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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말 Jul 10. 2020

약 먹을 시간

가슴이 답답해진다. 두근거리는 게 느껴진다. 또 증상이 올라온다. 

큰 숨을 한번 쉬며, 시선을 모니터 구석으로 내린다. 오후 1:05라는 익숙한 숫자가 눈에 들어온다. 


'흐음~ 약 먹을 시간이네'


의자를 뒤로 빼고, 고개를 숙여 가방 앞 지퍼를 열었다. 누가 볼세라 약봉투는 보이지 않게 조심스레 약만 꺼낸다. (내가 다니는 병원만 그러는지 정신과 병원이 모두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약을 병원에서 직접 준다. 약봉투에 병원 이름이 적혀있다.) 그러곤 세 알의 약이든 약봉지를 손에 꼭 쥔다. 


심장이 지금처럼 두근거리는 게. 지금 느끼는 이 느낌이. 정상인 건지? 비정상인 건지? 이젠 잘 모르겠다. 내가 과민반응을 보이는 걸까? 혹시 남 들다 그러는 거 나만 유별나게 이러는 걸까? 


여하튼 하루에 세 번, 시간에 맞춰 꼬박꼬박 약을 먹고 있다. 




벌써 한 달 반이란 시간이 흘렀다. 얼마나 약을 먹어야 할까?


나 : 얼마나 걸릴까요?

의사 : 증세를 봐서 차츰 약을 줄일 거예요 


병원에선 확답을 하지 않는다. 

'그럴 테지. 어차피 증상의 정도 역시 내 말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니까' 

특별하게 눈에 보이는 증상이 있는 것이 아닌 면담을 통해, '지난주는 어떠셨어요?' 같은 간단한 질문 몇 가지로 처방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니까. 


병원을 나오며 약봉투를 열어보았다. 같은 모양 약 세 알. 지난주와 동일하다. 아직 줄지 않았다.


도대체 언제부터였을까?

언제부터 내게 이런 증상이 있는 거였을까?


정말 이번 직장에서 생긴 것일까?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특히 아내한테 미안하다.




문득 기억난다. 10여 년 전에도 가슴이 답답한 적이 있었다. 마치 폐기능의 70% 정도밖에 사용을 못하고 있는 것 같았던 때가 있었다. 가슴이 답답해서 큰 숨을 몰아 쉬는 일이 잦아서였다. 병원에 가서 폐 관련 검사를 받았지만 정상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그래도 왠지 불안해서 담배를 끊었다. 


생각해보니 그때도 폐 관련 문제가 아니라 불안신경증의 일종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당시 나는 군대 전역 후 비정규직으로 공공기관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지만 미래의 진로 문제 등 몇 가지의 스트레스에 노출이 되었던 것 같다.


담배를 끊으며 생긴 금단현상 덕분이었을까?

아니면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난 지금의 아내와 연애를 하느라 그랬을까? 그땐 그렇게 그냥, 별문제 없이 잘 지나갔다.


이상하다. 그 뒤로 더한 스트레스도 있었고 훨씬 힘든 일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고 하지 않았는데. 특별히 건강에 이상을 느낀다거나 병원을 간다던가 했던 적은 없는데...


그렇담 무엇일까? 왜 일까?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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