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1839~) 에드거 앨런 포
비장르문학에 노벨문학상과 부커상이 있다면 장르문학, 그중 미스터리에는 에드거상과 대거상이 있다. 에드거상은 미국 추리작가협회가 미국에서 발표된 최고의 미스터리를 선정하는 가장 권위 있고 잘 알려진 미스터리 상이다. 상의 이름은 에드거 앨런 포에게서 따왔다. 포가 미스터리 문학의 시조인 것이 그 이유다. 이 사실만 안 채로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을 읽는 사람은 의아함을 느낄 수도 있다. 순서가 중요하다. 「어셔가의 붕괴」 등 일부 단편은 범죄 소설과 거리가 있는 환상 문학 혹은 공포 문학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본격적 미스터리는 언제 나오나. 궁금증은 「모르그가의 살인」을 읽으며 해소된다. 무엇보다도 '탐정'이 등장한다. 이어서 「마리 로제의 비밀」와 「도둑맞은 편지」에서 활약한 오귀스트 뒤팽은 소설에 나타난 최초의 탐정이라 인정받는다. 「모르그가의 살인」에서 그는 밀실 미스터리(!)를 기지와 통찰로 해결한다. 지적 유희를 즐기는 천재 탐정과 불가사의해 보이는 사건의 비밀 공개라는 현대 추리 소설 독자가 친숙하게 느낄 요소들을 만날 수 있다. 단편 선집에서 자주 제외되는 「마리 로제의 비밀」은 논란의 여지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 철학 텍스트로 유명하기도 한 「도둑맞은 편지」를 포함한 3부작은 현대 미스터리의 기본 틀을 제시한 중요한 작업물이다.
보다 공포 요소를 강화한 「검은 고양이」의 서스펜스도 독자를 압도한다. 은폐된 죽음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괴이한 현상들. 결국, 잔혹한 살인자는 정체가 밝혀지고 결국 심판받는다. 초자연적 느낌을 주지만 현실 논리를 넘어서지는 않는 미스터리의 탁월함을 갖추고 있다. 이 '실제 일어날 법함'은 또한 세월의 영향을 느낄 수 없을 만큼 매우 현대적이다. 뒤팽이 탐정의 시초인 것처럼 포는 코난 도일과 모리스 르블랑 같은 추리 소설 선구자들의 선구자임을 알려준다. 다른 여러 수작 중에서 오늘날 관점에서 시의성이 있는 작품은 「붉은 죽음의 가면극」이다. 역병의 시대, 밀폐된 공간에 모인 사람들은 안전함과 안락함을 만끽한다. 그러나 역병은 어느새 무리 틈에 스며들어와 있다. 이 역병은 2020년 전에는 흑사병을 연상하게 했으나, 오늘은 누구나 코비드 팬데믹을 떠올린다.
에드거 앨런 포는 천재였다. 그러나 평생 불행한 삶을 살았다. 작가 자신에게는 비극이다. 그러나 이는 포의 오라를 인지하는 후대 독자들에게 그를 미스터리 그 자체인 삶을 산 작가로 기억하게 만든 영향을 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