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는지도 모르는 채 잊고 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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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그런 낭만이 사라졌어"
얼마 전, 단풍길을 지나가다 외삼촌이 하신 말이었다.
예전엔 떨어진 낙엽들이 그 자체로 하나의 책갈피였고 편지였다며 말이다.
나도 분명 떨어진 은행잎 하나 읽던 책 사이에 끼워둔 적이 있었다.
무슨 책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어느 소설이었던 것도 같은데.
이렇게 문득 알게 되는 나의 결핍들이 있다.
아, 이번 차례는 낭만이구나.
언젠가 보았던 이훤 시인의 시 한 편이 떠오른다.
'낭만 실조', 그 시의 이름이었다.
시의 내용보다도 낭만 실조라는, 그 단어 하나가 가장 기억에 남는 시였다.
낭만을 잃는 것은 사라졌다는 것조차 잊는 것일까.
바스러지는 잎새와 잊혀진 페이지, 그리고 투박한 진심이 아스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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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