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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29일 주일 산문.

완주 (完走)

by 쥰세이

한동안 웅크려있던 몸을 세로로 빳빳히 세우고,

정적으로 깨고 조심스래 기지개를 켠다.


펴진 몸에서 뼈가 으드득 대는 소리, 근육들이 경직되어있다가 풀리우는 마디마디가

느슨해지고 편해지는 찌지직~ 소리가, 내 속사람의 귓소리가 감지한다.


바야흐로 한 겨울이다.

다들 두꺼운 옷으로 꽁꽁 싸매고,

추위에 혹한에 웅크린채 출근을 하는 사람들,

새벽부터 손님들로 가득채워 비틀거리며 지나가는 새벽 첫 차.


이제 2024년도 이틀밖에 남지않았다.

2025년 1월이 되면, 다시 3청년부 공동체에 접붙임되고,

1년에 한번 팀이 바뀌기 때문에, 새로운 팀으로 배정이 된다.


홀로 외따로 떨어져 예배드리고, 혼자 기도하고 혼자 설교 듣고, 찬양하던 시간들이 뇌리에 스치운다.

고독과 외로움, 때론 절망, 때론 자유함이 반복되는 날들이었다.


내가 눈에 띄게, 부주의하게 했던 말들, 행동들로 인해, 잠시 잠깐 한달넘게 공동체에 나가지 못했다.

어떻게보면 강제 분리조치를 받은 죄수처럼, 죄책감과 쓸쓸함에 잠을 설쳤고 더욱 내게는 매섭고 칼날같이

예리한 추위로 다가왔었던 초겨울이 지나고 이제 겨울의 한가운데로 들어왔다.


한겨울의 가운데로 들어오기전까지, 채 두달, 석달이 걸리지 않았다.


세월의 무상함, 시간의 반복, 무정하게도 끈질기게도 여전히 흐리고있는 시간이란 것.


이왕 쓸쓸하고 외롭고 고독한게 삶이라면,

이왕이면 즐겁고 행복한 생각들만하며,

그렇게 긍정적으로 살기에도 부족하고 모자라고 아까운 시간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어둡고, 그늘진 표정대신,

미소를 머금도 해맑게 웃는, 표정을 더욱더 일부러라도 지어보일 것.

어색하다면 화장실 거울을 보고서라도 웃는 연습, 웃음짓는 연습을 자주 할 것.


내 표정을 보고 주변 사람들의 어둡고 암울하고 우울하고 고독하고 외로운 기분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나처럼 그들도 다시 양지에 나와 뽀송뽀송하게 말라가는 솜이불처럼,

하얗고 깨끗하고 깔끔하게 변해져있기를.


만년필을 하나 아는 곳을 통해서 살까하는데,

사게되면 그 펜만 쓰게될 것 같아서, 고민고민하다가 장바구니에만 담아놓고,

아직 결제를 못하고 있다.

문제는 내가 일반 펜만 쓰고 만년필을 써본적이 없기에,

잉크 리필하는 법,

관리하고 세척하는 법까지 모두 익숙치않고, 해본적이 없다.

하지만,

애정을 갖고, 잘 관리한다면,

만년필을 잘 사용하는 노하우들을 스스로 빠른시일내에 습득하게 될 것 같다.


내 생애, 언제 다시 만년필을 쓰게될수 있겠는가.

이번 기회에 만년필에 입문해서, 더욱더 메모하고, 습작하고, 메모하는

일에 전념할수 있을 것 같다.


6만원 후반대의 가격이라, 일반펜과 비교하면 많이 고가다.

하지만, 비싼만큼 그 값어치를 하는게 세상 사는 이치란 걸 잘 안다.

적어도 내가 깨달은 바로는.

싼건 다 이유가 있고,

비싼 건 비싼 값을 다 한다.


여러 일반펜들을 회사별로 써본 노력의 결과,

악필이었던 내 글씨체로 아주 많이 깔끔하고 나만의 개성이 담긴 필체가 되었다.


약간은 캘리그라피 느낌이는 나는 나만의 홍민's 체 가 되어서, 수많이 메모지나 종이들이나

노트에 내 글씨를 되도록 자주, 꾸준히 노출시키고 반추하며,

반복하며 글씨체를 연습하고 있고, 거의 99.9% 내 개성이 담긴 필체가 되었다.


여자들은 글씨체가 다 예쁘고,

남자들은 글씨체가 악필이 많고, 삐뚤빼뚤하다는 선입견을 깨고 싶었다.


덕분에 생긴 사소한 습관은,

종이나 노트에 메모하는게 내 일상이 되고, 뭔가 쓰지않고 있으면,

적적하고 불안하고 손이 간질간질거리는...

글쓰기에, 글을 종이에 적어가는 중독이라고 할수도 있겠다.


사람들과 중요한 나눔을 할때도 별 것 아닌 것이라도,

종이에 끄적이며 필기하는 습관이 생겼고,

살면서 번뜩이며 스쳐지나가는 개성 넘치고 재기발랄한 생각, 문장들이 있으면

그때 그때 노트에 적어두고, 글을 쓰게될때 그것들을 꺼내어 작문을 하는데 도움을 받기도 한다.


쓰기가 없는 삶은,

상상하기도 싫다.

아무리 컴퓨터가 발달되었지만, 아날로그 감성, 종이에 글씨를 펜으로 적어가는

재미, 설렘을 절대로 포기할수 없다.

목에 칼이 들어온다고 해도 말이다.


주일에 교회가서 형제, 자매들의 기도제목을 나누게 될때도 이 습관은 유용하고,

주일 예배드리고 설교를 듣는 중에서 메모하는게 습관이 됐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1~3년뒤 다시 노트를 꺼내 뒤적이다가 발견하면,

다시 은혜를 발견하는, 그 빛나는 보석같은 일들의 시작은, 메모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성공을 이룬 대부분의 사람들이 항상 노트, 필기 하는 것을 습관으로 삼고 있다고 알고있다.

