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환회 Oct 31. 2021

다를수록 더욱 가까워지는

방금 떠나온 세계

'왜 많이 팔렸지' 궁금한 이번 주 급상승 도서

[2021년 10월 3주] 10/18~10/24


지난 10월 22일, 한 장애인 단체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여 서울지하철 운행이 지연되었다. 자유로운 대중교통 이동은 비장애인에게는 특별하다고 인식되지 않는 당연히 주어진 편의다. 장애인의 현실에 대한 비장애인의 실제 이해도는 매우 낮다. 역지사지는 고사성어에 머문다. 특별한 계기가 없는데 다른 사람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려 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장애 외의 성별, 계급, 인종 등 다른 모든 차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수많은 생활영역 속 발생하는 간극 좁히기는 지금까지 많은 문학과 예술 작품이 파고든 주제였다.



이 작업을 지금 한국문학에서 가장 맹렬하게 수행하고 있는 작가는 김초엽이다. 그는 데뷔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2019)을 통해 2020년대에 가장 주목해야 할 소설가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 최근 내놓은 두 번째 소설집 『방금 떠나온 세계』에서 작가는 주제의 통일을 중시했다. 수록작 대부분이 신체적, 기능적 차이를 지닌 존재(인간, 기계 혹은 그 외) 사이의 소통을 이야기한다. 그 이유이자 책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은 '작가의 말'에 요약되어 있다. '다른 세계들이 어떻게 잠시나마 겹칠 수 있을까'를 상상하는 것이다.


SF는 이처럼 현실의 경계를 넘는 새로운 변화를 꿈꾸기 적합한 장르다. 과학의 발달을 가정하여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제약 없이 그릴 수 있다. 오늘의 한국 작가들이 선보이는 SF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책이 많다. 유의할 점은 테크놀로지가 문제를 매끈하게 해결하는 도구로 쓰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종교와 신화의 영역으로 흐르게 된다. 김초엽 문학 속 과학은 타자 사이에 놓인 차이를 제거하지 않는다. 차이가 있음에도 소통할 수 있도록 도울 뿐이다. 「마리의 춤」, 「숨그림자」, 「캐빈 방정식」에 나오는 불완전한 통역장치처럼.


반대로 과학 맹신의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한다. 「인지 공간」은 한 사회를 지탱하는 공동 지식이 사실은 공동체 스스로 만든 것일 수 있음을 암시한다. 규범 너머를 상상하지 못하는 사회는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다. 「오래된 협약」은 초대받지 않은 손님인 인류와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행성 중 '진짜 주인은 누구인지' 생각하게끔 한다.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책에 공감한 독자의 결론이어야 한다. 주종, 상하 등 모든 구분 논리를 배제하고 차이 자체를 인정할 때 조화로움은 가능하다. 이 순간은 짧더라도 아름답다고 작가는 말한다.

작가의 이전글 현대인을 위한 수정구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