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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말 Dec 26. 2019

'90년대생이 문제다' 라는 오해

'90년생이 온다 / 임홍택'을 읽고


한동안 ‘90년대생’이라는 말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90년대생에 대한 책이 나오고, 인터넷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그렇게 좋은 이야기들은 아니었다. 그러다  ‘90년대생이 온다’라는 책을 추천받았다. 회사에서 리더들이 돌려읽는 것도 보면서 책이 궁금했다.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의 이름만 보거나, 여기저기 거론되는 이야기만 듣다 보면, 90년생들은 마치 외계인 같다. 정말 특이한 사람들인 것처럼 말들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실제로 책에서도 90년생을 비하하거나 문제아처럼 이야기하지 않는다. 문제아가 아니라 생활패턴이나 행동을 하는 방식이 조금 다를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오히려 그들의 행동을 분석하고 이해하려고 한다. 간단한 것, 재밌는 것, 정직한 것을 좋아하는 그들을 분석한다. 왜 이들은 그것들을 좋아할까? 하며 분석하고 이해하려 한다. 결국 그들을 그렇게 성장시킨 것은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환경 덕분이라는 것을 넌지시 던져주며 말이다.


튀는 사람들은 어느 세대나 있었다. 70년대생이든, 80년대생이든 그전 세대이던지.

즉 90년생이라고 해서 모두가 언론에서 거론되는 행동들을 하는 것은 아니란 이야기다. 실제 회사생활,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90년생들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눈치 보고, 할 말 못 하고 사는 것, 모두 똑같다. 90년생들은 어쩌고저쩌고... 오해하지 말자. 튀는 사람은 어느 세대나 있었다.





이 책의 핵심은 그들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나이가 많은 세대라서 너그러이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곧 사회의 주역이 되고 소비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특히나 핸드폰을 들고 태어난 90년 생들은 많은 부분에서 우리랑 다르다. 무엇이든지 사람과의 대면을 통해 해결했던 기성세대들과 다른 환경에서 태어났다. 휴대폰을 통해서 공간의 제약도 시간의 제약도 사람의 제약도 적은 세상에서 살아왔다. 그렇기에 그들의 생활패턴이나 행동하는 방식이 그들의 문제라고 보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주어진 환경이 달랐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마치 사람이 늑대와 살면 늑대인간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기성세대들도 그런 환경이었다면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정작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무서웠던 것은 우리가 예측 못하게 아이들이 성장했다는 것이다. 세상이 발전되고 좋아지고 편리해지면서, PC를 넘어 휴대폰을 쥐고 태어난 아이들이, 스마트한 사회에서, 그것이 당연한 환경에서 성장을 하고 나니 기성세대는 상상도 하지 못할 방향으로 성장해 나갔다. 이런 모습을 볼 때 앞으로 나타날 세대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문제가 될 거라는 게 아니라. 우리 어른들이 대책 없이 아이들에게 특정 문화를 의식 없이 노출시킨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무섭고 두렵다.


그렇게 아이들은 20대에 이르렀다. 우리 어른들이 펼쳐놓은 사회에서 그들은 그들만의 세대를 구축했고 성장해왔다. 어른들은 놀라고 있다. 어른들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생각하고 기대했던 것과 다르게 자랐다. 그런 그들이 이제 사회에 주역으로 올라서려고 하고 있다. 다행히도 지금의 세대는 그들 스스로 정화를 하며 '90년생'이라는 세대를 이뤄내가고 있고 그들만의 장점을 표출하고 있다.


그렇지만 걱정되는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은 깨끗하고 투명한 그들끼리 세대가 유지되었다면 앞으로는 다르다. 앞으로 그들이 겪어야 하는 사회는 이전처럼 깨끗하고 맑지만은 않다. 부패하거나 낡은 이전 세대와 함께 섞여서 생활을 해야 한다. 나는 그들이 그들만의 정체성과 특징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X세대라고 거론되며 사회에 발을 디뎠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 세대의 색깔과 특징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오히려 기성세대와 별로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떨 때는 우리가 정말 듣기 싫었던 '꼰대'가 되어 있는 내 모습을 볼 때도 있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90년 대생들의 특징이라는 간단한 것, 재밌는 것, 정직한 것 이 세 가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이것은 단순히 90년 대생들의 특징이 아닌 것 같다. 왜 이들이 그것들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간단하지 못하고, 재밌지 못하고, 정직하지 못한 것들을 그들에게 자꾸 강요한 것이 아닐까? 우리가 강요하지 않았을까? 기성세대들이 강요한 것이 아닐까?


어떻게 보면 복잡하고 어렵고 정직하지 못한 것이 지금의 사회이자 문화이지 않을까? 반면에 간단하고, 재밌고, 정직하게 라는 세 가지의 요소를 잘 어우르는 것이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러니 '90년생이 문제다'라는 오해는 하지 말자, 그들이야 말로 '우리의 미래이자 희망이다'라는 생각으로 배우고 존중하고 격려해주자.


결국 한동안 우리를 먹여 살리는 것은 90년 대생들 일 테니까.



나와 같은 세대 또한 꼭 죽음이라는 단어를 빌리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낡아 사라지고, 다음 세대로 채워지게 될 것이다. 그 시점이 언제인지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내가 이제는 새로운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세대를 맞이하며 공존의 길을 찾는 일일 것이다.

90년생이 온다 / 임홍택 / 13p / <들어가는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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