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절대 아파트 저층에서는 살지 않겠다는 다짐.
아무래도 2층이다 보니 웬만한 벌레들은 워크인으로 방문 가능했는데 특히나 귀뚜라미 인지 꼽등이 인지를 마주했을 때의 기억은.. 굳이 나열하고 싶지도 않네.
아기 침대 위로 지나가던 바퀴벌레도 있었다. 그날로 당장에 세스코를 신청했고 새하얀 위생복을 위아래로 갖춰 입은 직원분이 방문했다. 내시경 카메라 따위로 집안 곳곳을 살펴보더니 다행히 이 집에 서식하는 바퀴는 없다고 했다. 밖에서 들어오는 바퀴는 완벽히 막기가 힘들고 보통 그것들은 첫눈이 내리면 사라진다는 로맨틱한 대사를 남기고는 떠나셨다.
거실 바닥에서는 장성한 거미도 종종 발견되었다. 그럴 때 나는 남편의 두툼한 전공 서적을 내리쳐 해결하곤 했는데 그 책은 남편이 퇴근할 때까지 그 자리에 있었다. 그는 왜 꼭 자기 책이어야 하느냐고 불평했지만 그 책만큼 적당한 무게감과 두께가 없는걸. 어차피 보지도 않는 거 이렇게라도 쓰면 다행이지.
하루는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고 있는데 어쩐지 등골이 서늘한 기분이 들었다. 홀리듯 돌아보니 방충망 위로 사마귀 한 마리가 성큼성큼 올라가고 있었다. 다행히 집 바깥쪽이었지만 괜스레 눈이 마주칠까 싶어 숨 죽이고 얼어붙어 있었다. 사마귀는 그렇게 2층인 우리 집을 거쳐 3층으로 향했다. 쟤들은 고소공포증도 없네.
그 외에도 도대체 어디로 들어오는지 의문인 커다란 날개 달린 곤충들과의 대결이라든가(그것들은 꼭 남편이 없을 때 방문한다) 한 여름 모기와의 전쟁 등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내가 곤충을 이 정도로 두려워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두 번째는 집의 위치다.
사택은 회사에서 가까운 아파트 단지였는데 그러다 보니 동네에 임직원들이 많이 모여 살았다. 그들은 사교성 좋은 남편을 시도 때도 없이 불러 댔다. 그들이 불러낸 것인지 스스로 나간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우리 집은 주방 창문을 열면 단지 밖 상가들이 보이는 위치였고 거기엔 닭발을 잘하는 맛집이 있었다.
신생아 육아로 밤낮 없는 좀비 생활 중에 창문 너머 들어오는 매콤한 불향이란.
그리고 보란 듯이 야외 테이블에 앉아 닭발을 뜯는 애 아빠를 지켜볼 때의 분노란.
나는 절대로 회사 근처에서는 살지 않기로 했다.
짧았던 1년 남짓의 시간 동안 그 집에서 꽤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나름의 꽁냥이는 신혼 생활도 하고 그만큼 치열하게 부부 싸움도 했고(방문 하나를 부수고 나왔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아이도 낳아 세 식구가 되었다.
내 마음속 임시 거처 수준이었지만 돌이켜 보면 많은 추억이 있던 집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분양받은 새 아파트로 이사를 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