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휴가 계획은 늘 '서울 밖'으로 향해 있었습니다.
서울은 '여행지'가 아니라 '일상' 그 자체였으니까요. 매일 출퇴근하는 지하철, 빽빽한 빌딩 숲. 그저 벗어나고 싶은 곳이었죠.
그런데 하루는, 마음먹고 '관광객'이 되어보기로 했습니다. 익숙한 버스 노선 대신, 일부러 낯선 골목으로 발길을 돌려봤죠.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저는 제 도시를, 서울을, 하나도 모르고 있었더군요.
제가 '여행자'의 눈으로 다시 발견한, 서울의 낯선 풍경 4곳입니다.
우리는 늘 경복궁 '안'으로만 들어가려 하잖아요.
그런데 진짜 매력은 그 옆, '서촌' 골목에 숨어있었어요. 경복궁 돌담길을 따라 걷다가, 좁디좁은 골목으로 꺾어 들어가는 그 순간.
시끄럽던 차 소리가 순식간에 사라져요.
낮은 한옥 지붕들, 간판도 없는 작은 서점, 우연히 발견한 갤러리. 마치 '서울의 시간'이 이곳만 비껴간 것 같았죠. '빨리빨리'를 외치던 서울에서, 가장 느리고 다정한 걸음을 걸었습니다.
솔직히, 성수동... 너무 '힙'해서 좀 피했어요.
사람도 많고, 다 똑같은 공장형 카페일 거라 생각했죠.
그런데 평일 낮, 작정하고 걸어본 성수동은 좀 달랐어요.
아직도 '철컥-' 소리를 내는 낡은 인쇄소와 수제화 가게 사이로, 세계적인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가 들어서 있더군요. 낡은 붉은 벽돌에서 풍기는 묘한 잉크 냄새와, 그 바로 옆 카페의 진한 커피 향.
그 부조화. 그게 성수동이었어요.
서울의 '과거'와 '현재'가 가장 치열하고 멋지게 공존하는 현장이었습니다.
"공원이 거기서 거기지"라고 생각했던 저, 반성합니다.
서울숲은... 차원이 달랐어요. 특히 11월, 늦가을의 서울숲은 뉴욕 센트럴 파크 부럽지 않더군요.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한참을 걷는데, 저 멀리 '꽃사슴'들이 풀을 뜯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 사슴들 너머로, 저 멀리 초고층 아파트가 병풍처럼 서 있는 거예요.
이 비현실적인 풍경.
가장 치열한 도시 한복판에서, 가장 완벽한 자연을 만나는 이 기분. 서울이 제게 준 가장 큰 위로였습니다.
익선동. 솔직히 여기도 '관광지' 같아서 잘 안 갔어요.
하지만 '밤'의 익선동은 완전히 다른 얼굴이었습니다.
해가 지고, 좁은 골목마다 얽힌 전구에 '탁-' 불이 켜지는 순간.
마치 거대한 미로 속 보석상자에 갇힌 기분이었죠. 유리로 덮인 천장 아래, 낡은 한옥 처마 밑에서 사람들이 와인을 마시고, 웃고, 이야기하는 그 풍경.
낮의 분주함은 사라지고, 오직 따뜻한 불빛과 낭만만 남은 그곳.
서울의 밤이 이렇게나 아늑할 수 있다는 걸, 그날 처음 알았습니다.
서울은 '사는 곳'이 아니라 '여행하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가장 멋진 여행지는,
우리가 벗어나려 했던 그 일상 속에 숨어있었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