아예 자기전에 머리맡에 노트와 펜을 두고 자는 사람까지 있다고 한다.

꿈속에서 만나는 신박하고, 유용한 아이디어나, 글귀들, 문장들이 떠오를때,

잠에서 깨면 금새 휘발되듯 날아가버리기에,

바로 일아나서 종이에 메모해두기위해 그렇게 하는 작가들도 많고,

자수성가한 사업가, 목회자분들이 있다.


성공과 실패의 차이는 종이 한장 차이라고 여전히 믿고있다.

삶에서 빨리 흘러가버리는 시간의 흔적으로 멍하니 바라보며 흘려보내기 보단,

삶의 파편들과 기억들을 잠시 멈춰, 지면에 남겨두는 일은 정말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말 지혜로운 일이고, 신박한 아이디어 임에 틀림없다.


2024년 12월 29일 주일 아침 7시 34분.

어제는 한 어르신이 밖으로 나가려고 문고리를 잡고 힘으로 흔드는 바람에,

자동으로 잠기는 문의 고리가 떨어져나가서 고장이 났다.

그 작은체구에서 어찌 그런 힘이 생기셨는지, 아직도 의문스럽고 의아하다.

그만큼 절실하고 애절한 사력을 다한 시도의 흔적이었을까.

처음있는 일은 아니라고 한다.


새 직장에도 12월 23일에 첫 출근해서,

큰 탈없이 잘 다니고있고, 업무를 배우고, 익혀나가는게, 하나하나 다 재밌고, 값지다.

어르신 한분 한분이 다 귀하시고, 때론 귀여우시고, 때론 특유의 고집때문에,

미울때도 있지만,

어르신 한번 한분이 다 사랑스러우시고, 사랑받기에 마땅하신 분이다.


어제는 데이케어센터에서 홀로 차량을 몰고 송영 업무를 도왔다.

당분간은, 길이 익숙해지기전까지 네비를 보며 다니는 습관을 들여야한다.


의미있는 일이고 가치있는 일이다.

그리고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일이다.

보람되고 값지다.

나를 이렇게도 사용하시는 주님의 계획과, 그 계획의 실행에

그저 감탄이 나올수밖에 없다.


지존하시고 하늘위에 가장 높으신 이름,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 그분의 위대함.

나를 아침 일찍 깨게 하시고,

굳건히 설수있는 튼튼한 두 다리를 주신 분.

들숨과 날숨을 꾸준히 쉬게 해주시고,

심장에서 뿜어져나오는 피가 끊기지않고 세차게 흐르게 하시는데 관여하시는 분.


예수 그리스도,

그분의 사랑과 그분의 섬김과 헌신에 고개를 조아리게 되고,

나 또한 작은 예수 그리스도가 되어 제자의 길을 기꺼이 걸어 가고싶다.


다시 내일이면 월요일, 다시 출근이다.

감사히고 매일 일할수있는 직장이 있음에 감사.

좋은 사람들을 허락하시고 붙여주심에 감사.

감사하는 내 모습에 또 감사.

불평하지 않고 늘 긍정적으로 살려하는 내 마음에 감사.

부지런하고 일찍 일어나는...(며칠동안 그 모습을 잃어버려서, 힘들었던 적도 있었지만)

여전한 내 아침형 인간의 모습에도 감사.


책과 영상을 볼수있는 두 눈.

글씨를 적고 타이핑할수있는 두손을 주심에 감사.

음악, 사람들의 개성넘치고 사랑이 담긴 음성을 들을수있는

귀를 주셨음에 감사.

걸어다니거나 뛰거나 운동할수있는 다리를 주심에 감사.


슬슬 씻고, 오후 1시 15분 예배를 드리러 갈 준비를 해야한다.


2025년 1월 11일에는 사회복지사 1급 자격 시험이 있다.

공부를 너무 많이 못해서, 떨어질 확율이 높긴 하지만.

내가 먼저 포기하지않는 한 가능성을 늘 열려있다.


사복1급 자격시험 공부외에도, 할 것들이 많이 있고,

일을 하며 공부하기가 정말 힘들단 걸 잘 알기에,

나를 다그치거나 몰아붙이지 않는다.


시험은 최선을 다해서,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잘 보면 되고,

가채점도 하고, 최종 합격자 발표를 일하면서 기다리면 될 일 이다.


다행히 내가 사회복지 대학원 석사졸업이라,

비전공자가 아니라 전공자다보니,

완전히 생소한 공부가 아니라서, 조금 베네핏은 있을 것도 같다.


내가 포기하지 않으면 시험도 나를 포기하지 않는다.

끝까지, 합격의 기쁨과 희열을 놓치고 싶지 않고,

시험당일 전날까지 핵심요약 개념들 위주로, 주어지는 시간동안에

마지막으로 마무리공부까지 다하고 싶다.


기적이 일어난다면, 나는 합격할 것이다.

기적과 행운, 운7기3이라고, 내게도 기적같은 운이 따르게되길...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


다시 스타트를 끊고, 열심히 길의 중간을 내어달리고 있는 나를 떠올려본다.

일등도 아니고 선두권도 아니지만,

이 주행을, 이 길을 내가 먼저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 이다.

꼴찌로 들어가도 완주할 것이다.

꼴찌로 들어가서 아무도 환호해주는 이가 없을지라도.

완주,

끝까지 포기하지않고 완주함.

꺾이지않는 불굴의 자세, 정신으로 이룰수있는 일.


어느 어르신의 책 제목처럼.

난 여전히,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

여전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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