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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G 저널 May 11. 2018

서울로7017이 그려낸 도시, 서울

시민을 위한 체험공간으로 재탄생한서울로 7017


요즘 삶의 무게를 덜어내는 것이 유행입니다. 1인 가구 증가, 욜로 라이프와 미니멀 라이프의 등장은 의(衣)식(食)주(住)의 많은 부분을 비우고 줄이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새롭게 등장한 키워드는 ‘재생’. 즉 되살리기입니다. 무작정 없애고 버리기보다는 다른 관점에서 제 기능을 찾거나 역할 부여를 하는 것입니다. 서울로7017도 이런 되살리기를 통해 새 생명을 얻었습니다. 1970년대 서울역 고가도로라는 이름으로 서울역의 동서를 가로지르며 사람과 물류 이동을 도맡았던 이곳은, 1990년대 말부터 노후에 따른 안전성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시는 전문가와 시민의 의견을 수렴한 끝에 철거 대신 재생을 택했고, ‘차량길’에서 ‘사람길’로 거듭난 서울로7017을 탄생시켰습니다.


역사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


서울역은 오랜 세월 전국 각 지방 사람들이 서울에 도착하면 통과하는 서울의 관문 역할을 해왔습니다. 지금은 현대적 건축물인 서울역과 문화역 서울 284라는 이름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구 서울역이 나란히 서 있습니다.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상징인 구 서울역을 철거하지 않고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면서 시민 문화 공간의 의미를 부여한 것은, 바로 옆 서울로7017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밑거름이기도 했습니다.


도심 속 공중정원, 서울로7017


서울역에서 서울로7017로 올라섰습니다. 서쪽 만리동에서 동쪽 남대문시장까지 이어진 이 길을 따라 숭례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길 아래로 펼쳐진 시원한 도로는 서울 전역의 방향을 표시해두고 차와 사람을 안내합니다. 서울역에 도착한 사람들이 이 길을 따라 친척과 지인을 만나고 물건을 실어 다시 고향으로 내려갔겠죠.

서울로7017의 숫자에 담긴 의미는 1970년대 만들어진 고가도로가 2017년도에 보행로로 재탄생했다는 뜻입니다. 더불어 주변과 연결한 17개의 길과 17m 길이의 고가라는 뜻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 길 위는 족욕탕과 어린이 놀이기구, 카페 등 다양한 연령층을 배려한 시설이 들어서 있습니다. 길 따라 놓인 조경수는 시민과 단체가 기부한 것으로 자녀의 건강을 비는 부모의 바람, 부부애를 다짐하는 나무, 좋아하는 연예인을 기념하는 나무까지 사연이 적힌 팻말을 읽으며 걷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따스한 봄이 오면 소망을 담은 이 나무들이 다리 위를 푸름으로 가득 채우고 사람들을 불러 모을 것입니다. 


숭례문과 남대문시장 등 서울 중심지 연결


한양 도성의 정문이자 국보 1호인 숭례문. 병자호란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도 굳건했던 숭례문이 10년 전 방화로 잿더미가 되었습니다. 철저한 고증을 거쳐 3년여 만에 복원된 숭례문은 이전의 아름답고 당당한 위상을 그대로 간직한 채 서울로7017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내리막길을 따라 남대문시장 쪽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복잡한 도심을 아무런 방해 없이 산책하듯 들어서자 마음도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역시 시장은 사람 구경 반, 물건 구경이 반입니다. 각 지역 방언과 외국어까지 섞여서 이곳이 한국인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호떡, 만두, 각양각색의 빵을 파는 가게는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물건을 사는 즐거움도 있지만 따뜻한 거리 음식으로 허기를 달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조선 시대 대표적인 어물을 독점 판매하면서 크게 성장한 남대문시장은 일제강점기에 경영권을 뺏기는 부침과 한국전쟁 및 화재로 인한 굴곡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1980년대 의류와 액세서리 및 그릇을 중심으로 서울의 대표적인 도소매 시장으로 자리 잡은 이곳은 외국인에게 꼭 가봐야 하는 관광지로 손꼽힙니다.

서울로7017은 서울역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품고 있는 길을 따라 이어져 있습니다. 우리는 이 길 위에서 오늘이라는 역사를 다시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글. 홍보지원팀 문나나 과장
사진. 홍보지원팀 이승우 차장
 

현대모비스 사보 2018년 2월호에서 원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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