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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두근 Oct 24. 2020

너 자신을 알라. 행복하고 싶다면.

당신은 언제 행복한가요?


나는 한 때 학교에서 일한 적이 있었다. 수업을 하다 보면 학생들이 유독 공부하기 싫어하는 날이 있다. 그러면 학생들이 재미나게 참여할 수 있는 활동으로 ‘리스트 만들기’를 하곤 하였다. 각자 자기가 행복함을 느낄 때(Happy-List) 그리고 불행하다고 느낄 때에 대한 리스트(Unhappy-List)를 만들고 발표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나는 친구와 어울려 놀 때 행복감을 느낀다(Happy-List) 또는 엄마와 오해가 생겨 꾸지람을 들었을 때 불행하다고 느낀다(Unhappy-List)라고 작성해 각 각 50개 이상의 목록을 만드는 것이다. 대개 5개~10개는 쉽게 만드는데 50개씩 만들기는 어려워한다. 


학생들은 자기에 대한 얘기이기 때문에 만들면서 재미있어하고, 다른 학생들의 발표를 들으면서 공감하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자신과 다르구나를 느끼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기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내가 리스트 만들기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오래전 ‘버킷리스트’라는 영화를 보고 난 다음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영화에는 말기 암 환자 두 명이 우연히 병원에서 만나 친해지고,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 목록(Bucket List)을 만들고 그것들을 실행해나가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나는 버킷리스트처럼 심각한 내용은 아니라도 일상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 그리고 하고 싶지 않은 일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자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하였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능하다면 ‘싫은 일’은 피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비결이라는 생각이다. 그때 만들었던 리스트가 생각나지는 않지만 내가 유독 ‘싫어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는 힌트가 되어 유익했다고 생각한다. 


그때 나는 유독 ‘시켜서 하는 일’그리고 ‘마음 맞지 않는 사람과 상대해야 하는 일’을 유독 싫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영업적인 성격의 일은 하지 않기로 결심하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이다. 그래서 평소 그런 기회를 자주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는 언제 행복을 느끼는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본다.     

-집 근처 탄천을 산책 나가 개울물에 놓인 큰 디딤돌에 누워 하늘을 볼 때, 서로 재잘거리며 흘러가는 개울물 소리를 들을 때     

-아름다운 경치를 볼 때, 하늘에 구름이 신비롭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렸을 때. 지난여름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해 북한산 풍경이 한 폭의 산수화가 될 때. 구름 없는 파아란 하늘을 보면서 가슴이 뻥하고 뚫리는 느낌이 들 때 

-봄에 개나리 꽃, 목련 꽃을 볼 때     

-봄에 나무에서 새싹이 처음 돋아날 때 볼 수 있는 새싹의 초록 빛깔 그리고 생명의 신비함을 느낄 때     

-봄이 오면 회초리처럼 생긴 죽은 것처럼 보이던 나무가 물이 오르고 너무 선명한 초록 색으로 차 오를 때      

-태안 꽃지 해수욕장에서 만났던 일몰. 온 세상이 신비로운 색으로 가득 차고 순간순간 새로운 그림이 그려질 때

-천리포 수목원에서 처음 보는 아름 다운 꽃을 볼 때, 만리포 해수욕장의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걸었을 때     

-주말 농장에서 심은 열무 씨앗에서 새순이 날 때, 열무가 너무 촘촘하게 자라 솎아 줄 때, 빨간 당근을 수확할 때, 고구마를 캘 때 파다가 한 알을 발견하고 옆을 조심스럽게 또 한 알이 있고 어떤 곳에서는 주렁주렁 딸려 나올 때      

-은행나무의 잎이 초록색, 주황색, 샛노란색으로 변해 가는 것을 지켜볼 수 있을 때, 수북이 쌓인 낙엽들을 볼 때 

-겨울산에 눈이 많이 내려 나무에 눈꽃이 내려 나무가 하얀 꽃을 볼 때     

-대모산 조용한 산속에서 흙길을 맨발로 걸을 때,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을 받을 때     

-아침에 전화로 영어 회화를 공부할 때 가끔 말이 술술 나와 필리핀 영어 선생과 대화가 될 때     

-내가 조언한 내용이나 감리보고서가 도움된다고 인정받을 때     

-일요일 아침 아내가 끓여주는 떡국을 맛있게 먹을 때     

-88세 어머니께 생선 가시를 발라 밥 위에 올려 드릴 때     

-장롱면허를 가진 누나가 자동차 도로 연수를 하고 싶어 해서, 연수비로 쓰라고 용돈 50만 원을 건네주었을 때  

-장모님 팔순 생일에 금일봉을 드렸을 때     

-읽고 싶은 책을 돈 부담 안 느끼고 마음껏 살 수 있을 때      

-아내가 해외여행 가고 싶어 할 때 여행비용을 즐거운 마음으로 부담할 때     

-주말에 어머님과 동네 공원을 산책하면서 어머니가 좋아하는 모습을 발견할 때      

-주말에 가족과 양평에 드라이브 가서 강 근처에서 산책하면서 경치를 감상할 때     

-아들이 장어 덮밥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 때     

-생활에 편리한 집을 구했다고 아내에게 칭찬받을 때(집에서 에레베이터 타고 내려가 5분 만에 영화관, 마트, 빵집, 편의점, 식당들이 있음)     

-봄에는 벚꽃이 만개하여 꽃이 비처럼 쏟아지고, 벚꽃으로 땅이 눈밭처럼 된 길을 걸어갈 때      

-울창해진 나무 잎 사이로 햇빛이 새어 나오는 모습을 볼 때     

-단풍이 들어 나뭇잎이 흡사 꽃처럼 아름다울 때      

-그 계절에만 먹을 수 있는 제철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때, 딸기, 수박, 포도, 단감, 냉면, 송편, 팥죽을 먹을 때     

