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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G 저널 Nov 23. 2018

가을엔 울산으로
소확행 여행을 떠나보세요

가을에 가면 더 좋은 울산의 역사, 문화, 천혜의 비경을 소개합니다. 


기대 없이 들어간 평범한 식당이 일생 최고의 맛집이었다면? 울산은 그런 곳입니다. 동해안 줄기를 따라 위로는 포항, 아래로는 부산. 위 아래로 쟁쟁한 관광도시와 닿아있어서일까요? 사람들은 울산을 딱딱한 공업도시로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닙니다. 울산은 역사와 문화가 살아있고, 천혜의 비경을 품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태화강 십리대숲, 숲이 있는 도시


태화강은 울산의 젖줄입니다. 울산을 동서로 무려 100리를 굽이굽이 흘러 동해로 갑니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우리나라 주요 공업을 이끌어나가는 공업수도 울산. 거대한 공업도시의 어두운 그림자처럼 한때 태화강은 죽음의 강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004년 ‘에코폴리스 울산선언’과 함께 태화강 살리기가 시작되었고, 그 결과 지금은 생명의 강이 되었습니다. 물고기와 새들의 보금자리에, 계절 따라 청보리, 금계국, 억새가 물결치는 도심의 허파가 되었습니다. 이것이 태화강대공원입니다.

십리대숲은 태화강 강변을 따라 4㎞에 걸쳐있습니다. 태화강대공원 중심에 있는 셈입니다. 태화강 십리대숲이 언제 형성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1749년 울산 최초의 읍지인 ‘학성지’에 ‘오산 만회정 주위에 일정 면적의 대밭이 있었다’라는 기록으로 보아 그 전부터 자생한 대숲인 것으로 추정합니다.

십리대숲 안으로 들어가면 70만 그루의 대나무가 터널을 이룹니다. 이들이 뿜어내는 초록빛이 눈부십니다. 여기가 도심이라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습니다. 대나무 길을 걷기만 했는데도 마음과 몸이 편안해집니다.

빽빽하게 들어선 대나무 숲길을 걷다보면 뜻밖의 소소한 낭만도 보게 됩니다. 만회정은 조선 중기 때 부사를 지낸 만회 박취문이 세운 정자로 1800년대에 소실된 것을 2011년에 다시 세웠습니다. 만회정에 올라서면 태화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만회정 아래 강변 바위에는 관어대(觀漁臺)라 새겨져 있고 주변에는 자라 그림과 서장성의 시가 새겨진 바위도 있습니다.

태화루는 신라 선덕여왕 때 태화사의 누각으로 건립되었습니다. 밀양 영남루, 진주 촉석루와 함께 ‘영남 3루’로 불렸습니다. 임진왜란 때 불 타 없어진 것을 2014년에 복원했습니다. 바람이 솔솔 부는 누각에 앉아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멀리 십리대밭교를 바라보며 쉬어 가기 좋습니다. 보행자 전용 교량인 십리대밭교는 조명이 들어오는 밤이 더욱 운치 있습니다.

나룻배를 탈 수도 있습니다. 남산나루는 태화강에 다리가 없던 시절 강을 건너는 유일한 수단이었습니다. 1970년대 초에 사라진 나루를 재현해 나룻배의 정취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면 태화강전망대가 기다립니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태화강은 물론 십리대숲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태화강전망대는 취수탑을 리모델링한 것인데 조망대와 360도 회전하는 카페가 있습니다.


고래들의 고향 장생포


울산은 고래의 고장입니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고래를 바로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고, 고래가 사람들의 생활과 밀접했던 지역입니다. 신석기시대부터 청동기시대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에 걸쳐 선사시대 사람들이 바위에 그림을 그린 반구대암각화에는 돌고래, 향유고래, 솔피, 큰고래, 혹등고래, 흰긴수염고래 등 모두 6종의 고래가 그려져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동해(東海)’를 두고 고래가 많이 보인다고 하여 ‘경해(鯨海)’라고 불렀다 하니 이 바다를 채우고 있었을 고래의 존재가 새삼 그립습니다.

고래어업의 전초기지였던 장생포 앞바다에는 바다로 나가 고래를 직접 볼 수 있는 고래바다여행선을 비롯해 고래박물관, 고래생태체험관, 고래문화마을 등 고래와 관련된 특구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바다로 나가 고래를 직접 볼 수 있는 고래바다여행선. 장생포항을 출발해 왕복 3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정기운항은 4월부터 10월까지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진행하는 고래탐사와 5월부터 10월까지 금요일 19시부터 21시까지 운행하는 런치크루즈, 이렇게 2가지입니다. 장생포항에서 출발한 배는 울산 연안을 탐사하고 다시 장생포항으로 돌아옵니다. 예약은 필수입니다. ‘고래바다여행선’에는 문화해설사 뿐 아니라 전직 포경선 선원들이 동행합니다. 고래를 찾기 위해서입니다. 운이 좋으면 돌고래 떼를 만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장생포 고래박물관은 1986년 포경이 금지된 이후 사라져가는 포경유물 250여 점을 수집, 보존, 전시하고 있습니다. 박물관 왼편에 자리한 포경선이 먼저 눈에 닿습니다. 고래잡이에 나섰던 진양6호입니다. 박물관 오른쪽에는 귀신고래 조형물이 보입니다. 해안 가까이에 소리 없이 드나들어 해녀들이 깜짝 놀라는 일이 잦아 ‘귀신고래’라고 한답니다.


