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새해 목표를 세운 지 벌써 6개월이 되었다.
호기롭게 작성한 35개의 올해 목표들 중 지켜진 건 별로 없다.
다행스럽게도 시작한 건 있다. 이어가지 못할 뿐.
올해 목표 중 한 가지는 상반기 무보수 유튜버를 벗어나는 것이었다.
상반기란 아마도 6월까지로 정한 듯한데 6월을 겨우 10일 남겨둔 입장에서 아마 이 계획 역시나 지키지 못하는 중이다. 남은 10일간 나머지 330명의 고객을 무슨 수로 영업하느냔 말이다.
정성은 없지만 주기적으로 작성되는 나의 영업사원 하루기록 일기장을 보아하기 1월 마지막 유튜브 고객 500명을 못 채웠다 되어있더라. 그사이 약 150명의 고객에게 영업했단 뜻인데 잘 나가는 다른 유튜버들 보면 참 작고 초라한 결과물이 아닐 수 없다. 상사가 혼내는 것도 아니고 누가 머라고 하는 회사는 아니지만 스스로 자꾸 비교하며 스스로 자책하니 한심함이 끝이 없다. 나는 과연 언제 월급 받는 유튜버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아이러니하게도 충성고객도 없는 내 유튜브 상품에도 악플을 남기더라. 몇 안 되는 댓글에 악플이라니.
목소리가 킹 받는다는 둥... 출연진이 4명 넘으면 누구 목소리에 킹 받으신다는 것인지. 주로 떠드는 저 인가요?
영상이 너무 어지럽다는 둥.. 그럼 제가 여기 왜 있나요 나영석 피디님 밑으로 가지.
그거뿐인가요. 구독하고 갑니다. 제 유튜브도 구독해 주세요~ 그리고 바로 구독 취소하는 센스쟁이들 까지. 세상에 부지런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부지런히 구독 버튼 누르시고 또 부지런히 취소버튼까지 눌러주는 사람들. 선플은 바라지도 않지만 매출도 안 나오는 제 상품에 부지런히 마음에 안 드는 댓글을 써주시는 정성 가득한 사람들. 가끔은 무플도 괜찮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죠 싫어요 버튼이 사라져 당장 눈에는 안 보이니 얼마나 회사에서 무보수 유튜버님들을 배려했는지 감사할 따름.
가끔은 내 판매 전략이 잘못되었는지. 판매상품이 허접한 건지.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슈 되는 걸로 어그로라는 걸 해야 하는 건지. 또 하나의 파이프라인을 꿈꿨을 뿐인데 이거 이거 여전히 유튜브 회사는 나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무보수 영업사원은 오늘도 어떤 상품을 팔아볼까 고민하며 변방에서 후진 상품을 제작하고 있다. 쇼츠 상품도 인기 좋다기에 열심히 세로 영상도 만들어 보고 판매도 시도했지만 유튜브 회사는 여전히 참 어렵다. 사장님 저는 언제쯤 작고 귀여운 월급을 받으며 회사에 소속될 수 있을까요?
오늘도 나는 무보수 유튜버다. 하지만 빼곡하게 다음 상품을 기획한다. 안타깝지만 이 모든 제작 리스트가 나의 매출을 올려줄지는 미지수다. 회사에 인정받기 위해서 난 오늘도 열심히 아무도 환영하지 않고 아무도 관심 없는 이 회사로 출근한다. 그리고 그 씁쓸한 마음을 브런치 회사에 기록하며 또 다른 관심을 원하지만 우습다. 이 바닥도 나에게 큰 관심은 없는듯하다. 심지어 가만 생각해 보니 브런치 회사는 일정 인원과 시간에 월급을 준다는 약속도 없다. 일 년에 한 번씩 전 사원을 대상으로 대단한 서포트를 하며 작가라는 타이틀과 함께 우수사원을 리스트업 하던데 유튜브 회사만큼이나 브런치 회사에도 너무 많은 인재가 숨어있어 이거 이거 경쟁이 쉽지 않다. 유명한 회사에서 기술 있는 사원을 주기적으로 뽑아가기도 하고 대대적인 공모전으로 차출되지만 그 차출 대상에 내가 되는 것 또한 인기있는 사원들의 글을 보아하니 어렵다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오늘도 회사에서 인정받기 위해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일어나 글을 쓰고 오늘 만들 영상을 계획했다. 11시가 되면 지극히 평범한 뺀질뺀질한 제비가 기다리는 해변 근처 숙소에 가 새 손님을 맞이하며 하루를 계획한다. 올 연말에는 조금 더 많아진 고객들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또 알찬 하루를 계획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