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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Aug 16. 2024

무정한 모래바람에 묻힌 삶을 찾는 어린 청춘의 발자취

영화 <이오 카피타노> 리뷰, 후기, 해석 / 난민, 이주민 르포 영화

주요 내용

- 영화 소개, 줄거리

- 이오 카피타노 제목 뜻

- 소년의 꿈과 현실

- 약자들의 연대

이오 카피타노 (IO CAPITANO, 2024)

무정한 모래바람에 묻힌 삶을 찾아가는 어린 청춘의 발자취

개봉일 : 2024.08.07.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로드 무비

러닝타임 : 122분

감독 : 마테오 가로네

출연 : 세두사르, 무스타파 폴

개인적인 평점 : 3.5 / 5

쿠키 영상 : 없음


Io Capitano. 나는 선장이라는 뜻의 제목을 가진 이 영화는 스스로 삶의 방향을 정하는, 내 삶의 선장이 되기 위해 수많은 죽음의 파도를 넘는 어린 청춘의 처절한 여정을 담고 있다.

연출된 영화라기보단 르포에 가깝다 느껴질 만큼 현실적이고 무거운 영화라 난민, 불법 이주,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에겐 추천할 수 있겠지만 마음이 지쳐있거나 무거운 영화를 원하지 않는 이에겐 추천하기 어려울 것 같다.

세네갈에 살고 있는 10대 소년 세이두와 그의 사촌 무사는 국경을 넘어 유럽으로 가 가수로 성공하겠다는 꿈을 품고 있다. 세이두의 동생들은 서로에게 “노래 좀 그만 불러!"라고 타박을 하고, 고향을 떠나겠다는 세이두의 말을 들은 어머니는 “네가 왜 여길 떠나?”라고 반문하지만 세이두와 무사는 가수라는 꿈만을 바라보며 반년 동안 성실히 돈을 모은다.

두 사람은 낮에는 열심히 공부와 일을 하고 늦은 밤엔 함께 휴대폰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보고 꿈꾸며 국경을 넘을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그리고 마침내 목표한 금액을 모은 날, 두 사람은 가족들 몰래 집을 빠져나와 브로커를 만난다.


세이두와 무사는 돈만 지불하면 안전하게 사막을 건너 유럽으로 향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그런데 SNS에 올라온 동영상과 현실이 다른 것처럼 국경 너머의 세상은 그들이 기대했던 것과 달랐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건 잠깐의 희망뿐이었고 세상은 너무하다 싶을 만큼 무정하다. 그 누구도 약자의 생명엔 관심이 없고 그들 주머니에 있는 돈을 털어가기 바쁘다.

텁텁한 모래바람, 자비 없는 열기, 시체가 가득한 사막. 유혈이 낭자한 구금 시설, 연고 하나 없는 낯선 도시와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까지. 어린 세이두와 무사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서로를 의지한 채 걷고 또 걷는다.


- 아래 내용부터 스포 有


소년이 꿈꾼 세상과 현실


“여길 떠난 사람들은 사막에서 말라죽고 바다에 빠져 죽었어.”

고향을 떠나겠다는 세이두의 말에 어머니는 이렇게 답한다.


10대 소년인 세이두와 무사는 휴대폰을 통해 세네갈 밖의 세상을 배운다. 두 사람은 영상 속에서 본 멋진 도시 유럽에서 음악을 만들고 가수로서 성공하겠다는 꿈을 품고 있다.

아이들의 꿈을 들은 어른들은 단호하게 그 꿈을 말린다. 어머니는 고향을 떠나지 말라고 불같이 화를 내고 여행 정보를 갖고 있다는 남자 시스코는 “TV에 나오는 건 진짜가 아니”라며 유럽은 춥다고, 시체가 가득한 곳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세이두와 무사는 어른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 영상을 통해서 본 바깥세상은 너무도 흥미롭고 자유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고향 밖으로 나가보니 어른들의 말이 맞았다 사막엔 정말 시체들이 널려있었고 바다는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소년을 막아선다. 거기에 더해 잔인한 어른들은 소년들에게 가혹하고 끔찍한 사건만을 안겨준다.

무정한 세상에서 피어난 약자들의 연대


극 중 캐릭터는 크게 강자와 약자로 나뉜다. 강자는 물리적인 힘, 경제력 등을 갖춘 경찰, 브로커, 마피아가 있고 약자는 세이두를 포함해 함께 사막을 건너는 이주민들, 리비아에 자리 잡은 세네갈 사람들이 있다.

강자는 이미 많은 걸 가졌지만 더 많은 걸 갖기 위해 약자를 탈취하거나 손쉽게 이용하고 버린다. 반대로 약자들은 가진 것은 없지만 연대를 만들고 서로의 손을 잡으며 무정한 세상이 주는 시련을 버텨낸다.


브로커와 사막을 건너던 중, 누군가 트럭에서 굴러떨어지자 사람들은 차를 세우라며 소리친다. 그런데 트럭 운전사는 차를 더욱 빠르게 몰며 “그래서 꽉 잡으랬잖아. 입 다물어!”라고 화를 낸다. 사막의 도보 길을 안내하는 가이드 또한 사람들이 뒤처지는지, 사라지는지 그런 것 따윈 신경 쓰지 않고 무심히 앞으로 나아간다.

이들과 반대로 약자들은 이야기 내내 서로에게 손을 내밀며 근근이 삶을 이어간다. 구금시설에서 만난 어른들은 악몽을 꾼 세이두를 토닥여주며 그가 다리를 펼 자리를 만들어준다. 세이두의 옆에 있던 아저씨는 아마도 생사의 기로였을 “기술이 있냐?”는 질문에 세이두와 함께 손을 들어준다.

세이두는 다른 약자들의 보호를 받으며 무사히 살아남아 리비아 땅을 밟는다. 그리고 자신이 지금껏 받았던 그 마음을 고스란히 또 다른 약자들에게 꺼내 보인다. 

세이두는 자신을 포함한 수많은 약자들의 삶을 위해 배의 방향 키를 단단히 쥐고 모든 것을 바친 무모한 항해를 시작한다. 그는 큰 파도가 올 때마다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히며 앞으로 나아간다. 큰 파도와 여러 시련들이 세이두와 약자들의 삶을 부수려 할수록 세이두의 삶을 향한 의지는 점점 더 강해진다.

“내가 선장이에요! 내가 해냈어요!” 이탈리아에 도착한 세이두는 이렇게 외친다.


세이두는 이제 목적지가 정해진 삶에 올라탄 선원이 아닌 가수라는 꿈을 향한 여정을 이끄는 선장이 되었다. 수많은 고비를 넘어온 소년의 표정은 전보다 훨씬 단단해졌고 그의 뒤로는 밝은 해가 떠오른다. 소년이 보여준 삶에 대한 의지와 믿음, 연약하지만 아름다운 연대가 주는 감동과 해방감이 스크린 가득 넘실거린다.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면 이탈리아에서 불법 이주민들을 거부하거나 병원이 무사를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또 두 사람이 무사히 가수의 꿈을 이룰 거라는 보장도 없다. 해피엔딩이라기엔 남겨진 걱정들이 너무 많긴 하지만 어쨌든 지금은 소년들이 해낸 첫 항해의 감동을 마음껏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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