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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경 Feb 06. 2024

4. 황제

노력 끝에 얻은 결실을 지켜내려면 먼저 책임감과 지도력을 갖춰라.

3. The Emperor

[타로의 그림 열쇠 by 아서 에드워드 웨이트]

그는 앙크 십자가 (Crux ansata, 역주: 앙크는 생명을 상징하는 고대 이집트의 상형 문자로, 이후 이집트 콥트 기독교가 '크룩스 안사타'로 채택했다. 영원한 생명을 상징) 모양의 홀을 들고 있고 왼손에는 보주(globe)를 들고 있다. 그는 대관식을 거친 당당하고 위엄 있는 황제로서, 숫양의 머리가 앞쪽 새겨진 팔걸이가  달린 왕좌에 앉아 있다.

그는 집행자이자 실현자, 현세의 통지자이며, 여기에서는 자신의 정체성에 걸맞은 최고의 옷을 두르고 있다.  그는 종종 입방체의 돌 위에 앉은 모습으로 그려지는데 이는 일부 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는 여황제에 대칭되는 남성적인 힘을 가지는데, 이런 의미에서는 ‘이시스의 장막’을 걷고자 하는 자이다. 그러나 아직도 그녀는 동정녀 (virgo intacta)로 남아 있다. 이 카드와 여황제가 엄밀히 결혼 생활을 상징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해야 하지만, 그러한 상태가 암시되어 있긴 하다.

표면적으로는 내가 시사해 온 것처럼, 그들은 강력한 권력자의 자리에 오른 현세의 왕권을 나타낸다. 그러나 이 밖에도 또 하나의 존재를 제시하고 있다. 이들 중 특히 남성은 지성의 왕좌에 오른 더 높은 왕위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는 육신의 세계에서의 통치가 아니라 사고(thought)의 통치를 뜻하는 것이다. 두 인격은 그들 자신의 방식에 따라서 “낯선 경험으로 가득 차” 있으나, 그들의 방식은 더 높은 세계로부터 소환된 의식적인 지혜는 아니다. 황제는 지금까지 다음과 같이 묘사되어 왔다.

(a)     육체에 숨겨진 의지. 이는 여러 적용 사례 중 하나에 불과하다.

(b)     절대적인 존재에 담긴 실질성의 표현. 이는 환상일 뿐이다.


여황제를 통해 '노력 끝에 얻는 결실'에 대해 배운 바보가 다음으로 만난 황제는, 그 결실을 안정적으로 지켜야 하는 책임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이를 위해 어떤 자세가 필요한지를 알려 주는 인물입니다.


우선 4라는 숫자의 속성에 대해 생각해 볼까요?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는 죽을 사(死)와 발음이 같아서 기피당하는 숫자이지만, 서양에서는 완전함, 보편성, 그리고 안정으로 풀이된다고 합니다. 피타고라스는 가장 먼저 나오는 제곱 숫자이기 때문에 완벽함을 뜻하는 숫자라고 주장했다고 하죠. 사각형이 모여 만들어진 입방체는 물질적인 우주와 지혜, 진리, 도덕적 안정을 의미합니다.


4가 왜 안정감이라는 개념과 연결될까요?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답은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공부하거나 일하는 책상, 밥을 먹는 식탁, 앉는 의자는 모두 다리가 4개입니다. 어디 한 군데가 부러지지 않는 한, 아무리 무거운 것이라도 지탱하는 안정성을 자랑합니다. 또한 포유류 대다수가 4개의 다리로 서 있거나 움직입니다. 인간도 사지를 모두 써서 김으로써 생후 최초의 안정적인 이동을 해냅니다. 집이나 방은 통상적으로 사각형으로 둘러싸인 입방체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안에서 보호받고 있는 기분과 안정감을 느낍니다.


황제는 4라는 숫자, 그 자체인 것입니다. 타로 카드의 최초 발명자는 이 숫자의 의미를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줄 상징으로서 탄탄한 권력과 리더십, 그리고 관록을 가진 지상 최강의 남성을 카드 안에 앉혔으리라고 저는 추측하는 바입니다.


왕좌를 장식한 양머리는 별자리 중 양자리를 의미하는데 그 수호성은 화성, 즉 군신 마르스의 별입니다. 그림 속 황제가 두른 금속 재질의 갑옷은 그가 유사시에 즉시 응전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언제 어디서든 지켜야 할 대상을 철저히 보호하고, 필요할 때는 공격하는 숙련된 군인인 것입니다. 심지어 원작의 황제는 산전수전공중전 속에서 온갖 풍파를 겪어 표정이 엄하게 굳어 버린 백전노장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앞서 여황제 카드에서 "다가올 풍요라는 왕관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라고 말씀드렸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그 무게를 견디는 자가 바로 황제입니다.


불행히도 세상은 잔혹한 전쟁터입니다. 가장으로서 아침마다 넥타이를 매고 출근하는 회사원들이 '넥타이 부대'라고 불리는 데서 우리의 이러한 인식을 알 수 있습니다. 황제의 성별은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 카드의 남성성은 평화로운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주어진 업무, 과제 등에 전투적으로 임하는 속성을 시사하는 상징일 뿐입니다. 현대에 들어 인식이 많이 바뀌고는 있으나, 아마존이 아닌 이상 전통적으로, 적어도 타로 카드가 고안되었을 까마득한 옛날에는 전쟁은 남성의 몫이었으니까요.


라틴어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합니다.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에 대비하라.' (Si vis pacem, para bellum.)


사람들은 저마다 힘겹게 가꾼 일상과 그 소중한 평화를 지키기 위해 하루하루 전쟁터에 나가듯 치열하게 임하고 있습니다. 공부를 하고, 노동해서 생활비를 벌고, 대출이 있는 이들은 대출을 갚고, 바깥 일과 집안일에 녹초가 되는 가운데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교육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정말로 쉴 틈이 없기에, 어쩌다가 멍 때리고 있는 순간이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구성원이 1인이든 2인이든 5인이든 가정이 한 마리 오리라면, 그 가정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은 수면 아래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두 발일 것입니다. 멈추면 큰일 난다는 위기감에 뛰고 또 뛰다가 가끔 지쳐서 쓰러질 것 같을 때에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말하곤 합니다.


"포기하지 마. 너는 할 수 있어. 강해져야 해!"


황제 카드의 메시지는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안에서도 여유와 휴식과 즐거움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저는 원작을 비틀어 살짝 이완된 자세로 보주를 내려놓고 편히 앉아 미소 짓는 황제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타로 카드의 메시지]

당신은 당신이라는 세계의 지배자, 즉 황제입니다. 그 지위에 걸맞게 스스로를 무장하고 강해지십시오. 항시 통치자로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그래서 모든 위험에서 당신과 당신의 왕국을 지켜낼 수 있도록 이성과 지성의 칼날을 예리하게 갈아두십시오.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은 헤쳐 나갈 수 있습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이겨내십시오. 누구의 눈치를 보거나, 기죽을 필요가 없습니다. 당신 삶을 지배할 권리와 권위는 당신 자신에게만 있습니다. 전쟁터 같은 세상에서 항상 승리할 수는 없겠지만, 수많은 시행착오, 실패의 경험을 통해 얻은 지혜는 당신을 지켜줄 단단한 갑옷이 될 것입니다. 스스로를 믿으십시오. 그리고 노력해서 얻은 모든 것들과 평화를 지켜내십시오. 그러한 책임감은 당신이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덕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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