고래생태체험관은 돌고래 수족관으로 길이 11m의 해저 터널을 오가며 활기차게 유영하는 돌고래 가족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하루 3회(11시, 14시, 17시/월요일 휴관) 먹이 주는 시간에는 사육사가 수족관으로 들어가 먹이를 주는데, 돌고래의 귀여운 재롱을 덤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고래문화마을은 국내에서 유일한 고래테마공원입니다. 1960~70년대 장생포 동네 풍경을 복원한 장생포 옛 마을이 인상적입니다. 마을 안에는 고래 연구에 매진했던 앤드루스 박사의 하숙집과 선장과 포수의 집, 고래 해체장과 고래 기름 착유장, 고래 고기를 삶아 팔던 고래막 등 23개의 건물이 실물 크기로 재현되어 있습니다.

장생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고래조각공원은 곳곳에 귀신고래, 흑등고래, 밍크고래, 향고래, 범고래 등 고래 모형이 실물크기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마치 피노키오처럼 입을 쫙 벌리고 있는 길이 20m 대왕고래 뱃속을 통과할 수도 있습니다.


호국의 용이 승천하는 듯한 대왕암공원


대왕암공원은 1962년 울산에서 처음으로 공원에 지정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대왕암 가까이 자리한 울기등대의 이름을 따서 ‘울기등대공원’이라 부르다 일본의 잔재라는 이유로 1984는 ‘대왕암공원’으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1905년 러일전쟁 당시 일본은 울산 앞바다를 밝힐 나무 등간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6m의 등탑을 세우고 ‘울기등대’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울산의 끝에 자리한 등대라는 뜻입니다. 이때 일본은 등대 주변 군사기지가 외부에 노출되지 않게 하기 위해 소나무도 함께 심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소나무가 등대보다 자라 3m 증축에도 등대가 제 역할을 못하게 되자 1987년 촛대보양의 신 등탑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현재 울기등대 신·구 등탑이 사이좋게 나란히 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100년 전 건축양식을 보여주는 울기등대 구 등탑은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 문화재106호로 지정되었습니다.


공원입구에서 등대까지 가는 길은 600m 송림이 우거진 길로 백여 년 아름드리 키 큰 소나무 그늘이 시원함과 아늑함을 선사합니다. 송림을 벗어나면 탁 트인 해안절벽으로 거대한 바위덩어리들이 마치 선사시대 공룡들이 푸른 바닷물에 엎드려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합니다. 불그스레한 바위색이 짙푸른 동해바다와 대비되어 아주 선명합니다. 마주 보이는 대왕암은 하늘로 용솟음치는 용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신라시대 왕의 뒤를 이어 세상을 떠난 문무대왕비가 남편처럼 동해의 호국룡이 되고자 이 바위로 바다에 잠겼다는 전설이 사실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기암해변 오른쪽 해안선은 몽글몽글 부드러운 몽돌밭이 포근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넓은 해안이라는 뜻의 과개안입니다. 1960년대까지 고래를 몰아 포획하던 해안이라고 합니다.


간절곶,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해를 보다


간절곶에 해가 떠야 한반도에 새벽이 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간절곶은 울릉도와 독도를 제외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떠오르는 곳입니다. 영일만 호미곶보다 1분 빠르게, 강릉 정동진보다는 5분이나 빠르게 해를 볼 수 있습니다. 일대를 공원처럼 조성해 놓아 1년 내내 여행객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소망우체통은 높이 5m로 우편물을 수거해 가는 실제 우체통입니다. 뒤편으로 가면 우체통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있고, 우체통 안에는 우편엽서와 필기구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나 자신에게 편지를 써서 통에 넣으면 며칠 뒤 집배원을 통해 받아볼 수 있는 특별한 재미가 있습니다.

파란 바다와 하늘 사이에 서 있는 간절곶 등대가 아름답습니다. 언덕 위에 있어 간절곶 일대를 굽어보기에 좋습니다. 1920년 3월에 점등했다고 하니 근 100년간이나 간절곶 앞 바다를 지키고 있는 셈입니다. 현재 있는 등대는 2001년도에 지어진 것입니다.



글. 김현정 여행작가 

현대위아 사보 2018년 9월호에서 원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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