-아내가 일찍 퇴근해서 저녁을 같이 먹을 때     

-일찍 퇴근해서 가족들과 가까운 영화관에서 재미있는 영화를 볼 때     

-내가 쓴 글을 인터넷 카페에서 읽은 사람들이 진심 어린 공감을 표현해 줄 때     

-욕조에 뜨거운 물을 충분히 채우고, 몸을 푹 담가서 목만 내놓고 몸이 더워지는 것을 느낄 때     

-김천 직지사를 방문했을 때 산사에서 느낄 수 있는 고즈넉한 느낌과 경건한 느낌     

-안동 하회 마을 갔을 때 시간 여행을 하여 과거 조선시대로 돌아간 듯 고요한 느낌을 느낄 때     

-도로에 정체가 없을 때 그리고 반대 차선은 꽉 막혀있는데 내 차선은 뻥 뚫려 있을 때      

-출근할 때 아들들이 문 앞에서 잘 다녀오시라고 인사해 줄 때      

-출근할 때 차 안에서 신나는 노래, 감미로운 노래를 들을 때                    


그렇다면 ‘나는 언제 불행을 느끼는가’를 생각해보았다.     

-싫은 일을 어쩔 수 없이 억지로 해야 할 때     

-삽질로 생각되는 일을 할 때, 그 일이 내가 볼 때는 쓸데없는 시간 낭비로 느껴질 때     

-성공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는데 회사에서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경쟁력 제로인 제안서를 작성해야 할 때      

-몸과 마음이 몹시 피곤해 휴가 내고 쉬고 싶지만, 출근해야 하는 월요일     

-휴가를 내고 싶은데 눈치가 보일 때     

-자유를 누리고 싶은데, 자유를 구속받을 때     

-내가 싫어하는 사람과 어쩔 수 없이 일해야 할 때     

-몸이 아플 때, 가족이 아플 때, 가족이 심하게 아파 걱정이 많이 될 때     

-어머니가 나날이 약해지고 총명함을 잃어가는 것을 볼 때     

-아내가 나에게 화를 낼 때     

-아내가 늦게 퇴근할 때     

-둘째 아들이 정기 병원 진료를 받고 결과를 듣기 전까지 혹시 나쁜 일이 생길까 두려운 마음이 생길 때     

-내가 일터에서 작성하는 보고서나 의견이 고객에게 효용이 없다고 느껴질 때     

-자기 이익을 위해 상대를 희생시키려 하는 나쁜 사람을 보았을 때     

-아침에 전화로 영어를 공부할 때, 필리핀 영어 선생님께 질문을 받았는데 말문이 막혀 버벅거릴 때      

-아내가 만든 음식이 너무 짜거나 싱겁거나 해서, 성의 없이 만들었다고 느껴질 때     

-도로가 막혀 정체가 심할 때 그리고 반대 차선은 뻥 뚫려 있는데 내 차선은 꽉 막혀 있을 때      

-아내가 힘들어하면서 출근하는 모습을 볼 때                    


나는 오랜만에 내가 행복해지는 순간과 행복하지 않은 순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나는 하루를 시작하면서 내가 행복한 순간 들을 많이 경험을 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하늘, 구름, 산, 나무를 가능한 자주 보겠다. 점심을 먹고 난 후에는 좋아하는 산책을 꼭 할 것이다. 업무시간에는 일을 통해 기여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일찍 퇴근해서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해 글을 쓰겠다. 


내가 불행하다고 느끼는 순간들은 피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조금 일찍 일어나 출발하면 도로 위 정체를 피할 수 있다. 내가 먼저 아내를 비난하지만 않으면 아내는 나에게 화를 내지 않는다. 나는 행복한 순간은 최대한으로 늘이고, 행복하지 않은 시간은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노력하는 하루를 살고 싶다.      

                        

주말에는 지금처럼 자주 근교에 자연을 즐기러 다닐 것이다. 경치가 좋은 양평으로, 팔당 물안개 공원으로, 건너편 실학박물관 근처 강변으로 아내와 드라이브를 즐길 것이다. 둘째 아들이 좋아하는 장어 덮밥을 자주 사주고, 첫째 아들이 좋아하는 양꼬치와 맥주를 자주 사 줄 것이다. 집 가까이에 있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자주 볼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름다운 사계절을 즐길 수 있다. 봄이면 벚꽃을 마음껏 즐기고 싶다. 여름이면 동해안 해수욕장을 찾고 바람을 맞으며 7번 국도를 달릴 것이다. 가을이면 남한산성에 올라 단풍을 실컷 볼 것이다. 겨울이면 속초로 가서 ‘바다 부채 길’ 절경과 부서지는 파도를 가슴에 담을 것이다. 아름다운 계절과 그 계절에 가장 아름다운 곳, 그 계절에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을 것이다. 가족과 함께, 친구들과 함께.                     


머지않은 미래에 계획을 세워 1년에 한 번은 낯선 곳에서 한 달 살기를 해보고 싶다. 그럴게 하려면 돈 벌기 위한 시간은 줄이고, 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감내해야 할 것이다. 제주 한 달 살기, 치앙마이 한 달 살기, 인도네시아 발리 한 달 살기, 베트남 한 달 살기, 싱가포르 한 달 살기, 스페인 한 달 살기, 터키 한 달 살기, 독일 한 달 살기 등을 해보고 싶다. 


나는 버킷리스트도 다시 작성할 것이다. 번지 점프해보기, 비행기에서 점프하기 등 나는 하고 싶은 일을 리스트로 만들어서 그것들을 미루지 않고 조금씩 경험하면서 살고 싶다. 더 늦기 전에 그렇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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