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un Nov 29. 2022

무보수 유튜버의 일기

정말 유명한 이 회사에 발을 들인 건 1년도 훨씬 전이다. 그저 고객으로만 활동하다 본격적으로 나도 직원이 되어보겠노라 시작한 건 무려 5년 전이다.

회사는 망하지 않고 더 많은 고객과 직원 유치로 점점 성장을 했다. 이 회사의 특징은 오는 손님 안막고 누구든 직원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퇴사 역시나 직원들 마음이다. 잡는이 없고 관심도 없지만 단골손님과 판매율이 높은 직원에게는 버튼을 주며 수많은 인센티브를 주는 회사. 나 역시 손님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직원이 되었다. 하지만 현재 나는 무보수 직원이다. 실버 버튼? 그게 뭔가? 먹는 것인가?




5년 전 함께 으쌰 으쌰 해보자며 호기롭게 시작한 콘셉트는 약 3년 전 각자 솔로의 길을 걸으며 헤어졌다. 가족도 친구도 동업은 하지 말라는 게 이런 걸 두고 하는 소리인가 보다.



우리 회사의 가장 큰 특징은 혼자 활동도 듀엣 활동도 모든 것이 자유롭다. 그 판매 종류마저도 자유롭게 선택이 가능했고 영업은 자유로웠다.

하지만 정규직 채용과 월급을 받기 위해서는 1000명의 고객과 4000시간이라는 매출이 필요했다.   1000명의 손님을 내 단골손님으로 만드는 것도 4000시간의 판매량도 올리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잭팟이 필요하지만 그 행운은 나에게 아직 오지 않았다.  오지 않은 건지 앞으로 오지 않을 것인지는 모르겠다.



5년 차 유튜버 무보수 비정규직 사원으로 살아보니  이게 정말 쉬운 게 아니다. 천운을 타고  한두 개 상품으로 그야말로 성공가도를 달리는 이 가 있는 반면 수백 개가 넘는 상품을 판매하지만 단골손님 유치는 어렵기도 한 게 바로 이 바닥이었다.  나에게는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기갈나는 상품들로 첨부터 고객님들을 사로잡는 상품이 없다는 것이다.  목소리로 조져버리는 갬성 목소리도 없고 지성이 충만한 모습을 보여줄 만큼 대단한 지식도 없다.

차라리 한없이 비루한 콘셉트와 불쌍 모드로 가보자니 알량한 자존심이 그것까지는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단골손님 천명 만들기에 실패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조금 잠잠해진 시국에 맞춰 해외로 떠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나의 또 다른 직업 펜션 운영은 요즘 손가락을 빨고 있다.   위기를 느낀 제주 숙소들은  저렴한 금액 조식 서비스까지 제공하며 가격을 후려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구멍가게 사장인 나는 그런 가격경쟁을 이겨낼 수가 없다.  이건 대기업의 횡포다. 물론 그 사이에서도 구멍가게지만 잭팟 터지는 곳도 종종 있다. 감성충들로 가득한 그런 곳. 나는 이곳 현실에서도 그저 평범한 구멍가게 주인이었던 것이다.   조용하니까 다시 사이버 세계 유튜브 회사로 돌아와 열심히 고객을 모아보고자 오늘도 상품을 팔기 위해 업로드를 했다.   무보수 유튜버지만 오늘도 난 몇 안 되는 손님을 위해 상품을 업로드했다.




몇 안 되는 손님도 가끔은 상품이 마음에 안 드는지 떠나간다. 국적. 나이. 성별 불문 어느 나라 손님도 다 환영하는 이곳에서 어쩜 이리도 단골고객 모으는 게 힘든 건지.   아주 기가 막히게 재미있는 유머감각이라도 누구든 감탄하는 신의 손이라도  필요한데  진지하게 모든 것이 평범한 나는 이 크고 큰 회사의 잘 나가는 영업사원들의 성공 상품들을 보며 오늘도 또 하루를 마감한다.

성공한 선배들의 감동적인 상품은 늘 인기 절정이다.  그렇게 한 명의 성공 상품을 보면 내가 몰랐던 회사의 성공 상품 이야기가 또 보라고 손짓한다.



이 미친 유튜브 알고리즘에 오늘도 나는 잠 못 이루는 밤이 된다. 내일부터 더 잘해야지 생각하며  미라클 모닝을 찾아본다.   아 그들이 미라클 모닝 상품을 팔기 전 잠이 들어야 할 텐데 말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