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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환회 Jul 29. 2021

그날의 해변으로 다시

밝은 밤

'왜 많이 팔렸지' 궁금한 이번 주 급상승 도서

[2021년 7월 4주] 7/19~7/25


최은영은 두 소설집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이 모두 '교보문고 낭만서점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 1위를 차지할 만큼 동료 작가의 두터운 지지를 얻은 작가다. 2010년대 중반 형성된 '젊은 작가 새로운 문학' 흐름을 이끈 독자가 사랑한 작가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그의 첫 장편소설이기에 『밝은 밤』에 대한 독자의 기다림은 특별했다. "중단편과 장편은 마치 시와 소설이 다르듯이 완전히 다른 장르라는 걸 이 소설을 쓰면서 알게 됐다." 최근 진행한 '한겨레' 인터뷰에서 최은영은 장편 창작의 남다름을 이야기했다.



기다림에 걸맞은 완성도와 상승감이 있는 결과를 보여줬다. 분량이 제한된 짧은 세계 안에서 이야기를 닫아야 하는 중단편과 달리 장편 『밝은 밤』에서 시간과 공간은 모두 크게 확장된다. 시간. 일제 강점기부터 현재까지 백 년에 걸쳐 이야기가 흐른다. 공간. 개성, 대구, 서울, (가상 도시) 희령, 그리고 일본을 오간다. 시간과 공간 두 축의 중심에는 '증조모, 조모, 모친, 나' 네 여성이 있다. 그들이 만난 네 남자는 하나같이 가부장적이거나 폭력적이거나 자기중심적이다. 그런데 반대에 있는 네 여성의 모녀 관계 역시 순탄하지는 않다.


오히려 갈등의 골이 깊다. 주인공 지연의 부친은 이혼한 딸이 못마땅해 친척 모임에서 욕설을 한다. 모친 역시 상처를 준다는 점은 다르지 않다. 딸에게 힘든 일이 있다고 약을 먹는 건 옳지 않다고 말한다. 그런 모친도 조모와 절연한 지 오래다. 여성 4대의 갈등은 치유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읽게 되는 책이다. 실마리는 '어깨를 내어주는 마음'이다. '내게 의지해. 나도 의지할게.' 모친은 손을 잡고 나란히 서 있던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는다. 이 모습을 찍은 사진 한 장으로 마무리되는 엔딩은 작은 전율에 가까운 감동을 준다.



또한, 아픔의 낭만화를 경계한다. 바다와 가까운 도시에서 혼자 생활하는 천문 연구원. 파스텔톤 책 표지만큼이나 분위기 있어 보이기도 하는 설정이지만 실제 지연은 고통에 잠을 이루기 힘들다. 그리고 언니를 떠올리는 모든 순간은 눈물을 동반한다. 마음 깊이 스며드는 단정하고 아름답고 힘이 센 문장에 실린 용기만이 그를 서게 한다. 동시에 마치 손에 잡힐 것처럼 분명한 서정. 이 책은 낡은 상자에서 옛날 편지나 사진을 꺼낼 때 밀려오는 '좋지만 괴로운' 모순적 감정을 독자가 마주하게 한다. '진심에 진심인 작가' 최은영이 부린 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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