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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ungmi May 06. 2023

피곤하지만 설레었던 저녁의 날들

디자인학과 지원

출국이 4월 말로 연기된 이후부터, 영어 점수 커트라인이 높은 디자인과에 지원하기위해 듀오링고 영어시험을 다시 준비하면서 디자인과 입학요강이 공지되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입학 요강이 공지되기 전, 쉐리던 컬리지가 있는 지역의 교육청인 할튼 교육청과 할튼 카톨릭 교육청에 Certificate 과정에 대해 문의 메일을 보냈다. 유학원에서는 Certificate 과정은 자녀무상교육을 받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고, 예전에 거절된 사례가 있어서 추천하지 않는다고했다. 


할튼 교육청에서는 아래와 같이 답변이 왔다. 


A fulll-time postsecondary student described in this provision is a person who is designated as a “full-time pupil” by the institution and is enrolled in a degree, diploma, or certificate program. For certificate programs to qualify, they must consist of a minimum of 2 to 3 semesters or 600+ hours of classroom instruction


2~3학기로 구성된 Certificate 프로그램이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조금 더 정확하게 내가 지원하려고 하는 학과가 아래의 요건에 맞는지 다시 문의했을 때는 캐나다에 도착해서 문서들을 제출했을 때 판단할 수 있다는 애매모호한 답변이 왔다. 그래서 된다는거야, 안된다는 거야? 

할튼 카톨릭 교육청에서는 내가 지원하려고하는 Certificate 프로그램에 대해 자녀무상교육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왔다. 그래서 카톨릭 교육청으로 아이들 학교를 등록하기로 결정하고 세례증명서를 함께 준비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중간에 학과를 변경하는 것이 자녀무상교육에 문제가 없는지 문의했고, 다행히 증명서류들을 제출하면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리고 12월 중순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디자인과 입학 요강이 공지되었다. 

컬리지 입학지원을 위한 공통 서류들(고등학교, 대학교 등의 졸업 증명서, 성적 증명서 외에 포트폴리오, 이력서, Written submission) 준비가 필요했다. 9월학기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2월까지만 서류들을 제출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영어점수가 커트라인을 넘어야하겠지만, 포트폴리오나 다른 서류들에서는 절대 떨어뜨릴 수 없을 정도의 퀄리티로 준비해서 제출하고 싶었고, 준비할 시간이 넉넉하게 남아있는 것이 너무나도 기뻤다.

 



입학 요강을 확인한 다음날부터 퇴근하고 오면 아이들 숙제를 봐주면서 포트폴리오와 입학지원서를 작성하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아이들 숙제를 봐주는 게 우선이었기 때문에 나의 포트폴리오 준비는 하루에 한쪽, 아니 반쪽, 아니 몇 줄 정도의 진도를 겨우겨우 나갈 수 있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하고 싶은 일들을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드는 일이었다. 아이가 생겼다고 해서 내가 하고 있던 일들이 하루 아침에 하기 싫은 일이 되지는 않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것들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조  금   씩       느린 걸음으로  가야했다.




퇴근 이후의 시간들이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어쩌면 캐나다에서 내가 원하던 학과를 공부하고 졸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설레이는 시간들이었다.


포트폴리오를 준비할 때 회사를 다니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회사에서 작성했던 모든 종류의 문서들은 보안상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킬 수 없었다. 

그러면 무엇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을까.

디자인학과인데 화면을 넣지 않으면 무엇을 넣을 수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생각 끝에 참여했었던 프로젝트 중 보안에 문제가 되지 않도록 출시된 제품들 위주로 출시 제품의 이미지를 넣고, 각각의 제품과 관련해서 그동안 담당했던 업무가 무엇인지, 나의 기여도는 어느 정도인지, 어떤 방식으로 그 업무를 했었는지 최대한 상세히 기록했다. 포트폴리오를 경력 기술서의 형태로 최대한 자세한 글로 써 내려갔다. 

디자인 화면은 넣을 수 없었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문서 자체의 디자인에 신경을 써서 만들어나갔다. 그리고 더 이상 추가로 작성할 내용이 없을 정도로 작성할 수 있는 모든 내용을 포트폴리오에 넣었다고 생각이 되었을 때, 다른 문서들과 함께 입학지원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몇 주 뒤 Digital Product Design 학과로부터 조건부 입학허가서를 받았고, 얼마 후에 입학장학금을 지급한다는 메일을 받았다. 이제 영어점수만 커트라인을 넘으면 모든 준비가 끝나는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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