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하는 뭉그스레한 이유

로맨스와 그 의미에 관하여

by 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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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어렸을 때, 그러니까 내 기억이 시작될 즈음의 나이였던 것 같다. 부모님이 여자 친구나 결혼 같은 단어를 꺼내기만 하면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런 말 하지 마, 나는 평생 엄마 아빠랑 같이 살 거야!' 라며 화를 내곤 했다. 뭐가 그렇게 서럽고 억울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는 그랬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몇몇 친구들에게도 이 얘기를 했었는데, 많은 친구들이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었다. 도대체 그 나이의 우리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던 걸까. 어쨌든 그랬던 시기를 지나 중학생 때까지 연애라고도 할 수 없는 몇 번의 어설픈 만남을 거쳐서 열여덟의 나는 제대로 된 첫 연애를 시작했다.


그 연애의 시작과 함께, 사랑은 나에게 있어 큰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혼자서 사는 삶, 비혼 등 일종의 탈사랑이 어떤 트렌드가 되고 있는 지금에도 나는 항상 사랑과 이른 결혼과 함께하는 삶을 꿈꾸고 있으며, 로맨스를 꿈꾸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사랑에 조금 더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느끼는 일이 많다.


어쨌든 지금 나에게 사랑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느냐, 하는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모순적이게도 사랑 없이 살고 있는 요즘이 너무나도 편하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관계에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희생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는 서로에게 바라게 되는 점이 다른 관계와 비교할 수 없게 커지기 마련이니 특히나 희생과 배려, 이해 같은 것들을 한가득 필요로 한다. 그런 이유로 사랑 없이 살고 있는 근 몇 개월 동안 딱히 누구 눈치 볼 것 없이, 감정의 낭비도 없이 편하게만 지내오면서 '아 이래서 사람들이 혼자 사는 게 좋다고 하는구나. 혼자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는데?'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오히려 나에게 사랑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계속해서 사랑을 찾고 있는 내가 있었기 때문이다.


희생과 이해와 약간의 거치적거림을 감수할 만큼 사랑이 가져다주는 (안정감이나 설렘 등으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이상의) 빛나는 무언가는 가치 있다. 인생의 목표는 결국은 '행복한 나'인데, 그 세상에서 가장 애매모호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사랑과 로맨스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영화 '물랑루즈'에도 나오지 않았나. 가장 위대한 것은 사랑을 주고, 또 받는 것이라고.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필요한 것은 오직 사랑의 감정이요 현실적인 부분은 중요하지 않다고 믿는 그러한 사랑 예찬론자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생각이 십 년 이십 년 뒤에 보면 낯부끄러운, 스물다섯 아직 젊은 나이에야 뱉어볼 수 있는 철없는 사랑의 다짐일 수도 있겠거니 하고 생각한다. 그래도 아마 나는 로맨스를 꿈꾸고 계속해서 사랑을 할 것이며, 더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포기하지 않고 끝내 빛나는 그 무언가를 향해 사랑하는 이와 함께 손잡고 걸어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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