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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밍키 Jan 30. 2021

어쩌다 팀장이 되었다

외면하고 싶었던 책임감과 마주하는 날들

그저 영상을 찍고 싶어서 시작한 일인데, 점점 식구들이 늘어나면서 어쩌다 팀장 역할을 하게 됐다. 솔직히 그동안 외면하고 싶었다. 팀을 이끌어야 하는 책임감까지는 나에게 너무 무거운 짐이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그 책임감을 인정하려고 한다. "때려치워야겠다"는 말은 팀원들 앞에서 잠시 접어두려고 한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나와 짧게라도 인연을 맺은 제작진들이 모두 잘 됐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팀장이 돼야 할까. 다행히 나와 함께 일했던 팀장들은 능력이 좋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각 팀장들의 강점을 1개씩만 배워서 나에게 이입하려고 한다.




A.   하데릭 타입

나의 첫 사수인 그는 자신의 실수를 3초 만에 인정한다. 고집부리지 않고 ‘미안하다, 잘못 생각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생산적인 대화로 더 좋은 아이디어를 찾는다. 고인물이 썩지 않도록 소통하는 팀장이 되고 싶다.

출처 무한도전



B.    라이키 타입

피곤해 보이면 무조건 커피를 사준다. 점심에 맛있는 걸 사준다. 당이 떨어지는 것 같으면 간식을 주문해준다. 돈에 있어서 통이 큰 것뿐만 아니라 배포도 크다. 실수해도 모든 걸 커버해줄 것 같은 정신적으로 지주가 되는 팀장이었다. 덕분에 마음껏 까불 수 있었다. 나도 든든한 빽이 되는 팀장이 되고 싶다.

팀원들의 편한 출장을 위해 5성급 호텔을 예약해준 라이키 팀장



C.    크롱 타입

연출자는 프로그램을 통한 수익 창출까지 신경 써야 한다는 걸 일깨워줬다. 제작진들의 영감의 원천은 입금에서 나온다. 제작진의 행복을 위해 곳간을 채워야 한다. 광고주와 시청자 사이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서 안정적인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출처 문명특급 EP.89



D.    해리 타입

어려운 일이 생겼다고 했을 때 곧바로 해결책을 준다. 자신도 모르는 분야면 지인을 소개해주고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게 도와준다. 가장 큰 난관에 부딪혔을 때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들으면 나는 무조건 해리에게 전화를 할 것이라 답하겠다. 위급 시에 떠오르는 팀장이 되어야겠다.

편집시 위급 상황에 큰 도움이 된 해리 팀장의 카톡




올해 <문명특급>은 새로운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 미디어 업계에 새로운 제작 시스템을 제시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싶다. 프로그램을 위해 일하는 제작진이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프로그램이 롱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을 위해 프로그램은 이익을 내야 하고 광고주도 만족시켜야 한다. 그러면서도 시청자의 외면을 받지 않을 수 있도록 콘텐츠의 퀄리티를 높여야 한다. 하나라도 놓치면 프로그램은 망가진다. 그래서 현재 팀이 더 단단해질 수 있도록 리빌딩하고 있다. 이런 의지가 새로운 원동력이 됐다. 예전에는 개인의 성취를 위해 일을 했다면, 이제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까지 더 좋은 평가를 받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팀원들이 계속 <문명특급>에 남아있지 않더라도 우리를 발판 삼아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하게 됐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렇게 타인을 생각하며 일하는 지금이 과거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내고 있다. 혼자 살아보려고 일할 때 보다 오히려 성취감이 크다. 그렇게 때문에 나를 위해서라도 능력 있는 제작진과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다.




나의 이런 외침은 이미 고착화된 방송 시스템 앞에서 계란을 던지는 일이다. 사실 매일이 절망스럽다. 방송국에는 프리랜서도 있고, 계약직도 있고, 파견직도 있고, 정규직도 있다. 적어도 내가 프로그램을 만드는 동안엔 ‘동일 노동, 동일 임금’에 대한 룰은 지켜나가고 싶다. 이것이 ‘뉴미디어’를 떠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이다. 어쩌면 ‘백지’라고 할 수 있는 뉴미디어가 그나마 새로운 룰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 빈틈을 비집고 싹을 틔우고 싶다. 실제로 우리 조직에는 나 같은 생각을 하는 아웃사이더들이 모두 모여있다. 지금 당장은 더디지만 같은 생각을 하는 동료가 있기에 이 목표가 곧 현실 가능할 거라고 믿는다.

 



Side note:

♥KB 국민카드♥와 함께 했던 영상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https://youtu.be/aDzaBWFepv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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