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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말 Jul 23. 2019

우리회사 구내식당 괜찮으시나요?

가격이 반드시 질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얼마전 지인분을 뵈러 고속터미널역 근처에 있는 '국립중앙도서관'에 방문했습니다. 첫 방문이었는데요. 너무 좋더라구요. 건물도 아주 컸구요. 디지털열람실, 세미나실, 전시실 등 다양하고 많은 공간이 있었는데요. 시설들도 깨끗하고 분위기도 좋았어요. 하지만 머무른 시간이 짧아 많은 시설을 이용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너무 아쉬웠어요. 조만간 따로 시간을 내어 전체 투어를 해야겠다라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꼭이요.


지인과 세미나실에서 간단한 회의(?) 같은 담소를 나누다가 밥시간이 되어 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장소는 구내식당이었어요. 윗 사진에 보이는 것이 이날 제가 먹은 밥이었는데요. 사진을 발로 찍는 바람에 먹음직스럽게 보이지 않아서 조금 아쉽네요. 원래 이럴용도로 찍은게 아니라서요. 이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무튼, 사진과 다르게 함께 식사를 하시는 분들의 만족도는 정말 높았습니다. 단돈 4000원에 이런 식사를 할 수 있다는것에 깜짝 놀라며 말이죠. 요즘 어디가서, 특히 서울 한복판 그것도 강남에서 4000원짜리 밥이라뇨. 정말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습니다.




어떻게 4000원짜리 밥이 이렇게 구성이 좋을수가 있을까요? 잠깐 지난 이야기를 해볼께요.

예전 직장 상사분이 회의를 소집한 적이 있었습니다. (참고로 예전 회사에서 저는 인사총무담당이었습니다.) 요점은 이랬습니다. 본인께서 OO회사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왔다. 그런데 그곳 식당의 한끼 가격과 우리회사 식당의 가격은 같은데 수준차이가 난다. 무조건 그 수준으로 맞추라고 말이죠. 난감하긴 했지만 혹시 몰라 식당측과 심도있게 이야기를 하며 사실 파악을 해보았습니다.


결과의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오래전 일이라 정확하진 않을수도 있습니다. 대략적인 맥락만 이해해주세요)


구내식당에서 제공하는 식사가격은 몇가지의 조건에 의해 결정이 되어집니다.


첫째, 한끼식사의 '인원이 얼마가 되는가'가 가장 중요합니다. 즉 점심한끼에 100인분을 만드는지, 800인분을 만드는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집니다. 많은 인분을 만들게 되면 재료를 살때 1인분당 재료비의 단가를 많이 낮출수 있다고 합니다. 또 식당운영을 하며 적은 인분에도 최소인원은 근무를 해야하기에 인건비또한 가격측정에 영향을 줍니다.


둘째, 약속한 식사의 질에 따라 식사가격이 결정됩니다. 흰밥으로 할건지 잡곡밥으로 할건지?, 한끼에 고기를 꼭 넣을건지?, 3찬으로 할건지 4찬으로 할건지, 유기농을 쓰는지 여부,  화학조미료를 쓸건지 자연조미료를 쓸건지, 식판을 사용할건지 식기를 사용할건지, 식사시간이 한시간인지 두시간인지 등등 회사측에서 요구하는 여러가지 상황도 가격결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셋째, 식당 비품의 상태에 따라 식사가격이 변동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들어 냉장고, 버너, 조리대, 의자, 식탁 그리고 인테리어 상태나 조리실의 상태가 현재하게 떨어져 교체나 공사가 필요할 경우 그 비용을 회사에서 지불을 할건지 아니면 식당측에서 낼건지에 따라 영향을 줄 수가 있습니다. 실제 2년동안의 계약을 하고 들어가는데 공사비용만 수천만원이 든다고 하면 그 비용을 식당측이 부담하기엔 너무 위험 크겠죠.   


더 많은 경우도 있겠지만 크게 3가지만 정리 해보았습니다. 이처럼 같은 금액이더라도 '메뉴의 수준'이 달라지는건 어쩔수가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그러니 똑같이 4000원짜리 밥인데 우리밥은 왜 이러냐? 식당이 우릴 속이는 거냐? 라는 식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뒤에 깔려있는 자세한 내막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이런 경우도 있을 수도 있어요. 한달동안의 영양을 맞추고 단가를 맞추기 위해 어떤 특정한 날은 식당측에서 손해를 보면서도 고가의 음식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들어 복날 삼계탕을 제공하는 것처럼요. 이날 방문한 사람은 이곳 식당이 최고라며 엄지를 세우겠지요.




그렇다고 그렇게 형성 되어진 가격에 무조건 만족을 하고 인정만 할 것은 아닙니다. 해당 담당자에게 물어보고 가격형성에 대한 내막까지 확인했다면 몇가지 건의는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엔 가격과 별도로 수시로 의견을 제출했습니다.  예를들어, 생선구이가 나오는 경우 보통 식당에서 1인분기준을 g(그램)으로 잡습니다. 100g이 1인분이라면 식당측에 이야기해서 작은생선 여러마리 말고 큰생선 한마리로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닭볶음탕의 경우도 그렇구요. 또 조리법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기도 했어요. 푹 조려 물컹해진 야채보다 싱싱한 식감의 야채를 직원들이 선호한다는 등 말이죠. 식당측에선 귀찮을 수도 있지만 직원들이 잘 먹고 만족도가 높아진다면 그또한 식당도 회사입장에서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말씀 드린것처럼 가격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와 미치지 않는 요소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다음에 우리 회사 구내식당 현상황에서 개선할 점을 찾게된다면 단순히 가격인상을 통하지 않고도 업그레이드 시킬수가 있습니다.


어떠신가요? 조금 도움이 되셨나요?

위에서 살짝 말씀드린 것처럼 조금 오래된 경험이라 지금 상황이랑은 조금 다를수도 있어요. 그러니 예시를 그대로 보지 마시고 문맥과 의도를 중심으로 이해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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