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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덩 Sep 28. 2024

일단 써 봐

AI에게 명령했다

나는 AI 전문가가 아니다. 코딩은커녕 어렸을 적 학교에서 '나만의 홈페이지 만들기'를 해본 기억마저 가물가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에 관한 글을 쓴다. 어쩌면 그게 AI의 존재 목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AI여,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 내가 모르는 것, 못하는 것, 못 하는 것, 하기 싫은 것쯤 있어도 괜찮다. AI가 해줄 수 있으니까. AI여, 그러므로 


"일단 써 봐"


친절하기도 하다. 인사도 없이 존대도 없이 다짜고짜 쓰라고 했는데 정중하게 반문한다. 이 녀석, 감정이 없는 게 분명하다. 역시 AI는 인간이 될 수 없는 걸까? 다시 명령했다.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에세이'를 토해 낸다. 분명 '인간'인 나의 글쓰기와는 달랐다. 문장, 단어 혹은 조사 하나까지 지우고 썼다를 반복하며, 글을 꾸역꾸역 '써내는' 게 아니었다. 모음과 자음들이 빠르게 자기 자리를 찾아내며 단어를 구성하고, 문장과 문단이 된다. 마치 잘 훈련된 군인들이 일사불란하게 헤쳐 모이며 오와 열을 맞추는 모습 같았다. 그렇게 992자의 에세이가 30초도 채 지나지 않아 내 눈앞에 나타났다. 허탈했다. 주제도, 소재도 심지어는 내가 글을 쓰기 위해 습관처럼 마시는 커피 한 잔도 필요 없었다.


그러나 그 허탈함을 넘어 소름 돋는 순간은, 그 '에세이'를 읽어 나가면서부터였다.


네가 커피를 즐길 줄 아는 순간이 온다면. 출처: 챗GPT 이미지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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