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60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 서른 살, 혹은 세 번째 스무 살이라고도 하지만 아무리 돌려 말해도 60년을 살았다는 거죠. 문제는 세월이 지났다고 저절로 어른이 되고 저절로 할머니가 되지는 않는답니다. 몸은 중년을 지나 여기저기 낡아서 삐그덕 거리지만 마음은 청춘 언저리 어디에선가 방황하고 있네요.
운전 중에 라디오에서 옛날 노래가 나옵니다, 81년도에 나왔던 번안곡입니다. “아빠의 말씀”
청아한 아이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빠 언제 어른이 되나요? 나는 정말 꿈이 커요. 빨리 어른이 되야지”
“그래 아가, 아주 큰 꿈을 가져라. 안 된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요. 암 되고 말고. 넌 지금 막 시작하는 거니까“
굵고 부드러운 최불암씨의 목소리가 나오는 순간 울컥 눈물이 나왔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돌아가신 아빠 생각이 나서일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내게도 누군가 그렇게 얘기해 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어른이 있었다면.
나는 어릴 때 꿈이 있었던가. 꿈이라는 거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도 내 꿈이 뭔지 물어본 적이 없었죠. 내가 뭘 하고 사는지 조차 관심있는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어른하고 이야기해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누군가 나에게 질문을 해주고 내 생각을 들어 주는 어른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아직도 내 안에는 어른아이가 삽니다. 누군가 안아주기를 바라는 아이가 있어요. 아직도 미래가 불안하고 아무 때나 울고 싶은 아이가 나와 함께 삽니다. 이제는 내가 어른이 되었으니 그 아이를 안아주어야겠지요.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도 잘 살펴보고 말입니다.
내가 나보다 젊은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응원해주는 일을 좋아하는 이유도 아마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도 없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필요할 때 뛰어와서 자기 고민을 털어놓고 위로 받을 수 있는 사람이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세상에 나를 믿어주고 응원하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으면 팍팍한 세상살이가 조금이라도 덜 힘들지 않을까하는 혼자만이 생각입니다. 바쁘고 편안할 때는 찾을 일 없겠지만요.
오늘은 나의 어른아이에게 말해줘야겠습니다.
“아직 늦지 않았어. 지금부터라도 네가 원하는 것 다 할 수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