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한밭춘추]/덤과 태도

by 현경미

[한밭춘추] 덤과 태도



지하철역에서 일터로 가는 길에 빵집이 하나 있다. 명장이 운영한다기에 더 호기심이 일었다. 가게에 들어서자, 평소 좋아하던 크림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맛도 맛이지만 크기부터가 확연히 달랐다. 한 아름 기쁨을 안겨주는 기분이랄까. 일정한 주기로 달이 떠오르듯 희한하게도 내 머릿속에서는 둥그렇게, 그 집 빵이 떠 올랐다.

오늘도 그런 날이다. 아침 출근 시간은 늘 빠듯하기에 지나쳐버리고 말지만, 발길을 멈추고 문에 들어선다. 있어야 할 자리에서 벙글벙글 웃고 있는 빵을 들고 계산대로 간다. 뒤쪽에서 일을 보던 분이 "오늘 첫 손님입니다."라며 반겨준다. 두리번두리번하더니 두어 개 빵을 더 챙겨 넣는다.

좋아하는 빵집에서 덤까지 받다니.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가 하면 추위도 잊은 채 코가 벌름벌름, 입꼬리가 절로 올라간다. 연신 싱글벙글 콧노래를 부르게 한다. 신호등 앞에서 불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동안 덤이라는 게 이런 거였나, 새롭게 다가온다. 값을 치르지 않고 받는 뜻밖의 선물. 덤이 덤을 불러온 격이다.

한 해가 가고 새해가 밝았다. 이미 지나간 시간과 아직 오지 않은 시간 사이, 오늘이라는 시간이 있다. 매일 매일 어김없이 주어지는 오늘이야말로 덤이 아닐까 여겨본다. 내일은 반드시 오늘이 되겠지만, 각자에게는 꼭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다. 해마다 맞이하게 되는 새해란 그저 그런, 당연하기만 한 일이 아닐 거라는 생각마저 든다.

무슨 큰일이 있거나 죽음을 경험한 이들로부터 종종 들을 수 있었던 깨달음이 아니던가. 앞으로 주어지는 삶은 다 덤이라고. 거창한 일을 겪어야만 삶이 덤이 되는 건 아니라는 걸 어렴풋이나마 알 거 같다.

어김없이 해가 뜨고 달이 차오르며 또 진다. 이 섭리를 위해 한 일도 값을 치른 적은 더더욱 없다. 덤으로 주어진 오늘이라 여기니 화가 치밀어 오르던 일에도 덤덤해진다. 사소하고 느닷없던 일상도 고맙다. 생각이 바뀌자, 태도가 바뀌는 느낌이다.

출근하는 발걸음이 이토록 가뿐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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