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을 위해 때를 기다리며 준비한다는 한시, 劍客(검객)이 떠오르는 날
인공 지능(AI)이 인간의 지능적인 행동을 흉내 내는 기술의 집합이라고 간단히 정의 내려볼 때, 중국 인구 14억 (실제는 더 될 것이지만) 중에 네티즌 인구 10억.
하루에 1인이 데이터 10개만 올린다고 가정해도, 축적되는 데이터의 양은 엄청나다.
AI 5개 분야 중 딥러닝(deep learning)이 필요한 인공 지능 데이터 분야와 응용 관련 분야는 미국을 앞설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 국가 보안 위원회(NSCAI)의 전 구글 회장 '에릭 슈미트'가 10년 내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 발언한 이유 중 하나이다.
오늘 나는 카카오 음(mm)에서 <중국 vs 미국 AI 패권 전쟁 및 현행 AI의 크고 작은 실패 사례들>에 대해 강의를 했다. 두 시간 동안 정말 이론적인 것뿐만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사례들까지 포함해서 열정적으로 쏟아부었다.
국가별 경쟁력 있는 분야가
미국, 중국 : 국방
독일 : Smart Factory
일본 : Robot
영국 : Healthcare로 각각 다른데, 우선 미국과 중국을 중점적으로 정리해 보겠다.
1955년 9월, 한여름 더위가 이어지던 베이징에 미국에서 귀국선을 타고 돌아온 40대 중국인이 도착했다.
그의 이름은 첸쉐썬. 바로 중국 우주개발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존재다.
부친이 국민당 정부 각료였던 첸쉐썬은 캘리포니아 공대(칼텍)를 졸업한 후 2차 대전 당시 칼텍의 제트추진연구소에서 근무했다.
미국은 물론 종전 후 독일의 V2 로켓 기술을 흡수해 당시 세계 최고의 로켓 기술자로 손꼽혔다. 공산화된 중국에 돌아올 생각이 없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돌려보낸 것은 미국이었다.
1950년대 초 불어닥친 매카시즘 광풍은 그를 공산주의자로 몰아붙였다. 5년간 가택 연금 등 핍박에 견디다 못한 첸쉐썬은 아버지의 친구인 천수 퉁이 마오쩌둥 주석 체제에서 고위직에 오른 것을 확인한 뒤 중국 당국에 귀환 의사를 전달했다.
미 정보 당국이 "첸쉐썬은 5개 군단보다 무서운 인물"이라며 강력히 반대했지만, 저우언라이 중국 부총리의 비밀 협상이 통했다. 무엇보다 '빨갱이' 취급에 지친 첸쉐썬의 자진 귀환 의사를 막지는 못했다.
첸쉐썬은 돌아온 후 중국 군부 고위층들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았다. 한국에서 벌어진 '항 미원 조 전쟁'에서 미국의 첨단 무기에 형편없이 당했던 중국 군부는 새 무기에 대한 갈증이 컸다.
그는 곧바로 소장 계급을 단 후 국방부 제5 연구원장에 취임해 '양탄 성' 개발에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1960년대 초반 옛 소련의 도움으로 첫 장거리 미사일 '둥팡1호'를 완성했고, 중ㆍ소 갈등이 심화한 후에는 독자 기술로 1964년 둥팡2호를 개발하는 등 중국의 로켓 기술 개발에 일대 혁신을 일으켰다.
이 같은 첸쉐썬의 중국 귀환 스토리는 세계적으로도 '과학 기술 인재 유출'의 대표적 사례로 첫 손에 꼽힌다.
첸쉐썬뿐만 아니었다. 중국은 지난 1999년 첸쉐썬을 포함한 양탄일성 공훈자 22명에게 훈장을 수여 했는데, 이 중 19명이 해외 유학파였고 나머지 2명도 외국 연구 경력이 있었다.
가진 것 없었던 중국은 애초부터 '자력갱생 위주로 하되 외국의 지원을 확보하고 자본주의 국가들의 기존 성과를 이용한다'는 생각이었고, 이를 철저히 관철시켰다.
결국 올해 6월 15일 중국은 화성 탐사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2033년엔 화성으로 사람을 보낸다고 한다.
중국의 개혁과 개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중요한 사건 두 개를 꼽으라면, 1842년 8월 아편전쟁과 1979년 베트남 전쟁이라고 볼 수 있다. 자존감이 강한 나라들끼리는 서로 알아본다고 해야 할까...
베트남은 지도에 남중국해가 아니라 자기 나라 기준으로 동해(East Sea)로 표기한다.
베트남은 아세안 국가 중 유일하게 중국의 윽박지르기 영토 주장을 또박또박 거르지 않고 논리적으로 반박해왔다.
중국이 거대 군함을 출동시키면 베트남은 작은 군함으로라도 맞섰다. 무릎을 꿇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중국을 거명하거나 공개적 망신은 주진 않는다는 스스로 정한 선을 지켰다. 이런 베트남을 중국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인정하기 싫지만, 중국과 우리나라 역사를 통틀어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잘 살았던 것은 불과 60년 남짓이다. 그중 30년을 내가 이들과 함께 보낸 것 같다.
요즘 중국의 약진하는 모습을 보면, 두렵기까지 하다.
중국은 반도체를 비롯한, AI, 바이오 등 전 분야에 걸쳐서 신년사에서 언급했던 '십년마일검'의 자세로 응하고 있는데, 어떤 목적을 위해 때를 기다리며 준비를 열심히 한다는 뜻의 이 한시를 소개한다.
十年磨一劍(십년마일검) / 십 년 동안 칼 한 자루 갈고 갈고 갈아오며
霜刀未曾試(상도미증시) / 날카로운 칼 실력을 여태 시험 못 했는데
今日把示君(금일파시군) / 오늘에야 부여잡고 그대에게 보이나니
誰爲不平事(수위불평사) / 어느 누가 올바르지 못한 일을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