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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Sep 22. 2022

무보수 유튜버입니다

 

광고비 한 푼 못 벌면서 나의 N잡 리스트에 포함시킬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럼 나도 너도 저분도 이양 반도 다 유튜버가 직업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싶어서.

사실 지금은 광고비 수익이 하나도 없다.   솔직하게 말하면 아직 조건 미달이다. 유튜브 광고는 4천 시간의 재생시간과 1000명의 이웃이 달성되어야 수익이 생긴다. 하지만 나는 7900시간을 채웠지만 1000명의 이웃을 모집하지 못했다.   아직도 모아야 할 인원이 지금까지 모인 인원 두배가 넘는다는 점.  



회사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언이 나 회사 그만두고 유튜브 할 거야 란다. 요즘 당근 마켓에 가장 많은 판매율을 올리는 게 유튜브 장비라는 소문이 있다.  

블로그처럼 누구나 시작할 수 있고  아무런 조건도 없는 회사 채용정책.  매스컴에서 누구는 유튜브로 얼마를 버네 마네. 광고수익이 얼마라는둥 뉴스를 접하면 마치 그것이 조만간 내 미래가 될 것 같았다. 회사를 때려치우고 유튜브를 시작하면 하나의 영상이 떡상해 수천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파워 유튜버가 당장 될 것만 같다는 말이다.



외모도 학벌도  면접도 보지 않고 유튜브는 나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너도 나도 다 좋다 하니 이 회사 참 마음에 든다. 나만 조금 열심히 하면 수억을 가져갈 것만 같은 기분.

 치명적 단점이라면  어느 회사의  영업사원처럼 수익은 스스로 영업한 만큼 수수료를 가져간다는 조건.   심지어 처음엔 무보수에 기간도 없다는 회사 방침이다.  

보험설계사가 마치 천명의 고객에게 4000개의 상품을 팔아야 하는 심정이 이와 비슷할까?




첫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이 말했다.

유튜브는 천명 고객보다 4000시간의 재생시간이 더 어렵다고.  그래서 고객 인원수보다는 오직 4천 시간의 판매 수익에만 집중한 탓일까. 1년. 2년이 지나도 내 영업실적은 여전히 무보수 상태다.




4천 시간을 채우기 위해 벌써 백개 이상의 영상을 업로드했고 작고 소중한 나의 고객들 니즈에 발맞추기 위해 다양한 영상을 제공했지만 모든 반찬이 다 맛있을 수 있겠는가. 그저 맛있는 반찬만 쏙쏙 빼내 먹는 건 식탁이나 유튜브 영상이나 똑같더라.   올해가 가기 전에는 나의 N잡에 또 하나의 파이프라인이 생길 거라 기대했다. 올해는 쥐똥같은 월급 한번 만들어질까 기대했다. 낙엽은 굴러다니기 시작했고 나의 고객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해지 안 하면 다행이다. 누구든 할 수 있지만 누구나 영업왕이 되지는 못한다.  그게 2년 가까운 시간 유튜브를 업로드하며 느낀 바다.



그리고 한번씩 돌아본다. 아 이 사람은 진짜 이런 영상으로 뜨다니. 와 이 사람은 진짜 성격이 좋아 보이네. 이 사람은 진짜 영상 성의 없다 등등.  멋진 영업왕들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게 있기도 하지만 당최 이 영상이 왜 떡 상한 건지 이유를 알 수 없는 것도 많다. 그래서 더욱 이 바닥 뜰 수가 없다.  내일 나도 갑자기 떡 상해서 영업왕이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아들이 묻는다.


"엄마  유튜브 구독자 몇이야? "


"300명..  근데 있잖아 엄마 정말 열심히 하거든. 근데 구독자가 안는다?

그래서 고민을 해봤는데 요리 유튜브를 하려니 엄마가 예쁘게 플레이팅을 못하고 리빙 유튜버를 하려니 집이 안 예뻐.  메이크업 유튜브를 하려니 화장을 못하고

북 튜버를 하려니 엄마는 글을 잘 쓰지도 다양한 책을 읽지도 못했어.  교육 유튜브를 하려니  네가 도와줄 수 있을까 걱정이고.  짠테크 하려니 자신이 없어. 브이로그 찍으려니 엄마 얼굴이 너무 평범해서 안 볼 것 같아.  난 뭘 하면 좋을까? "


"엄마! 그럼 도대체 엄마가 할 수 있는 게 뭔데? "



뼈 때리는 10살의 조언에 불혹이 넘은 무보수 유튜버 영업 원사원은 할 말이 없었다. 월급은 없지만 유튜버 회사에 따박따박 상품은 팔고 있다.  월급 못 받아도 매일 출근하면 그건   내가 다니는 회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2년째 무보수지만  유튜브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다면 나는 유튜버인 것이다.  비록 광고비 한 푼 못 받는 무보수 유튜버지만 이 회사 그만두지 않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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