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세나 알아볼까.
알음알음 부동산 한 곳을 알게 되어 방문했다. 요즘은 통 매수자가 없다는 부동산 사장님의 푸념을 들으며 적당한 가격을 부르고 나왔다.
남편에겐 통보하듯 집을 내놨다고 얘기한 터였다. 믿지 않는 눈치였지만.
N 년 전부터 마음속에 막연히 찍어 둔 아파트가 있었는데 급매로 매물이 하나 나왔다. 모든 게 적당하고 마음에 들었다. 평수가 늘어남에도 지금 우리 집 시세와 큰 차이가 없었다. 이 집을 사야만 해. 나는 마음이 급해졌다.
때마침 하늘의 계시인 듯 우리 집을 보러 온 매수자들이 꽤 있었다. 나는 그들의 마음에 들고 싶어 열심히 집을 쓸고 닦고 시간 맞춰 커피를 내려 댔다.
평소 나는 물건을 아껴서 오래 쓰는 편이다.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물건을 아끼는 편을 택했다.
집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웃에 친구가 없어 다른 집을 가보진 못했지만 오는 사람마다 깔끔하게 잘 썼다고들 칭찬했다. 그래서일까? 생각보다 빠르게 집이 팔린 것이다. 그것도 쭈꾸미 샤브를 먹다가.
남편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 집이 팔렸다고 말했다.
"뭐라고? 집을 팔았다고? 얼마에?"
그는 매우 놀라는 눈치였다. 보았느냐 나의 실행력을. 솔직히 이번엔 나도 좀 나에게 놀랐다.
내 집을 팔았으니 이제 급매를 잡을 차례다. 부동산 사장님을 독촉했다. 오늘은 시간이 늦었으니 내일 연락을 주겠다고 하셨다. 다음 날 사장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아이고~ 사모님 어떡하죠? 그 집이 급전을 해결했다나 봐요. 그래서 집값을 올리겠대.."
"네? 얼마나요..?"
그분은 처음 가격에서 가뿐히 1억을 얹으셨더랬다. 눈앞에서 꼭 1억을 빼앗긴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 집은 여전히 가장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나는 다시 부동산 사장님께 메시지를 넣었다.
"계약할게요."
그런데 잠시 후 부동산 사장님의 답장을 받고 나의 불면의 밤이 시작되었다.
1억 정도로는 모자랐는지 그 집은 갑자기 팔 생각이 아예 없어졌다고 했다.
"네? 그럼 저는요? 제 집은 팔렸는데 저는 이제 어디로 가요?"
파워 J인 나는 계획을 벗어나는 돌발 상황을 싫어한다. 아니 정확하게는 두려워하는 것 같다.
그날부터 초조해서 잠이 안 왔다. 아무래도 대형 평수 아파트는 매매가 활발하지 않은 편이고 당연히 매도 물량도 적었다.
몇 안 되는 물량을 샅샅이 훑기 시작했지만 어쩐지 이 사람들은 집을 팔 생각이 없어 보였다. 매수자가 나타나도 가격을 깎기는커녕 돌아서면 오히려 더 올라갔다. 이미 내 예산은 훌쩍 초과된 상태로 시간이 흘렀다.
이 즈음 다이어트는 입으로만 떠드는 일명 '아가리어터' 였던 내가 몸무게가 3kg나 빠졌다. 이 정도면 근 몇 년 간에 역대급 신기록이다. 멀쩡한 집을 팔아 치우고 졸지에 길바닥으로 쫓겨나게 생겼으니 먹어도 맛을 모르겠고 잠도 잘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