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파(河童)는 강과 연못에 산다. 물가를 벗어나지 않는 요괴다. 그런데 도시 한복판에서도 종종 모습을 드러낸다. 도쿄 최대의 주방 도구 거리로 불리는 갓파바시가 대표적이다. 이름만 보면 갓파와 얽힌 이야기가 있을 법하지만, 유래는 다르다. 이 일대는 한때 비옷인 갓파(合羽)를 만들고 말리던 동네였고, 지역의 산업이 지명으로 남았다. 발음이 같다는 우연 위에, 상인들이 갓파를 끌어와 얹었다. 강에 살던 요괴가 상점가의 얼굴이 되었다. 시장 입구에는 황금색 갓파 조형물이 서 있다. 복을 끌어오기 위해, 초록 대신 황금색으로 바뀌었다.
갓파(河童)는 말 그대로 ‘강에 사는 아이’라는 뜻이다. 이름만으로도 성격이 어렴풋이 드러난다. 일본 민속에서 갓파는 강과 연못 근처에 머물며, 아이들이 물가를 조심하도록 일깨우는 요괴였다. 장난을 치고 사람을 곤란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예의와 약속은 어기지 않는다. 인사를 받으면 반드시 되돌리고, 약속을 맺으면 끝까지 지킨다. 위험을 알리면서, 질서를 가르친다.
갓파를 허구로만 치부하기엔, 이야기가 깃든 장소가 구체적이다. 예전에는 여름이면 아이들이 강이나 연못에서 놀다 목숨을 잃는 일이 적지 않았다. 생활과 맞닿아 있던 물가는 가장 위험한 공간이기도 했다. 위험을 그대로 설명하기보다 “거기엔 갓파가 살아서, 물에 들어가면 잡아간다”라고 말하는 편이 아이들에게는 더 강하게 남았을 것이다. 물의 위험은 갓파라는 얼굴을 얻었다.
갓파의 형상은 지역과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대체로 초록빛 피부에, 머리에는 물을 담아두는 둥근 접시가 있다. 접시의 물이 쏟아지거나 마르면 힘을 잃는다는 설정 덕분에, 인간이 기지를 발휘해 갓파를 따돌리는 이야기도 많다. 물속을 능숙하게 헤엄치고, 강과 연못을 무대로 움직인다. 사람에게 장난을 걸다가도 예의를 지키는 앞에서는 쉽게 물러선다. 짓궂고 고집스럽지만 어딘가 허술하다. 그래서 두려움의 대상이면서도, 끝내 미워하기 어려운 전설로 남았다. 위험의 얼굴을 하고도, 어딘가 아이 같은 구석을 지닌 채.
후쿠오카 텐진 지하상가에서 PARCO 백화점으로 오르내리는 에스컬레이터 한가운데, 얕은 물이 흐르는 친수공간이 있다. 그 위에 여러 개의 갓파 조형물이 놓여 있다. 까르르 웃으며 신나게 물장구치는 아이들처럼 보이는데, 머리에 접시가 없다면 갓파인지 알아보기 어렵다. 도시 한복판에서 만난 갓파는 생활 속 상징으로 스며들어 있음을 느끼게 한다. 도시뿐 아니라, 야마구치현의 아키요시도(秋芳洞, 석회동굴)처럼 물이 흐르는 관광지에서도 갓파 조형물이나 캐릭터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등에 있는 거북딱지, 머리 위 둥근 접시, 오리 부리 같은 특징은 강과 연못, 논과 밭을 중심으로 한 농촌 생활과 지역 자연환경이 겹치며 빚어진 모습이다. 그렇게 형성된 갓파는 이야기와 놀이로 전해지며, 위험과 재미, 규범과 호기심을 함께 담은 상징으로 남았다. 갓파는 오이를 좋아하는데, 오이가 들어간 김초밥을 ‘갓파마키’라고 한다. 절인 오이를 파는 반찬가게에서 손으로 그린, 엉성하지만 앙증맞은 갓파 그림을 볼 수 있다. 회전초밥 브랜드 갓파스시의 이름 역시 여기에서 유래했다. 갓파는 요괴라기보다 생활 속에서 더 자주 떠오르는 이미지다.
아마도 많은 한국 사람들은 갓파라는 이름을 갓파스시를 통해 처음 접했을지 모른다. 가게 앞에 크게 걸린 이름 덕분에, 바다 넘어 알쏭달쏭한 요괴가 우리 일상 언저리에 스며들었다. 내가 갓파를 접한 건 하라 케이이치 감독의 2007년 애니메이션 '갓파 쿠와 여름방학을(河童のクゥと夏休み)' 에서다. 영화 속 갓파는 물가를 어슬렁거리며 장난을 부리다가도 금세 풀이 죽는 등 감정이 쉽게 오르내렸다. 그래서 귀엽고 장난기 있으면서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요괴처럼 느껴졌다. 겉모습만 보면 도깨비와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생활 가까이에 있으면서 무섭고도 친근한 느낌만큼은 어딘가 닮아 보였다.
갓파는 전설 속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갓파스시나 갓파바시처럼 가게와 거리의 이름이 되고, 장식과 마스코트로 남아 생활 가까이에 스며들어 있다. 강과 연못의 요괴는 뜻밖에도 도시의 일상 속에서 오래 살아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