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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영 Jan 23. 2022

그리운 미래

시인 남지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기분 좋은 소식이 있다'는 문장이 떠올랐다. 미래의 일이 그립기도 하고 받은 적 없는 행복이 미리 만져지기도 하는 걸까. 어린이 병원에서 일할 때 한 아이와 자주 창밖을 내다보곤 했다. 비가 오지 않는 날도 장화를 신고 다니는 친구였다. 우린 창가에 앉아 기차가 오가는 걸 바라보거나 비행기가 지날 때를 기다렸다. 기다리면 기차와 비행기는 어김없이 지나갔고 아이는 기뻐했다. 당연하게 일어나는 일이라 여겼던 나도 기차가 달리면, 비행기가 날면 어느새 기쁨을 느끼게 됐다. 무엇이 사람을 기쁘게 할까. 지루한 기다림이 아니라 간절한 기다림이라야 할까, 그렇다면 시 쓰는 나의 기쁨은 어디만치 달아났을까. 당도하지 않은 일을 그리며 간절하게 쓰고, 기쁘고 싶다. 달그락거리는 장화를 신고 복도를 걷던 그 친구처럼.






필사3일 2022.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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