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경한 상실

아픔과 문장에 관하여

by 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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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도통 익숙해지려야 익숙해지기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몇 번, 혹은 몇십 번의 상실 끝에 그 일에 익숙해졌다고 해도 그 과정에까지 능숙해지는 것은 그보다 몇 배는 더 힘든 일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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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누군가를 잃었을 때 이 상실의 아픔이 과연 사라지기는 하는 종류의 괴로움인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어서 빨리 이 슬픔의 타래에 익숙해지는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며 아등그러지는 밤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몇 번의 상실을 더 겪으면서 그 결과뿐 아니라 과정까지도 저에게는 괴로움의 연속이었기에, 어서 빨리 잃는 법에 능숙해지는 어른이 되고 싶다고 바라던 나날들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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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절한 시기를 보내던 저에게 몇몇은 이미 지난 일과 지나간 인연에 연연하지 말고 슬퍼하지 말아라 하며 얘기를 꺼내곤 했습니다. 저는 그때 그들은 어찌 그럴 수 있는지, 그 사람들을 제가 바라던 퍽 성숙한 어른쯤으로 느끼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제가 생각하던, 상실에 익숙하고 잃는 법에 능숙한 사람이 진정 어른이라면, 저는 이제 어른이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능숙지 않은 과정과 익숙지 않은 결과에 괴로워하고 그 상실과 비애의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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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슬픔을 긍정할 수 있기에 저는 또 새로운 인연에 기뻐하고 감사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고난과 안온함과 애수와 열락을 모두 아는 사람이 진정 삶을 살아나갈 수 있겠지요. 문득 그 모든 슬픔을 아로새겼기에 그 많은 문인들이 그토록 찬연한 문장들을 써낼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오늘도 충분히 슬퍼하고, 몇몇의 문장을 떠올리며 온전한 밤을 푸르게 흘려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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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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