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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ungmi May 11. 2023

길고 긴 준비의 끝

얘들아, 엄마 합격했어!

하필이면 출국을 이틀 앞두고 두 아이가 모두 기침을 해서 일요일에 문을 여는 소아과에 갔다. 소아과 진료를 마치고 약국에 들렀다가 주차창으로 나오는데 그날따라 아이들이 게임 시간을 못마땅해하며 이리저리 심통을 부렸다. 출국 준비로 가뜩이나 바쁜 와중에 아이들이 기침을해서 심란하던 차에 심통까지부리니 정신이 없었는지 차에 타고나니 핸드폰이 온데간데 없었다.


신랑에게 얘기를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 소아과로, 다시 약국으로 핸드폰을 찾으러다녔다. 다행히 약국에 핸드폰이 있었고, 핸드폰을 찾아 1층으로 내려오면서 한숨을 돌리는데 문득 듀오링고 영어점수가 나올 시간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듀오링고 싸이트에 접속했다. 사실은 그렇게까지 떨리지는 않았다. 6개월 동안 110점에서 벗어나지못했으니 이번에도 110점이 나올 것이라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있었다. 110점에서 더 떨어지지만 않았기를, 점수가 더 떨어졌으면 앞으로의 시험을 어떻게 준비해야할까라는 걱정과 함께 어떤 점수가 나오건 겸허하게 받아들여야한다는 마음으로 듀오링고 싸이트에 접속했다.


그런데 120이라는 숫자가 눈에 먼저 들어왔다. 120은 본적이 없는 점수인데 듀오링고 측에서 뭔가 예시점수 같은 것을 띄워놓았나라는 생각이 몇 초 동안 들었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성적 페이지가 분명했다.


놀란 마음으로 스크롤을 내렸다가 다시 올려보니 그동안 응시하고 받았던, 105점에서 110점 사이를 오가는 많고 많은 점수들 위로 120점이 표시되어 있었다. 이번에 응시했던 시험의 결과였다. Overall 120, 그리고 모든 항목의 점수가 100점을 넘기고있었다. 디자인학과 커트라인 점수인 Overall 115, 모든 항목 별 점수 95점 이상을 만족시키는 점수였다.


그동안 그렇게도 받고 싶었던 점수

그리고 너무나도 가고싶었던

Digital Product Design학과의

최종 입학허가서가 확정된 순간이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차에 올라타서 핸드폰을 켜고

신랑에게 영어점수 화면을 보여줬다.

신랑의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고는

아이들에게 소리쳤다.


얘들아, 엄마 합격했어!



19살 때 너무나도 가고 싶었던 학과에 합격했을 때와 견주어도 전혀 뒤지지 않을 만큼 40대에 느껴보는 가장 짜릿한 순간이었다. 캐나다에서 아이들을 교육시키면서, 나도 나의 공부를하며 영어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싶었고 원하는 학과에서 공부해보고싶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이틀 뒤인 4월 25일, 날아갈 듯 홀가분한 마음으로 출국을했다.

그리고 캐나다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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