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지도 않고

시(詩)

by 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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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네가 그리운 걸 보면
생각보다 참 많이 스며 있었나 보다.
아직도 그리울 만큼 오래도록,
내 맘 구석구석 흠뻑 너로 젖어 있었나 보다.

사계절이 거의 다 지나가는데
너는 다 마르지도 않고, 나는 여전히 축축하다.
참 오래도 간다 싶은데,

곧 불어 올 가을의 선선한 바람마저
너를 증발시키지 못할 거 같으니
젖은 몸으로 한참을 더 떨어야만 하겠지.

그래서 아직 나는 몇 걸음 걷다 남아있는 너를 밟고,
발을 적시고, 눈을 적시고, 맘을 또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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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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