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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Feb 14. 2024

출간을 하긴 했습니다만

매일아침 눈을 뜨면 가장 먼저 교보문고에 접속한다. 매장별 재고를 확인하며 다시 한숨을 내쉰다. 알라딘은 몇위려나 하며 알라딘에 다시 접속한다. 절대 달라지지 않는 순위에 실망하며 다시 예스 24로 간다. 그리고 어제와 같은 판매지수에 또 한 번 실망하며 아침을 맞이한다.

나는 브런치에서 수많은 이들이 바라는 출간을 한 사람이다.  물론 그럴 깜냥은 못된다.  직접 투고했느냐? 그건 아니다. 우습지만 어느 날 갑자기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 우리 책 냅시다 라는 행운의 편지를 기다리는 사람 역시 나다. 우연히 6년 전 우리 출판사 대표님이 변방 사이버 세계에서 날 찾아냈다. 그 메일을 받은 게 벌써 6년 전이다.  대하장편소설을 쓰고도 남을 수년의 시간  처음 계약과는 다른 책을 작년 말 출간했다.

첫 원고도 코로나 때문에 영원히 홀딩되었고 그렇게 두 번째 작업이 시작되었다. 수년간 책 쓴다는 말에 누군가는 허언증 환자로 취급했을 터. 이미 10권은 냈겠다며 제발 책 나오면 이야기하라는 사람도 있었다.  다시 리셋된 원고로 다시 3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드디어 출간한 내 책은 엔데믹과 함께 빛도 못 보고 찬밥 신세가 되었다.  수십만 구독자를 가진 잘 나가는 유튜버도 아니고  언니 멋져요 예뻐요를 듣고 사는 유명한 인스타 인플루언서도 아닌 내가 책 출간이라.   출간만 되면 그래도 속 시원할 줄 알았는데 아니다. 차라리 원고 붙잡고 안 봐준다고 언제 수정본 주시냐고 독촉하던 그 시간이 더 행복했다.  대형출판사라 뒤에서 홍보를 빵빵하게 해 주는 것도 아니다.  글쓰기부터 홍보까지 뒤에 제발 내 책 좀 사줍서를 외쳐야 하는지 모른다.

그러니 매일 교보문고를 들락거리며  수많은 친구들과 서가에서 등만 보이며 훌쩍이고 있는 내 책들의 안부가 매일 궁금할 수밖에 없다.  감사하게도 배 보이며 평대에 누워있는 녀석들.  그래도 그 지역에서는 아직 쫓겨나지 않고 잘 누워 있구나 싶어 다행이기도 하다. 가끔은 오프라인 서점에 출동해 내 책의 안부를 묻기도 한다. 혼자 외롭게 등만 보이고 있는 녀석을 보며 한숨 쉬는 엄마를 본 아들은 우리 책이 숨 쉴 수 있게 다른 친구들 사이를 조금 벌여주기도 했다.

책 출간은 출산과 같다한다. 난 5년의 시간을 보냈으니 이건 뭐 출산하고도 4명을 더 출산했어야 할 시간이다.  조금만 더 일찍 신경 써서 빨리 좀 만들지 출판사 원망도 하루  내가 조금만 더 유명했더라면 이라며 스스로 채찍 이틀. 2쇄는커녕 1쇄 찍은 거라도 다 팔리면 좋겠다 싶은 요즘이다.  부디 오늘은 저기 전국 어딘가에서 한 권이라도 팔리길 간절히 바라본다.

내일 아침에는 교보문고 재고를 보며 와 감사합니다. 외칠 수 있기를.

출간한 책은 못팔아도 출간일기 한풀이 브런치 글이라도 관심받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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