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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환회 Nov 14. 2021

우리는 멋진 바쁨보다 휴식을 원한다.

요즘 애들

'왜 많이 팔렸지' 궁금한 이번 주 급상승 도서

[2021년 11월 1주] 11/1~11/7


"우리 부모 세대는 그중에서 단 하나만 잘해도, 아니 비슷하게 하기만 해도 평생을 먹고 살 수 있었어. 그런데 왜 지금 우리는 다 놀고 있는 거야?" 십여 년 전 김영하가 발표한 소설 『퀴즈쇼』의 일부분이다. 2000년대 중후반 이후, 많은 문학, 인문, 사회과학 분야 책이 2030 젊은 세대의 퍽퍽한 삶을 자주 다루었다. 상황은 더 나빠졌다. 칼럼 '밀레니얼은 어떻게 번아웃 세대가 되었는가'로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그 역시 밀레니얼 저자인 앤 헬렌 피터슨은 『요즘 애들』에서 우울한 밀레니얼의 셀피와 그 연원을 날렵하게 스케치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 성장과 진보적 가치의 수혜를 입은 베이비붐 세대는 또한 '일할 만한' 노동 환경을 경험한 마지막 세대다. 탄탄한 노동조합, 연금, 그리고 사회 안전망의 보호를 받았다. 계급 하락을 두려워했지만 어쨌든 중산층에 속할 수 있었다. 그들의 자녀, 즉 밀레니얼들은 어려서부터 부모의 집중 양육 아래 공부하고 사교 활동하고 '커리어' 만들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대학 입학에 성공한다 해도 바람과 달리 '요즘 애들'은 중산층이 될 수 없다. 그전에, 멋있고 급여 높은 직장에서 일할 수 없다. 그전에, 취업할 수조차 없다.


그 이유. 사회가 보수화되었다. 비교적 인간적이었던 자본주의는 그냥 자본주의가 되었다. 안정적인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겨우 취업해도 열정 페이를 강요받는다. 일한 결과가 전부 수치화되어 회사 시스템에 전송된다. 사회적 연결은 헐거워져서 데스 게임 마냥 각개약진해야 한다. 현실은 시궁창인데 24시간 나를 얽매는 SNS 속에서는 멋진 바쁨을 연출해야 하므로 더욱 고되다. 쉬면 불안하고 죄책감이 몰려온다. 결론은 번아웃이다. 책은 나의 성과가 아닌 나의 존재 자체가 가치 있으므로 번아웃의 고리를 끊어내고 더 쉬고 다르게 살자고 역설한다.


칼럼 ‘밀레니얼은 어떻게 번아웃 세대가 되었는가’


단,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마지막 장을 읽을 때 해결책은 언제 나오지 생각하게 된다. 이어지는 맺음말에서 '무엇을 하라고 말할 생각은 없으며, 세상을 명료하게 볼 수 있는 렌즈를 제공하려 한다'고 답한다.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마련해주는 것 자체도 의미 있다. 그럼에도 정부, 기업, 공동체, 개인 어느 차원에서든 실마리가 되는 예시를 찾는 것이 가능할 텐데 공란으로 남겨 두었다. 이어지는 서로 연대하여 상황을 개선하자는 호소가 허전하게 들린다. 저자 역시 비판했던 긱 경제 시대의 느슨함에 어울리는 문제 제기 방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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