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다정하게

박웅현의 시 강독 / 박웅현 글

by 지영

<필사>

대학 본관 앞

부아앙 좌회전하던 철가방이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저런 오토바이가 넘어질 뻔했다.

청년은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막 벙글기 시작한 목련꽃을 찍는다.

- 이문재, <봄날> 중에서 -


아무도 주목하지 않을 장면입니다. 대부분 배달하는 오토바이에 대한 인상이 그리 좋지 않죠. 거칠고 위험하게 운전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이 배달 기사에 대한 시인의 시선도 처음에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대학 본관 앞은 많은 학생이 걸어 다니는 곳인데 그런 곳에서 배달 오토바이가 “부아앙”소리를 내며 좌회전하다가 “급브레이크”를 밟았어요. 심지어 그러다 넘어질 뻔했고요. 부정적인 시선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납니다. 이 배달 기사인 청년이 오토바이를 세우고 휴대전화를 꺼내서 막 봉오리가 맺히기 시작한 목련 꽃을 찍는 겁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배달하겠다고 급하게 오토바이를 몰던 사람이 왜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았나 했더니 꽃 사진을 찍으려던 거였어요. 배달하는 청년에게도 꽃을 주목하는 시선이, 봄을 맞는 마음이 있는 것이죠. 저는 청년의 이런 순간을 시적인 순간이라고 봅니다.

제가 느끼기에 또 한 가지 시적인 순간이 있다면 그 장면을 잡아낸 시인의 시선입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청년의 모습을 보고 아, 저 배달하는 청년 안에도 꽃을 발견하는 시선이 있구나, 너무 예쁘다, 하고 잡아냈으니까요.



<단상>

잘 살기 위한 방법 중 하나, 계절을 잘 느끼기~~

그래서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 작은 풀과 꽃과 나무를.


아침 운동 마치고 돌아오는 길, 환하게 웃고 있는 작은 꽃이 홀로 피어있었다. 너무 기특해서 다가갔다. 매화꽃이다. 벌써 다 지고 너 혼자 남았구나, 싶어 철렁했다. 마른 수염처럼 남은 꽃술을 품고 분홍꽃잎은 시든 채, 가지가지에 매달려 있었다. 피었다 졌지만, 그래서 매화꽃은 또 꽃이었다.


‘넌, 막내구나’ 귀엽게 혼자 피어있는 마지막 매화꽃 하나가 내 걸음을 붙잡았다.

"혼자서도 이리 방긋거리니, 너의 밝음과 씩씩함이 고마워 나도 따라 웃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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