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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젤라 Sep 13. 2021

나를 찾아 떠난 여행, 러시아

5. 이르쿠츠크에서 바이칼호수

이르쿠츠크는 바이칼호수 남단에 위치한 소도시인데 조용하고 한적한 느낌의 앙가라강변의 일몰과  어디든 사람사는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중앙시장이 가장 기억이 남는다. 

서둘러 얀덱스 앱으로 택시를 불러 예약된 호텔로 향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내려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뭐냐 물으면 당연 샤워일테다. 샤워를 끝내니 마치 하프마라톤을 뛴 것마냥 운동후 샤워의 쾌감이 밀려온다.

말그대로 이제야 살만하다라는 만족감이 든다. 

이르쿠츠크의 정차목적이 바이칼 호수도 있었지만 나름 이 넓은 광활한 대지에서 그야말로 쏟아지는 별빛을 흠뻑 감상하고 싶었다. 

호텔로비에 물어보니 여기서는 그런 걸 볼 수 없다 한다. 역시 도시는 도시라 건물의 불빛으로 내가 기대하는 별빛은 볼 수 없을 거라 한다. 그런 걸 보려면 시골로 들어가야한다는 말에 조사를 더 하고 왔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역에서 내려 중앙시장 근처로 가면 리스크 비양카 마을로 향하는 미니벤(우리나라로 치면 시외버스터미널 같은 곳이다)을 탈 수 있는데 거기서 약 1시간을 달리면 종점인 마약호텔 (현지 발음이 마약이다!)에 내려주는데 여기가 리스크 비양카 마을이고 바이칼 호수가 바로 내 눈앞에 펼쳐지는 곳이다.

여기서는 한 밤에 쏟아지는 별빛도 볼 수 있을 거라 한다.

이왕 숙소를 정하려면 좀 수고스럽더라해도 리스크 비양카 마을로 바로 들어가는 게 나을 듯 하다.

나는 처음 목적이 리스크 비양카마을이 아니라 이르쿠츠크의 호텔에서 알혼섬 데이투어를 기대하고 왔건만 그런 투어가 없다하니 좀 허탈했지만 다음날 차선책으로라도 리스크 비양카 마을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숙소를 리스크 비양카 마을로 정했던 횡단열차 동지들과 다시 만나니 또 다른 즐거움으로 환호했다.

여행에서는 이렇 듯 인연이 주어지는 대로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볼 일 있을까 했던 사람들도 다시 만나니 참으로 반가웠다.

처음으로 마주한 말로만 듣던 세계최대 담수호라는 바이칼 호수를 내 눈앞에 내 손과 발로 온 감각을 동원해서 느껴본다. 겨울에는 이 넓은 호수가 다 꽝꽝 얼어 호수 위를 4륜 구동 투어를 한단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 이게 어떻게 다 얼 수 있단 말인가? 겨울의 바이칼이 궁금해진다. 이렇게 교과서에서 접하던 사진속에 내가 들어왔을 때는 인증샷은 기본이고 현지 사람들의 일상을 담고 요즘같이 좋은 세상엔 핸드폰을 켜서 페이스톡으로 현지의 생생한 장면을 가족과 친구들과 나눌 수도 있다.

심지어 바이칼 호수앞의 시장에서 물건을 고를 때도 유용하다. 페이스톡으로 선물 받을 사람이 직접 고르게 할 수도 있으니 혼자 와도 혼자 온 여행이 아닌 셈이 된다. 요즘 시대 소통이 화두가 되는 것은 서로 서로에게서 공유된 경험이 점점 줄어들고 있으니 대화의 소통은 점점 어려워 지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공유된 경험을 가진 자들끼리 '끼리끼리' 문화는 어쩌면 인간의 본능일른지도 모른다. 공유된 경험이 있으면 연대감을 갖고 다시 말해 친근감을 갖게 되고 자연히 대화가 잘 통할 수 밖에 없다.

역으로 어떤 사람과 소통이 잘 안된다면 공유한 경험의 부족 또는 부재가 아닐까?

우리는 이렇듯 자기 주변의 사람들과 경험을 공유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그건 인간 존재의 생존 방식이기도 하다.

바이칼 호수를 감상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그 중 하나로 얀덱스로 택시를 타고 호숫가를 드라이빙하고 체르스키 전망대로 향한다. 겨울에는 스키장으로 쓰이는데 월요일은 12시부터 리프트를 운행한다 하여 본의 아니게 전망대까지 리프트 아래 길로 트레킹을 하게 되었다.

이 역시 괜찮았던 것은 올라 가는 길에 점점 바이칼 호수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길가에 핀 들꽃도 감상이 가능하다. 드디어 전망대 도착이다. 전망대라 기대를 가질 필요가 없다. 특별한 시설이 있어 전망대가 아니라 말 그대로 바이칼 호수를 전망할 수 있는 곳이다. 이 곳에는 사람들의 Wishties(소망묶음)가 있다. 난 이 곳에서 이 사람들의 wish가 다 이루어지기를 소망해 본다.

다시 마약호텔 앞이다.  그 옆에 동네 시장이 펼쳐진다. 시장의 활기 속에 사람 사는 맛이 난다. 호객 행위도 한다. 다채로운 색깔의 과일가게, 토산품 및 각종 먹을 거리가 코 끝을 자극한다. 바이칼 호수를 마주 하며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어시장에서 오물(현지 발음이 이러함)이라고 하는 생선구이를  맛보는 것이다. 말린 생선들이 늘어선 박스안에 오물이 있다. 오물을 주문하고 바이칼 호수 맞은 편 음료수 가게에서 음료수와 함께 오물을 순삭한다. 언제 내가 이 생선구이 맛을 맛보랴 하는 마음으로 여느 흰살 생선과 별 다르지 않는 아는 맛 그대로의 생선 구이 맛이다.

각 나라의 시장 투어도 참으로 흥미롭다. 우리 안의 유전자속에 시장 문화가 있는 지도 모른다. 내가 수확한 또는 생산한 물품을 갖고 나와 각자 원하는 것으로 바꾸는 물물교환부터 시작해서 돈이라는 가치매김으로 더와 덜을 구별하면서 경제관념이 생겨났으니 말이다. 경제관념은 또 다른 의미에서는 자기만족인 것이다. 최소의 가치로 최대의 만족을 누린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자기만족감! 

상상해보라! 내가 갖고 싶었던 물건을 세일때나 내가 원하는 가격에 샀을 때의 희열감을!

개인적으로 시장에서 흥정을 잘하거나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런 시장 문화는 즐겨 볼 만하다. 어쩜 우리 안의 경제 본능을 일깨워 줄른지 모른다.

그 희열감에 심취된 사람들은 쇼핑중독이 될 수도 있다. 어떤 형태로든 인간은 희열감을 쫒는 존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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