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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말 Jun 23. 2020

괜찮아, 정신병은 아니랬어

불안장애와 우울장애는 정신병이 아닙니다.


"여보! 우리가 이사온지 얼마나 되었지? 한 7년쯤 되었나?"


우리집은 아파트다. 꼭대기층은 18층이고, 나는 지금 11층 베란다에 서 있다. 이사할 때 난간에 걸쳐놓은 스카이라이프 접시를 보고 있다. 7~8년의 세월에 고정해놓은 나사가 녹이 슬어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에 놓여져 있는 에어컨 실외기가 보였다. 한참을 쳐다 보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 보였고 그 옆으론 주차된 차들이 보인다.

'괜찮을까?'

'한번 흔들어볼까?'

'괜히 흔들었다가 잘 못되는거 아닐까?'

'스카이라이프 쪽에는 전화하면 얼마나 빨리 와줄까?'

'119에다 전화를 해야하는 걸까?'

몇 분이나 흘렀을까? 한 2~3분정도였겠지. 체감하기는 5분이상 이었지만, 분명 겨우 2~3분 정도 였을 것이다. 아님 그것도 안될 수도 있을테고. 



오늘아침 아파트 베란다에서 창밖을 내다보며 해본 괜한 생각이다. 스카이라이프 접시가 떨어져 지나가는 사람이 다치거나 에어컨실외기가 떨어져서 밑에 있는 차량을 상하게 하면 어떻할까? 하는 걱정을 했다. 


'뭐... 그런 생각이야 누구나 다 하는거 아니야?' 라고 생각을 하고 살았다. 그동안은.

누구나 다 그런 생각을 하니까. 

가스밸브를 잠갔나? 하며 다시 들어가 확인하고,

차문은 잠근거 맞지? 하며 다시 돌아가 확인하고 그런일들은 누구나 다 하는 거니까.


그런 생각을 생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꼭 한번 가서 다시 확인 하는 행동을 하는 것을 나는 꼼꼼한 성격, 확실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으로 알고 살았다. 




<불안장애>                                           

만성적으로 걱정, 근심이 많은 병, 그래서 여러 가지 신체적인 증상이나 정신적인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 바로 불안장애입니다. 불안한 느낌이 지나치게, 그리고 광범위하게 나타나며, 다양한 신체증상이 동반되는 되는데, 걱정이나 불안, 근심의 대상이 건강, 경제적인 문제, 실직, 학업성적, 취직 등 구체적인 경우도 있지만, 무엇인가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막연한 느낌처럼 근거가 없는 불안도 있습니다. 불안감 때문에 항상 긴장한 상태에 있게 되고 자율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어 업무에 집중하기 힘들고 일상생활에도 많은 장애가 됩니다. 
일반인구의 약 25% 정도가 불안장애를 경험한다고 합니다. 특히 여성이 남성보다 2배 정도 더 많다고 하며 우울증과 병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출처_'불안장애의 정의' - Daum 백과>




내 문제는 그게 생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신경이 쓰이며 신체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것에 있다고 한다. 불안한 생각들이 들면 다른일에 집중을 못하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목에 이물감이 느껴지고, 소화도 잘 안되는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피로감도 쉽게 느끼고 안절부절할 때도 있다. 


처음에는 단지 회사에서 업무가 나랑 맞지 않아서 그런 걸로만 알았다. 아니 업무가 맞지 않다기 보다는 처음 해보는 일이라서 그런줄 알았다. 잘 모르니까. 자꾸 해보면 괜찮아지겠지. 익숙해지면 괜찮아질꺼야. 그런 생각으로 감정을, 신체증상을 눌렀었다. 


'내가 조금 더 열심히 하면 될꺼야' 일과시간에는 제대로 일을 못하니까, 야근을 하고, 주말 출근도 하며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지. 출퇴근 지하철엔 책을 보고, 하루에 만보씩 걷기도 하고, 틈틈히 글도 쓰며 그렇게 지냈다. 그렇게 남들보다 뒤쳐진 시간을 쫗아가고 싶었다. 따라가고 싶었다.


그렇게 나름 열심히 하고 있음에도 별로 달라지는 것이 없다고 느껴져서였을까?(실제 업무적으로는 어떤줄 모르겠지만...) 언젠가부터 위에서 이야기했던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소화가 잘 안되는 듯하고 목에 이물감이 생기는 그런 증상들이 말이다.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왜 그럴까? 왜 나는 실력이 늘지 않는 걸까? 지금도 이러는데 다음달, 그 다음달이 되면 내가 해낼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생겼다. 그러면서 증상은 점점 심해졌다. 퇴근후에도 지속되었고 휴일에도 계속되었다. 


주변에선 괜찮다. 잘하고 있다. 처음하는데 그정도면 훌륭한 거다. 단기적으로 보지 말아라. 길게 보고 함께 가자고 키우는 거다. 라며 응원과 격려를 해주었다. 그렇게 위로와 지지를 받으면 그땐 좀 증상이 괜찮아지고 살만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하루나 이틀이면 증상은 또 나타나고 증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집중이 안되고 머리가 멍해지며 일을 하는데 방해가 되기 시작했다. 




요즘엔 약을 먹으며 그 증상을 탐색하고 있다. 


열감기일때, 열이 나는 원인을 찾아야 하지. 단순히 열만 내리는 해열제를 먹을게 아니라 열이 나는 원인을 찾아서 해결을 해야하는 것처럼 내 증상이 나타나는 원인을 탐색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 어떤 상황에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지? 예전에는 어땠는지? 그냥 흘려지나갔던 일들도 되집어보고 있다. 단순히 그냥 그런가보다 했던 일들도 그게 내 기질적으로 원래부터 그랬던 것인지? 확인하고 있다. 그렇게 탐색하는 과정이 쉽지많은 않다. 그것들을 글로 써보려고 하다보면 그 감정들이, 증상들이 심하게 나타나서 힘이 들때가 있다. 또한 그 것들이 단순히 불안의 증상으로만 오는 것이 아니라 우울의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불안증상과는 다르게 우울증상은 아직 내가 확실하게 이것이 우울 증상이구나! 라고 느끼지를 못하기에 조금 더 신경을 쓰고 있기도 하다. 무기력감, 의욕저하 등이 그런 증상일거라 생각은 하고 있지만 아직 정확하게 그게 나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반응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새벽에 하던 활동을 안하고, 책을 읽어도 집중을 못하고, 글을 잘 쓰지 못하는 등의 행동적인 부분과 더불어 정신적으로 집중하지 못하고 강인하게 의지적으로 버텨오던 생각들이 무너진 것들도 그런 영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하나씩 찾아가며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를 생각하며 나름 짜맞추기를 하고 있다. 




여하튼 요즘의 나는 우울장애, 불안장애 라는 판정을 받았고, 통원치료를 통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게다가 일상생활과 통상적인 업무를 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소견을 받았다.


그렇게 병원에선 약물치료와 정신치료를 통해서 나를 치료해준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내가 나를 알고 있어야 또 다시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되면 미리 대응을 할 수 있을 테니까. 


하나씩 나를 되집어 보고 있다. 

힘들지만, 그렇게 우울과 불안에서 탈출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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