격, 가치, 행복 등에 있어 차별이 없는 상태를 일컫습니다. 다양한 방면에서 쓰이는 말이지만, 흔히 평등이라고 하면 자유에 바탕을 둔 평등을 많이 떠올리지요.

그래서일까요. 평등은 어디에 갖다붙여도 담론의 주제가 될만큼 포괄적인 단어입니다. 평등이 불러오는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 99퍼센트의 똑같음 속에서 돋보이는 1퍼센트의 다른 점, 평등을 통해 환기되는 보편적인 가치. 우리에게 생소한 개념이든 생각이든 평등은 그것들을 모두 같은 출발선에 서게 합니다.

그럼 이번 주 베스트는 어떤 평등을 글로 표현했는지 같이 살펴볼까요.


1.sakgofbd님의 '처음엔'

https://m.fmkorea.com/3677647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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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

처음엔

다 똑같았다.


순수의 형태로

세상에 나타난  

처음의 너와 나.


그러나 조금씩

변해가고

뒤틀리며

왜곡되는

우린


더이상 이 세상이

평등하게 설계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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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미덕이라고 여겨지는 가치는 대개의 경우 삶에서 찾기 힘든 것이 많습니다. 부족하기 때문에 존재에 귀한 가치가 붙고, 미덕이라 떠받들어지는 것이죠.

평등은 궁극의 순수성을 내포합니다. 평등이라는 말에 담긴 순수함 때문만이 아니라 평등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순수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순수가 평등의 진실함을 증명해주진 않습니다.

순수함의 필터로 바라봤기 때문에 세상이 평등한거라면 원래 세상은 평등하지 않다는 말이 됩니다. 진짜로 평등하다면 누가 봐도 그렇게 보여야지요. 사람이 살면서 왜곡되는건지 세상이 점차 변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요.

잘 읽었습니다.



2. 에펨은처음인데님의 '자연의 평등'

https://m.fmkorea.com/367699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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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평등


평범한 들판에 나부끼는 초록 풀잔디들

그곳 바람은 그들 모두에게 고루 미쳐있었다

들이치는 번개마저 나른했을 것이다

아침은 밝고 밤은 무참히 어두워

배고프면 먹고 배부르면 도망다니던 시절

누군가의 죽음이 누군가의 비애가 되지 않았던

그래서 이행한 단 하나의 질서

다만 의심은 없었다

그 모두가 자연 속에 스미려는

태엽의 쫑쫑거림, 그로써 자리한 생명

조용히 관조하는 대자연의 늪에서

풀은 온종일 바람에 나부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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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자연의 법칙은 모두에게 평등하다. '자연스러움'을 본질적으로 파헤쳐서 보여주는 시였네요.

사실 사람의 시선에서 본 자연은 평등과는 거리가 멉니다. 약육강식과 도태가 빈번히 일어나는 야만스러움이 만연히 퍼진 공간이니까요. 하지만 자연의 모두가 동의했다면 그 구조는 무엇보다 평등하게 잘 짜여진 모습일 겁니다. 넓게 보면 우리 인간도 옛날에는 자연의 구성원이었으니 말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3. 달그밤님의 '평등'

https://m.fmkorea.com/3690207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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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이 있고 없고

돈이 있고 없고

인연이 있고 없고

운이 있고 없고

끝이 있고 없고

모든것은 있고

없다

그래도 죽음은

모두에게나

평등하게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는

알 수 없다

다만 있는 것이다

언젠가 다가오는 것이다

죽음 앞에서

우리는 숙연하기도 하고

울부짖기도 한다

언제나 죽음은

곁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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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모든 운명론적 비관에는 죽음이 버티고 서 있습니다. 살면서 겪는 온갖 불평등도 '죽음의 평등' 앞에서는 죄다 의미가 없어지지요. 죽음 앞에서 어떤 마음을 가지든 결과는 바뀌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은 궁극적인 평등을 모두에게 안길 수 있죠.

어쩌면 세상은 평등하다는 말은 '끝에는 모두가 다 죽으니 평등하다'는 뜻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다고 삶에서 찾는 의미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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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베스트는 어떠셨나요? 흥미롭게 읽으셨다면 좋겠습니다. 평등은 너무 방대해서 처음에 글의 틀을 잡기가 어려운 단어였습니다. 쓰는 보람이 느껴지긴 하지만 매주 이런 주제를 선정하고 싶진 않네요.

다음 주 베스트에도 좋은 작품들을 소개하러 오겠습니다. 이만 줄이겠습니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아, 저의 첫 브런치 북이 나왔습니다. 시집같은 책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많이 많이 읽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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