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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도 알아요

아이들도 알아요     

  집안 분위기가 무겁지만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꼬마는 눈치를 보다가 그 말은 꺼내면 안 되는 거로 생각했다. 나중에서야 알았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꼬마는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도 외할아버지가 언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모른다. 

  어렴풋이 어릴 때 외할아버지를 본 것 같기도 하다. 언제부터 외할아버지의 존재가 슬며시 사라졌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엄마가 어렸을 때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새엄마가 들어오고 엄마는 이복동생들이 생겼다. 그래서인지 외가와 왕래가 잦지 않았다. 왜 물어볼 생각도 못 했을까. 외할아버지는 원래 없던 사람 같았다. 아무도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      


  가정 대부분에서 그러할 것이다. 가족 중의 누군가 먼저 떠나면 그 사람의 이름은 금지어가 된다. @는 초등학교 때 사고로 동생이 세상을 떠났다. 중학교 때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러나 그 사건 사고에 대해서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았다. 엄마한테도 아버지에 관해서 물어볼 수 없었다. 그냥 언급을 회피하며 서로 괜찮은 척하며 세월이 지났다. 답답한 집을 빨리 떠나고 싶었던 @는 일찍 결혼해서 외국서 살게 되었다. 모든 가족에게 상처가 남을 뿐 아니라 대화를 피하다 보니 관계도 망가진다. 이제 나이가 들어서 서울로 돌아왔지만, 엄마와는 편하게 아버지 얘기를 할 수 없단다. 가끔 엄마와 식사도 하고 얘기도 하는데 처음이라고 했다. 엄마와 그렇게 대화를 해보는 것이. 이제라도 서로 하고 싶은 말을 하고 가슴에 묻어둔 말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어른들은 아이에게 죽음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서 피하거나 말해도 모를 거라고 무시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말도 못 꺼내고 입을 다물어 버리고 만다. 엄마는 아이들을 위해서 살아야 하니까 굳세게 버텨야 한다. 서로 그렇게 괜찮은 척하다가 마음에 병이 든다. 


 가족을 먼저 떠나보낸 상실이 제대로 된 애도를 통해서 치유되지 않고 트라우마로 남게 된다. 어릴 때 아버지를 잃은 한 여자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커서 자기는 결혼도 하지 않겠다고 한다.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만들면 언젠가는 자기가 떠날 때 상대방에게 그런 아픈 상처를 남길까 봐 두려워서이다. 연애도 하지 않고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들 외엔 사적인 인간관계를 거의 만들지 않고 살아간다. 나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저리게 그녀가 외로워 보였다. 사람을 만나는 일도 떠나보내는 일도 조금 편해진다면 좋겠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들은 생각이 깊다. 나름대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아이 눈높이에 맞는 죽음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어른도 아이도 솔직하게 감정을 이야기하고 충분히 슬퍼할 수 있어야 한다. 울고 싶은 만큼 울게 해주자. 슬픔을 씻어 낼 수 있게. 서로를 안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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