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을 대하는 태도, 이별을 대하는 자세
오후5시에 만나기로 되어있었다
다소 많이 이르게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그리고 카페 사진과 함께 그녀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많이 이르게 카페에 도착했어요
천천히 준비하고 오세요! 이따 뵐게요~!
카페 찾기힘드시면 연락주시구요.“
그녀를 기다리며
내가 좋아하는 영화인 라이언일병구하기를 보다가
오징어게임 새로운 에피소드를 끄적이다가
이내 쉽게 질려버려 유튜브를 보다가
밖에 공기를 쐬려고 두세번 정도 나갔다가 카페에 들어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그녀는 약속시간보다 4~5분정도 늦었지만
많이 늦지는 않게 소위 딱적당한 시간에 카페에 도착했다
실물이 사진보다 조금 더 나았다고 할수있다
간간히 내 얘기에 웃어보였고 그 미소와 웃음이 참 보기 좋기도 하였다
그녀의 특별했던 이력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
그녀의 선수시절 슬럼프에 대해서도 질문을 했고
그녀는 겸손하고 조심스럽게 자기의 속얘기를 하나둘 풀어놓았다
현재 그녀의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지에 대해 물었고
그녀는 역시 소탈하게 대답했다
내가 준비했던 질문들이 바닥을 보였을때
그녀와 나 사이에 어색한 기류가 흘렀고
그 침묵이 싫다기보다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였다
우리는 망고가 들어간 생크림케익을 나눠먹었고
그녀는 따뜻한 티를 나는 연거푸 차가운 커피를 들이켰다
말을 하는 와중에 그녀가 내 얘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눈빛을 읽었고 그 눈빛을 의식하다가 내가 해야할 말의 요지, 내용을 까먹어버리기도 했다
오랜만의 만남이라 다소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어서
그녀에게 그 긴장을 들키지 않으려 무던히도 애를 썼었다
절친들이 나의 매력은 한번 만나보고 잘 알수가 없고
여러번 만나봐야 나의 진정한 매력을 느낄수가 있다는 말을 하려고 했었는데, 그말이 기억나지 않아 그말을 까먹어서
집에 가는 차안에서야 그 말이 떠오르고 말았다
핵심은 나를 한번, 두번 더 만나야지 나의 매력에 대해 알수있다는 일종의 나의 플러팅이었는데, 이 말을 얘기하던 와중에 완전히 백지장이 되게 까먹어버렸어서 어찌나 당혹감을 감출수가 없었던지
결국 이 얘기는 못하고 말았다
그녀도 대전에서 차를 몰고왔고
나 역시 차를 가져와서 내 당초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그녀를 집 근처까지 태워다주려고 했었는데…
그녀가 먼저 차를 타고 그 자리를 떠났고
다음에 차에 올라 나도 집으로 향했다
오후 5시 조금 넘은 시간에 만나 오후6시10분쯤에 우리는 헤어졌다
만남이있으면 헤어짐이 있단 건 아는데
만남보다 헤어짐이 아직은 많이 서툴고 감당이 안되고
상실감이 크게 다가온다
돌아오는 주 월요일에 매니저님에게 내 애프터 의사를 얘기할 것이고 이변이 없는 한 그녀는, 다른 여성들이 그랬던 것처럼 두번째 세번째 만남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 이다
적어도 내 촉으로는 그렇다
이렇게 또 한명이 기억 저편으로 멀어져갈 것 이다
여러가지 조건을 따져봐도
나보다 그녀의 여러조건들이 훨씬 비교도 않되게 좋기에
그녀는 모든 면에서 나보다 훨씬 나은 남자를 만나게 될 것 같다
아직 그녀에게 보여주지 못한 내 장점들은 보여줄 기회조차 얻지못할테고 난 늘 그렇게 체념하며 만남의 종결을 알리고 고개를 돌리는 그녀의 뒷모습만 보고 몰래 눈물을 훔칠 것 이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시간의 때가 내 기억에 검정색으로 잔뜩 끼였을때 나도 그녀를 잊어갈 것 이다
1, 2년을 기다리면 될지 5년, 10년을 더 기다려야 내 반쪽, 내 짝을 만날수있을지, 난 전혀 알수가 없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버린 거리처럼
그렇게 순리에 맞게 시간의 흐름은 서로의 기억속에서 서로를 가장 빠른속도로 삭제시켜버릴 것 이다
애석하게도 말이다
불행한 예감은 한번도 틀린적이 없고
이번에도 분명히 그렇게 될 것 이다
굿바이 굿나잇 잘자요 그대 영원히 저는 저물어버린 해처럼 어둠이 되어 당신곁에서 사라질게요 사라져가겠죠
그대의 행복과 안녕을 빌어요 안녕히
당신을 향한 최고의 배려는 이대로 져물어 버리는 거겠죠
건강해요, 그대
불행한 사실은
내일도 내일의 태양이 어김없이 뜰테고
우리는 서로를 까무룩 잊고 주일성수를 하고
새로운 한주를 맞이할 것이란 걸
늘 쿨하지 못해
대인배이지 못해
뒤돌아 남몰래 눈물을 훔치고 가던 길을 계속가려 합니다
한시간 조금 넘게 남짓이었지만
반가웠고 즐거웠으며 잠시나마 행복했습니다
우리 이제
각자의 가던 길을 채비를 단단히하고 가야겠지요
각자가 걸아가는만큼 오늘의 기억은 희뿌옇게 내린 안개처럼 희미해져 갈테지요
안부도 물을수 없는 완전히 서로에게서 배재되어버리는 사이, 만남, 관계
역시 나는 아직도 이별을 대할때마다 어쩔줄을 몰라하는 사춘기 소년 같기만 합니다
얼굴에 나는 여드름이 아닌
마음에 여드름이 흩뿌려진 깨처럼 돋아나고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