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의 서울이 '빠른 속도'라면,
비나 눈이 오는 날의 서울은 한 템포 느려진 '운치'입니다.
날씨 탓을 하며 집에만 있기엔, 젖은 도시가 뿜어내는 그 짙은 감성이 너무 아깝죠.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세상의 표정이 바뀌는 것을 지켜보는 일.
흐린 날이라서 더 선명해지는, 서울의 감성 도피처 3곳입니다.
비 오는 날, 고궁은 평소보다 더 깊어집니다.
그중에서도 창경궁 가장 깊숙한 곳, 하얀색 프레임의 '대온실'은 낭만의 절정입니다.
1909년에 지어진 국내 최초의 서양식 온실.
투명한 유리로 된 돔 천장 위로 '타닥타닥'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밖은 차가운 회색빛이지만, 안은 따뜻한 초록빛 식물들로 가득한 곳.
우산을 접고 그 따스한 공기 속에 서서, 머리 위로 떨어지는 비나 눈을 안전하게 감상하는 기분.
서울에서 가장 클래식하고 우아한 '비멍'의 장소입니다.
날씨가 궂은 날, 박물관만큼 완벽한 피난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곳을 추천하는 이유는 수많은 유물 때문이 아닙니다.
바로 '사유의 방'과 거대한 통유리창 때문입니다.
어두운 공간 속, 은은한 조명 아래 앉아있는 두 점의 '반가사유상'.
그 고요한 미소를 바라보며 침묵에 잠겨 있다가, 로비로 나오면 거대한 통유리창 너머로 남산 타워와 내리는 눈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집니다.
압도적인 공간감과 정적.
소란스러운 날씨와 단절된 채, 내면의 소리에만 귀 기울이게 만드는 힘이 있는 곳입니다.
빌딩 숲을 벗어나 북한산 자락으로 향합니다.
비나 눈이 올 때, 한옥의 매력은 배가 됩니다. 바로 '처마' 때문이죠.
전망 좋은 카페(1인 1잔 등) 창가에 자리를 잡습니다.
발아래로 겹겹이 포개진 기와지붕들이 보이고, 그 검은 기와 끝에서 빗물이 뚝, 뚝 떨어지거나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갑니다.
커피 대신 따뜻한 차 한 잔을 손에 쥐고 그 풍경을 내려다보는 시간.
서울이지만 서울 같지 않은 고즈넉함.
흐린 날씨가 오히려 한옥의 수묵화 같은 운치를 완성해 주는 곳입니다.
비나 눈은,
여행을 망치는 불청객이 아닙니다.
도시의 소음을 잠재우고,
우리를 더 아늑한 공간으로 이끄는 '초대장'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창밖이 흐리다면
주저 말고 그 운치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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