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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Sep 20. 2022

파워는 아니고 블로거입니다.  

2005년 6월 20일 블로그를 개설했다.  개설은 했지만 그저 남들이 올린 글들을 보는 용도였다.  이렇게 모든 사람이 다 볼 수 있도록 본인의 얼굴을 공개적으로..   와 자신감 오졌다.  주변에 아무리 둘러봐도 블로그를 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도 없었고 심지어 블로그가 먼데? 하는 사람도 있었다.  무려 17년 전에 말이다.  



그저 생명줄만 붙여두고 방문하지 않는 세월로 몇 년이 흘렀다.  아주 가끔  얼굴이 보이지는 않지만

사진 한두 장을 올리기도 했다.   그래 봐야 보는 사람도 없고 아이디 비번이라도 기억하면 다행이었다.

결혼을 하고 남편과 나는 첫 해외여행인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여행의 재미에 빠졌다.  

27년 역사에 첫 해외 나들이가 신혼여행이라는 게 시대에 많이  뒤처진 느낌이지만 늦바람이 무섭다고 첫 해외여행의 맛은 짜릿함 그 자체였다.    그때만 해도 손에 주렁주렁 두꺼운 가이드북을 들고 첫 해외여행이랍시고 질러버린 큰 카메라를 들고 첫 해외여행길에 올랐다.  지금처럼 인터넷으로 보고 싶고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곳들을 저장하는 기술 따위는 상상치 못했던 그 시절.  이 세상은 내가 모르는 것들로 가득했다. 처음 다녀온  홍콩과 발리는 내가 상상하던 그 이상의 감동을 전해주었다. 그리고 우리 둘만 매일 보고 낄낄 거리는 사진들을 그때부터 블로그에 업로드했어야만 했다.  


근데 소심하게도 그러지 못했다.

왜냐고?

혹시나 누가 알아보지는 않을까.  혹시나 내가 아는 사람이 나의 오그라지는 필력을 비웃을까 봐. 혹시나 아는 사람이 이것들은 돈 걱정 없이 여행만 다닌다고 혀를 찰까 봐.



애석하게도 그런 걱정은 왜 했나 싶다. 하루 방문자가 5명인데 무슨 걱정이람?  

나의 일상을 노출하는 것이 그저 조심스럽고 부끄러웠다. 작고 소중한 내 블로그의 방문자수와 내 걱정 그래프는 그야말로 반비례를 그려주었다.  추억은 인화된 사진들로 신혼집을 가득 채우고 출력된 사진을 보며 여행병은 커져만 갔다. 점점 중독된 여행병은 일을 그만두고 한 달간 여행을 떠나게 만들었다.

한 달간 여행도 사전과 같은 가이드북과 함께 했다.  일본은 가이드북에 볼 거라도 많지. 베트남 호치민, 나트랑, 무이네를 향하는 길에 손에 든 가이드북은 그야말로 상상으로 만들어진 책과 같았다. 이분들은 과연 베트남을 다녀온게 맞을까 싶을만큼 정보가 빠진 가이드북이라니.  그때부터 진작 다녀온 곳들의 사진들을 인화만 하지 말고 블로그에 업로드를 했어야 한다.  어리석다.  정말 미래를 보는 눈이 그리도 없다.  아마 그때부터 블로그에 여행정보를 업로드했으면 난 지금 아마도 예상컨데 파워블로그가 되었을 것이다.  지금처럼 파워는 아닌 그냥 블로거가 아니고 말이다.



한 달간 여행을 다녀왔어도 여전히 여행은 더 그리워졌다. 틈만 나면 여행 갈 궁리를 했고 비행기표를 검색했다.  시간이 갈수록 블로그에도 점점 많은 글들이 올라왔다.  그리고 어느 순간 단골로 방문하게 되는 블로그들도 생기게 되었다. 지금과는 다른 시스템이었지만 즐겨찾기 수준으로 늘 찾는 블로그가 몇 개 있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나와 동갑으로 예상되는 여자분이 운영하는 블로그였는데 사진도 기가 막힌 데다

여행지도 아주 특별함 그 자체였다.  이 사람들은 백수인가 의심이 될 정도로 많은 여행지들의 정보들.

그리고 어느 날 눈에 하이라이트로 꽂힌 그것


"업체로부터 초청을 받아 다녀왔습니다"라는 협. 찬. 문. 구

아.. 이건 도대체 뭐지???


그렇게 시작되었다. 뒤늦게 바람 잔뜩 든 여행을 초청을 받아 가다니. 그래 이거다. 동이 틀때까지 그 블로그만 보고있었다. 정확하게 협찬 따위 방법을 알지도 못했고  주변에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 방법은 모르겠지만 일단 나도 한번 해보자. 그게 십수 년 전 내 블로그의 시작이었다.  



나도... 해외를 초청받아 가고 싶다.

그거. 오직 그거. 내가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 속물 같지만

사실이고 그렇게 나는 파워는 없지만 여행블로거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 십수 년이 지난 지금 나의 N 잡에 1등 공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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