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성장하고 교육받은 30년과 직장생활을 하며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결혼하여 일가를 이룬 25년이 지나간다. 이제 나는 다가올 30년을 긴장된 마음으로 준비한다. 가벼운 어깨와 성숙한 시선으로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아가는 작가의 시간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아마도 그 출발은 2020년 6월의 브런치 첫 글쓰기가 될 것이다.
브런치 작가로 승인받고 글을 작성한 이후, 나의 일상은 근본적으로 변했다. 무심코 지나치던 주위의 모습들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어렴풋이 알고 있던 사실은 구글링으로 정확하게 이해하고 분석하고자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확인하는 브런치의 '구독'과 '하트' 수치는 내 몸속 아드레날린과 세로토닌 분비량을 좌우하곤 했다. 따뜻한 감수성과 날카로운 분석력을 겸비한 우리 시대의 '진정한 작가'가 되려는 나의 분투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브런치에 처음 글을 올린 순간의 희열을 나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유럽 공원을 주제로 쓴 이 글은 지금까지도 많은 분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나의 글 랭킹 톱 10 안에 당당히 자리 잡고 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연구보고서와 전문서적을 출간한 경험은 있지만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편하게 읽힐 수 있는 작품을 집필한 경우는 처음이기에, 모든 것이 낯설고 조심스러웠다.
그런 나에게, 아내와 딸은 제1독자로서 날카로운 비평가이자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기꺼이 해주었다. 이들은 불친절한 문장과 표현, 난해한 설명과 애매한 결론을 가차 없이 지적했고,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수정했다. 한 편의 글은 보통 대여섯 번의 퇴고를 거쳐 발행했는데, PC에서 작성한 글을 모바일 화면으로 보면 희한하게 고칠 곳이 눈에 잘 띄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할 수는 없다. 글을 쓰기 시작할 무렵에는 세 가지 정도의 소재가 머릿속에 담겨 있었다. 유럽 생활을 주제로 만든 브런치 매거진에 차례차례 완성된 글을 발행했다. 그다음 소재를 뭘로 정할지 산책을 하며 곰곰이 생각하고, 침대에 누워 한참을 고민하다 보니 어느 순간 다양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생각날 때마다 키워드로 목차를 작성하고, 관련 자료를 검색했다.
처음으로 브런치 메인에 오르고 다음 포털에도 게재되어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한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
나는 일주일에 평균 2편의 글을 작성한다. 잘 나갈 때는 이틀에 하나꼴로 발행하기도 하지만, 아이디어가 잘 안 떠오르거나 바쁜 일이 생기거나 하면 간신히 1편을 쓰곤 한다. 그런데 같은 매거진에서 비슷한 스타일의 글을 계속 쓰다 보니 지루함에 빠지고 흥미를 잃게 되었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내가 채택한 방식은 진지한 시사 칼럼을 대여섯 편 쓰고 나면, 가벼운 감성 에세이를 대여섯 편 쓰는 식으로 번갈아 작성하는 것이다.
앞으로 30년 동안 1년에 최소 1권 분량의 글을 작성해서 총 30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는 것이 나의 그랜드 플랜이다. 가급적 인쇄본 형태의 종이책이길 바라지만, 전자출판도 좋고 브런치 북도 괜찮다. 유튜브가 상징하듯이 5분 이내의 동영상 콘텐츠가 대세인 세상에서, 두툼한 서적을 참을성 있게 읽는 사람은 이제 갈수록 보기 힘들 것이다. 아날로그 음반이 디지털 음원으로 바뀌었듯이, 전통적인 출판인쇄 시장도 새로운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새로운 환경에 발맞추려는 노력은 글쓰기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몇 권의 책을 발간한 경험이 있고 자기 글에 대한 나르시시즘이 제법 강한 나는 브런치에 올린 내 글을 많은 사람들이 읽고 좋아할 줄만 알았다. 물론 몇 편의 글이 다음과 카카오톡탭 등 포털에 올라가면서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기대했던 것보다 저조한 반응에 의기소침해진 적이 더 많았다.
해답은 이른바 MZ세대인 우리 딸이 해준 조언에서 찾을 수 있었다. 자신의 글을 올리고 가만히 기다리지만 말고, 다른 사람이 쓴 글도 적극적으로 읽고 '구독'과 '하트'를 아낌없이 누르라는 것이다. '하트'를 누르는 행위에는 정말 당신 글이 마음에 든다는 감탄과 함께, 당신에게 호감을 표시한 나에게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적극적인 소통이 담겨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하여 나는 매일 틈만 나면 브런치 나우와 피드에 들어가 다른 작가의 글을 열심히 읽고 '하트'를 누른다. 내가 정성을 보인 만큼, 나의 글을 읽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실제로 늘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예외는 있다. 매거진이 아니라 그냥 무작위로 올린 글, 너무 짧은 글이나 사진 위주의 글, 본인을 홍보하는 글에는 차마 좋아한다는 표시를 하기 어렵다.
브런치에는 서평뿐만 아니라 영화, 미술, 음악 등 다른 장르의 콘텐츠를 비평하고 소개하는 글들이 많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프로모션과 연계해서 다양한 오리지널 작품을 평가한 글도 종종 만나게 된다. 그런데 글의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감탄할 정도로 깊이 있는 분석과 여운이 남는 해석이 담긴 글이 있는가 하면, 줄거리를 요약한 단순 소개 수준의 글도 있다. 굳이 스포일러까지 하며 광고성 글을 올릴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다.
카카오 브런치와의 만남을 통해 나의 글쓰기는 매일 발전하고 있다
이왕 지적하는 김에 브런치 홈에 주로 실리는 글에 대해서도 한마디 해야겠다. 브런치에는 재능과 열정을 갖춘 훌륭한 작가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의 작품을 브런치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메인화면에서는 발견하기 힘들다. 정작 그곳에는 제목으로 어그로를 끌거나 집안의 시시콜콜한 이야기와 블로그 수준의 음식 만들기로 조회수를 올린 글들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브런치 에디터의 별 고민 없는 게이트키핑까지 더해져서 상황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나에게 브런치는 글쓰기의 테스트베드다. 막연하게 구상만 하고 실제로 글을 쓸 용기가 없었을 때, 브런치라는 훌륭한 플랫폼이 내 곁에 다가왔다. 브런치의 다양한 편집 기능과 맞춤법 검사가 있기에 한 편의 완성된 글을 편리하게 만들 수 있었다. 네이버와 양대산맥을 이루는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키워드 검색을 통해 나의 글을 검색하고 참조하는 사람이 계속 늘고 있다는 점도 고마운 일이다. 조금 더 노력하고 분발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엠넷의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를 보면, 지난 회차 때 실력이 부족해서 탈락한 참가자가 놀라울 정도로 성장하여 재도전 끝에 극적으로 우승하는 경우가 많다. 브런지에서 작가로서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는 나 역시 시간이 흐르고 해가 바뀔수록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 언젠가 많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그날을 위해, 오늘도 나는 노트북을 펼쳐 들고 창작의 시간과 마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