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떠졌다. 차 두 대가 겨우 비켜 지나갈 만한 골목에 아내와 내가 누워있다. 아내는 잠이 들었다. 골목 저편에서 차 한 대가 들어오고 있다. 고개를 들어 확인하니 지나갈 만한 공간은 충분하다. 그냥 있었다. 연달아 몇 대의 차가 지나간다. 아무도 우리를 신경 쓰지 않는다. 이번엔 대형 트럭이 다가온다. 혹시 몰라 다리를 살짝 움직여 피했다. 그런데 트럭이 갑자기 멈추더니 후진을 한다. 아내와 나를 확인 못한듯하다. 삐이~삐이~ 후진 소리를 내며 트럭은 아내와 나를 덮치려 하고 있다. 다리는 이미 차 밑으로 들어가 있다. 늦게나마 아내를 깨우려고 하는데 목소리가 안 나온다. 게다가 몸조차 움직여지지 않는다.
"아... 안돼!"
다행히 꿈이다.
요즘 새벽에 자꾸 깬다.
(또르르르륵)
물을 한 잔 마시고 화장실로 간다. 그리고 다시 눕는다.
그러곤 다시...
"아... 안돼!"
'다행히 꿈이네!'
또다.
손을 더듬어 머리맡에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한다.
3시 27분.
오늘도 벌써 두 번째다.
그렇게 하루에 한두 번 많게는 세 번까지 악몽을 꾼다. 때론 정말 실제 같고 어떨 땐 그냥 개꿈처럼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여하튼 악몽을 자주 꾼다.
무슨 일일까?
한동안 이가 빠지는 꿈을 반복해서 꾼 적이 있었다. 전혀 아프지도 않고 툭툭하며 이가 빠지는 꿈이었다. 어쩔 땐 한두 개가, 어떨 땐 전체가 빠지는 꿈이었다.
그러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 후로 20년 단 한 번도 이가 빠지는 꿈을 꾼 적이 없다.
설마... 아니겠지?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입방정이랄까, 누구에게 말도 못 한다.
악몽을 꾸거나 가위에 눌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내 몸 어딘가가 약해져 있는 것인가? 두렵다. 무섭다.
불안신경증, 불안장애, 우울장애
불안장애, 우울장애로 약을 먹고 있다. 언제부터 내게 그런 증상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단지 최근에 증상이 심해져 병원에 갔더니 약을 주었다. 벌써 4개월이나 되었다.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그때처럼 증상이 막 몰려오는 것은 없지만 가슴이 멈추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자기계발러의 세상
더 나은 삶을 살겠다고, 어제보다 더 나은 삶을 살겠다고 미친 듯이 사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 필사적으로 치열하게 사는 주변인이 많다. 나도 그들과 같은 무리에 속해있다. 아니, 속해 있었다. 그냥 같이 있다.
치열하게 살고 노력해야 한다. 인생의 후반전을 위해 열심히 살아야 한다. 변화하는 삶, 나를 위한 삶이라고 하며 타인에게 이끌리지 않고 자기만의 길, 주도적인 삶을 찾고 그 길을 가는 사람들이다.
나 역시 그렇게 살아왔다. 지난 몇 년.
그런데 왜 이럴까? 난 안되는 걸까?
그렇지만 포기하지 말라고 한다. 포기하면 그때가 정말 실패라고, 포기하지 않고 이룰 때까지 다시 도전하고 계속 꾸준히, 꾸역꾸역 해 나가야 한다고 한다.
누구나 다 행복해지려고 애를 쓰지만 행복은 무지개입니다. 멀리서 보면 아름답게 보이지만, 빛이 물방울을 통과하면서 파장이 분리되고 반사되어 보이는 것일 뿐 실체는 없습니다. 무지개와 같은 행복에 너무 집착하는 것은 오히려 나를 행복하지 못하게 합니다. 행복은 상대적 감정일 뿐입니다.
<프로이트의 의자 86p / 정도언 / 웅진지식하우스>
나보다 앞서있는 그들은 행복할까? 또 그들보다 앞에 있는 이들은 행복하나? 그 앞, 그 앞, 그 앞에 있는 사람은. 행복할까? 만족하며 살았고 행복해하며 죽었을까?
그렇지만
바람이 불면 사물이 각자 다른 소리를 내는 것처럼, 사람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세상과 부딪쳐 제각기 색깔이 다른 삶을 산다.
<어떻게 살 것인가 / 유시민 / 생각의 길>
세상의 끝은 무엇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고 또 어떻게 죽어야 하는가?
무엇을 위해 그렇게 살아야 하고, 무엇을 위해 그것을 이뤄야 하는가?
선한 영향력을 줘야 한다고 하는데 무엇이 선한 영향력인가? 내가 아는 그것이 선한 영향력이 맞는가?
누가 그것을 선한 영향력이라고 하는가?
입에 달면 그것인가? 몸에 달면 된 것인가?
유시민 작가의 글처럼 사람들은 각자 다른 삶을 산다. 내는 소리도 다르다. 다른 소리를 낸다고 틀린 인생도 아니다.
어렵다
아아~~
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인가?
세상에서 헛발질하는 자의 탄식인가?
우물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자의 절규인가?
도대체 가슴은 언제 멈출 것인가?
오늘은 또 무슨 꿈을 꿀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